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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짠 Jul 08. 2021

하루가 순.삭.

시간과 공간의 밀도를 잴 수 있다면

육아를 하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분유 먹이고, 놀아주고, 재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그야말로 순삭이다.


훗날 아내랑 같이 육아휴직을 하고 선호를 양육하는 오늘을 회상한다면, 지금은 응축된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


육아의 면면들은 반복의 반복이지만, 선호는 매일매일 눈에 보일 정도로 크고, 온종일 함께 하면서도 재빨리 지나가는 이 시간의 밀도가 높기에, 공동육아의 기억은 꽤나 선명하게 남을 것이다.


육아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가 있지만,

나를 보고 웃는 선호를 보면 선호가 크는 게 아까워서 얼굴도 만지고 귀도 만지고 팔다리도 주물러주고 껴안고 ‘선호야 잘했어!’-정확히 뭘 잘했는지는 알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다는 어른들의 말이,

가만히 말없이 지켜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어제의 선호’를 오늘은 볼 수 없음에 하루하루가 아까워 아이의 매 순간을 눈에 담고 싶다는 마음의 표현임을 이제는 안다.


아내의 복직을 앞두고 떠난 2박 3일 가족여행에서의 하루도 금세 지나갔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설렘과 편한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마음이 공존하는 마음이, 육아를 하며 느끼는 고된 육아에 아이가 쑥쑥 크기를 바라는 마음과, 빠르게 커가는 선호의 모습이 아까운 양가적 마음과 닮아 있기에 더더욱 시간이 빠르게 흘렀는지도 모른다.


흐르는 시간이 아까워 산책길을 나선 숙소에서, 아내는 신이 난 나와 유모차에 탄 호기심이 가득한 선호를 찍어주었다.


깊이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빛과 그림자 덕분에 액자처럼 평면으로 느껴지는 여행사진 보며,

우리 세 식구가 온종일 함께하는 이 시간과 공간은 점도가 높은 응축된 아교처럼 우리 가족을 단단히 묶어줄 것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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