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가 태어난 지 60일이 훌쩍 넘었고, 육아휴직을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아내가 지금까지 분유 없이 모유로만 선호를 키우고 있고, 그 덕분에 선호도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육아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선호를 달래주고 말로 놀아주는 능력이 부족하기에 내가 선호를 돌볼 때는 주로 품에 안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은 손과 발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손과 발이 자유롭지 못하다 보면 상념에 빠지기 쉽다.
육아휴직 동안 커리어가 정체되어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동안 못했던 운동을 시작해서 몸도 키우고 사진이나 골프 같은 취미생활도 하고 싶다가도 ‘팔다리가 이런데 어떻게 하겠나’하며 힘을 빼곤 한다.
그러다 어제 해질녘즈음 역류방지쿠션에 누워 잉잉 울던 선호를 달래주러 가다 창문으로 들어와 흰 벽에 반사된 석양을 보았다.
아내와 함께 신혼집에 산지도 벌써 2년이 지났는데, 집에서 처음으로 본 빛깔이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서 눈 감고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 훤히 안다고 생각했던 공간에서 생경함을 느꼈다.
그래서 선호가 앙앙 울고 있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와서 곧 사라질 빛을 담아보았다.
아무리 익숙한 공간, 대상이라 하더라도, 미처 몰랐던,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순간들이 불쑥 찾아온다.
으아앙 울고 있던 선호에게 다가가 그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몇 장 찍고, 선호의 머리, 얼굴, 팔, 다리를 곰곰이 살펴보았다.
매일 깨끗하게 씻겨준다고 생각했는데 양쪽 귓불 뒤쪽에 각질이 조금 보였다.
하루하루 커가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내일은 오늘과 또 다른 모습일 거라 생각하니 오늘 하루 선호에게 더 집중하고 선호의 모습을 더 많이 눈에 담아두지 못했구나, 그래서 익숙해졌다고 생각한 오늘 선호의 모습에도 내가 놓친 귀한 순간들이 무수히 많겠구나 생각했다.
나도 아내도 언제가는 눈에 넣으면 몹시 아프겠지만 무상히 흐르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지게 하는 선호를 두고 일터에 나가 고군분투 할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매일매일 어제보다 더 많이 선호를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