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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보다 문화공간

찻집 vs 독립서점

by tea웨이


프랑스 찻잔 여행에서 찻잔의 또 다른 힘을 보았다. 공간에 힐링만 주는 것이 아니라 토론 공연 학문.. 등 인문학적 분위기를 만들어 문화 공간으로 공간을 진화시키는 능력을. 내 안에 숨어있던 로망 하나를 발견하게 해 주었다.

프랑스 티하우스와 카페들처럼 찻잔에 인문학을 깔고 문화공간을 만들었으면....

사실 찻집주인은 어디까지나 자영업자라는 걸 까마득히 잊고. 재벌 딸도 재벌 사모님도 아닌 주제에...

시골에 더 이상 쓸데없는 돈 낭비하지 말고 다달이 월세 받는 서울 오피스텔에 투자하라는 지인의 권유도 무시한 채 마지막 남은 돈을 털어

공간을 확장하기로 결정했다.

행랑채와 문간채 아래에 공간을 만들었다. 새로운 현대식 입식 건 물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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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생각해 보니 딱히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만든 건

아니었다. 일단 공간이 부족했다. 손님들이나 찻집식구들은 평소에도 힘들었지만 특히 주말만 되면

자리 때문에 늘 스트레스였다.


공간을 만드니 자연스럽게 찻잔 전시 하고 싶다는 분들이 생겼다.

차도구, 항아리, 바느질작품, 민화, 도자기, 나무공예... 꼬리에 꼬릴 물고 전시가 이어져 전시

공간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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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차 마시는 법이 궁금하다고 물어 그냥 그런 것 따지지 말고 편하게 마시는 게 다법이라고

해도 끝내 배우고 싶다는 분들이 생겨 무언가 가르치게 되고 선생님들 학생들 단체 연수도 오고

회사 자체 소 규모 세미나도 하기 시작했다


점 점 커지기 시작했다. 직원도 늘었다 유명세도 타보았다. 그러나 한 번도 매스컴에 응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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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과 아랫채 뒷채 세동의 건물이

현대적 차실(입식 차실), 과 전시 교육하는 공간 이렇게 다섯 개의 공간이 되었다.

뒷채는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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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 vs독립서점


그러다 찻집에 삼십 대 젊은 대표가 운영하는 독립서점이 들어왔고

진짜 찻잔의 인문학, 문화공간이 되었다.

이 서점과 찻집이 콜라보하여 한 달에 한 번 프로젝트를 했었다.

그 기록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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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젊은 대표의 제안으로 시작된

프로젝트 이름은 다독다독 (茶讀茶讀) 프로젝트.

매달 얼마를 내면 새로운 책 한 권과 차를 배송해 주는

프로젝트로 일 년을 계속해 왔다.


다독, 다.. 독...

茶. 차 마시는 것, 讀. 독서하는 것

이 둘은 닮았다.


우선 이 둘은 꼭 하지 않아도 생존에는 지장이 없는 일이라

생존에 절대적인 밥 먹는 일, 그다음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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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화장, 다이어트, 주식, 성형 눈으로

단번에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내면세계 일이라서

읽고 마시면 좋지만 안 읽고 안 마셔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격식 없이 빠른 속도로 마시는 커피,

소설처럼 지루한 묘사까지 견디고 읽지 않아도 집안에서

임팩트 강하고 트렌디한 스토리를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


이 커피나 넷플릭스에 밀린

차와 책은 화려한 핸드폰 쇼룸 매장에 최신 비싼 폴더폰을

조심스럽게 만져보는 노인들과 닮았다

왕년의 얼리어답터가

새 폰 사용법을 몰라 젊고 스마트한 직원들에게

물어가면서 더듬더듬 앱을 깔고 그러면서도

기 안 죽으려고 젊잖게 잔소리하는

젊은 애들 말로 재수 없는 진지충이 돼버린 유교 노인


찻집이나 서점을 업으로 삼으면서

공간은 사람 드문 호숫가에 자리 잡은 것은


경제논리로 돌아가는

세상의 룰로 보면 미친 짓이다.


여유 있는 놀이터에서 놀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오해받기 딱 맞다.


실은 우리가 이 공간이 오래오래 유지되도록 얼마나

노심초사하는데 그것도 모르면서..


찻집과 서점 주인장들은

자신들의 삶이 오해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한다.

차라리 자신들의 노심초사를 자신들이 정직하게

기록하고 싶어 한다.

책의 시작이 그렇지 않을까


기록해 보면 안다.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룰은 내 마음속의 꿈과 호기심에

공포감을 조성하는 그냥 빅데이터 속의 통계일 뿐이라는 것을


어찌 보면

어린 시절 받은 학교교육, 가정교육 모두 룰이다.

이 룰, 시스템이 자기답게 살고 싶은 영혼들을 억압하고

방해했을 때

룰이 뭔가를 발견하거나, 룰을 분석하거나 , 룰에 순응하거나

룰을 깨부수거나 , 룰을 이용하거나, 룰에 부서지거나

그 이야기가 책이다.


그 다독다독 프로젝트의 일 년 기록이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지막 프로젝트

소설 속 변방의 추운 영혼들에게 뜨끈뜨끈한 쌍화차 한 잔


대접한다는 상상은 애초에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이었다


이 프로젝트가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프로젝트로 거듭나길 바라는

뜻에서 공유합니다

책에는 차의 향기가 차체험에는 인문학적 향기가 가미되어

그리고 차 메뉴에 좀 더 깊이 있는 스토리가 첨부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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