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배에도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
광주 토박이라면 기아 타이거즈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나 역시 타이거즈와 함께 자랐다고 해도 무난하다.
작년 기아 타이거즈가 12번째 우승을 하면서 팬덤은 더 커졌다. 특히 김도영 선수 덕분에 청소년 팬과 여성 팬이 부쩍 늘었다.
우리 조카도 ‘도니살’이고, 학원 아이들도 김도영 선수가 부상 중인데도 여전히 원픽이라고 외친다.
친구들끼리 야구장에 가는 게 일상처럼 되어, 하루만 결석하겠다고 봐달라는 아이들이 생길 정도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20대의 화려한 때, 퇴근하면 곧장 무등야구장으로 향하는 게 일상이었다.
7회 이후에는 무료입장이 가능했기에 주저 없이 야구장을 찾았다.
이기든 지든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지면 속상하긴 했지만, 그건 그날 하루뿐.
다음 날이면 다시 리셋되어 또다시 야구장으로 향했다.
왜 이렇게 열정적이었을까?
아마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묵묵히 땀 흘리던 선수들의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진정성,
그게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성적이 좋지 않던 시기에도 내 기억에 남은 건 순위표가 아니라, 목청껏 외쳤던 순간들의 뜨거움이었다.
하지만 인생에는 굴곡이 있었다.
20대 초반, 일도 하고 차도 있고 나름 여유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삶이 벅차오르면서 야구에서 멀어졌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상, 야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질투.
야구는 점점 내 곁에서 멀어졌고,
나는 더 이상 응원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모든 게 무너지고, 인생이 리셋된 순간이 찾아왔을 때 다시 내 눈에 들어온 건 야구였다.
예전 심장을 뛰게 했던 선수는 이제 코치가 되어 여전히 그 팀에 있었고, 함께 응원하던 동생은 여전히 야구와 함께 살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어색하지 않게 다시 야구장을 찾을 수 있었다.
조심스레 들어선 야구장에서 나는 놀랐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열정이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던 것이다.
응원석에 앉아 치고받는 공방을 바라보는 순간, 20대의 내가 불현듯 되살아났다.
다시 미친 듯 응원가를 따라 부르고, 티켓 예매 전쟁에 뛰어들고, 팀스토어 줄에 서서 유니폼을 사고,
원정 계획까지 세우는 나.
나이는 40대를 훌쩍 넘겼지만,
그 안에서 뛰는 심장은 여전히 20대였다.
야구는 내게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건 내 안의 또 다른 얼굴을 꺼내는 열쇠였다.
평소 나는 소심하고 얌전한 사람이지만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내가 된다.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고, 낯선 이와 어깨동무하며,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나눈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렇게 무기력에 빠져 있던 시절에도 내 안에는 여전히 열정이 잠들어 있었다.
야구는 그 불씨를 다시 찾아주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에너지를 찾기만 하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나를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는 걸.
경기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야구장은 언제나 나를 다시 살아 있게 하는 공간이다. 오늘도 나는 그곳에서 소리치고, 노래하고, 함께 울고 웃는다.
패배의 순간에도 다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나는 야구장에서 살아 있는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기아 타이거즈가 올해 가을야구에 가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 마지막 경기까지 그들을 응원하고, 내년을 기약할 것이다.
야구장에서 나는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나는 믿는다.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기적 같은 순간은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정말 바라고 원했던 것을 마음에 놓지 않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내가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 시작의 길이 열렸다는 건 가능성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 글에서 위로를 받고 힘을 얻을 수 있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