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대화가 되는 순간

“‘몇 점이야?’라고 묻는 순간, 아이는 대화를 멈춥니다”

by 글빛 지니
ChatGPT Image 2026년 3월 30일 오후 04_58_25.png "성적이 말이 되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조용히 사라진다."
“선생님, 이번에는 저를 기대하지 말아 주세요.”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은 먼저 말을 꺼낸다.


“어려울 것 같아요.”
“저는 잘할 자신이 없어요.”
“저는 잘할 만한 능력이 안 돼요.”


아직 시험도 보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먼저 기대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에게 당부에 당부를 거듭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대를 피하려고 한다.


내가 교습소를 운영하는 이 지역은
초등학생이 많은 곳이 아니다.


빌라와 주택이 많고
오래된 아파트 몇 동이 전부인 곳.


학교에서는 영어 방과 후 수업이 운영되고,
그마저도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오랫동안 교습소를 운영해 왔지만
수익이 크게 나는 구조는 아니다.


그래도 꾸준히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

일대일 수업이 가능하고,
아이에게 맞춘 수업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소통이 된다는 이유로
부모님들도 아이들도 대체로 만족해 주신다.


이것이 내가 지금까지 교습소를 운영하는 이유다.


초등학생들이 교습소를 다닐 경우

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의 흥미를 잃지 않도록 노력한다.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서 즐거운 공부가 되도록

천천히 쌓아가는 학습을 할 수 있다.


그 시기에는
성적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
시험을 보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부모의 기준이
성적과 바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특히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시험을 본 후에

그때부터 위기의식을 느끼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다.


상당한 수업 결손과 어려움이 발생한 후

그걸 메꾸기 위한 수업은 서로에게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꾸준하게 다닌 아이들도

성적이라는 잣대 앞에 서게 되면 말이 바뀐다.


“이번 시험 몇 점이야?”


그 질문은
대화처럼 들리지만
아이에게는 평가처럼 느껴진다.


성적이 대화가 되는 순간
아이의 마음은 빠져버린다.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나 역시 부담을 느낀다.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에게도 결과가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해 준비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를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


결과는
내가 얼마나 노력했느냐보다
아이의 마음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요즘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부담을 느끼고,

그래서 더 말을 줄인다.


잘하고 싶은 마음보다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성적을 숨기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성적으로 압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대신
후회 없는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돕는다.


ChatGPT Image 2026년 3월 30일 오후 05_23_36.png "상장은 결과를 말하지만 아이의 표정은 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동기부여가 되는 아이에게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한다.


그 목표를 이루면
아이에게 맞는 방식으로 칭찬하고
보상을 해준다.


하지만 그 기준을 세우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어렵다.


아이마다
성격이 다르고,
속도가 다르고,
마음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자주 아이들을 관찰하려 한다.


조금 더 이해하려 하고,
조금 더 기다려 보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이 아니라
그 성적 뒤에 있는 마음일지도 모르기에.


“몇 점이야?” 대신

“어땠어?”라고 묻는 순간

대화는 다시 시작된다.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의 언어로 번역해 보는 글빛지니


geulbit_jini_stamp_original_size.png

#부모교육 #아이들의마음 #학부모공감 #교육에세이 #교실이야기 #성적이야기 #아이와대화

이전 05화비교는 대화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