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교실에서
아이들이 꺼내기 시작한 이야기
"아이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교실에서 조용히 시작된다."교실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지도
어느덧 스무 해가 넘었다.
스물두 살, 가정방문 수업으로 시작된 일이었는데
어느새 교실에서 보낸 시간이 내 삶의 가장 긴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정말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아이들과 규칙적으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학습 이야기만 하며 지낼 수는 없다.
처음에는 공부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조금씩 친해지다 보면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 아이들의 뒤통수만 보고 있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지금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딴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이들이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말속에 어떤 마음이 담겨 있는지도 조금은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들은 가끔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어떻게 우리 마음을 그렇게 잘 알아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오랫동안 같은 자리에서
아이들을 만나 왔을 뿐이라고.
"누군가 들어줄 때 아이들의 마음은 비로소 말을 시작한다."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마음속에 담아 둔다.
부모님에게 하지 못한 속마음,
친구들에게도 꺼내지 못한 고민,
담임선생님께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아이들은 가끔 나에게 건넨다.
차마 속마음을 말하지 못한 건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기 위함은 아니다.
대부분은 그저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부모님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조금 더 괜찮은 아이로 보이고 싶은 마음.
그래서 더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가끔 타이밍이 맞아
아이와 단둘이 교실에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때가 아이들의 진심을 들을 수 있는 가장 조용한 시간이다.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께 그런 말도 하던가요?
저에게는 말을 안 하던데요.”
그럴 때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대신 설명해 드린다.
왜 말하지 못했을지, 어떤 마음이었을지를.
특히 사춘기가 시작되는 나이가 되면 아이들은 더 말을 아낀다.
그래서 어떤 부모님들은 먼저 전화를 걸어오기도 한다.
“우리 아이 마음이 어떤지 알고 싶어요.”
한 번은 이런 아이가 있었다.
자신이 되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부모님께 말하지 못한 아이였다.
부모님은 늘 안정적인 직업을 이야기하셨고
아이의 꿈은 그와 조금 다른 방향에 있었다.
리더십 수업 시간에 진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그 아이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의 표정은 많이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부모님과 상담을 하게 되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렇게 말씀드렸다.
아이들의 꿈은 앞으로도 여러 번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마음속에 있는 꿈까지
미리 막아 둘 필요는 없습니다.
상담을 마친 뒤
그 어머니는 몇 번이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셨다.
그때 다시 한번 생각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하지 못한 진심들이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는 것을.
이 연재는
그렇게 교실에서 들었던 이야기들로 시작된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던
그 마음들에 대해.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의 언어로 번역해 보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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