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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만 Nov 01. 2023

11월, 잔혹한 계절이 돌아왔다.

10월의 어느 날 마당 의자에 앉아 있는데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윽고 공포스러운 불안감이 밀려왔다. 종종 미처 의식하지 못하는데 몸이 기억해 내는 것들이 있다. 왜 그럴까 거슬러 가다 보면 감정마저 몸을 따라가게 된다. 애써 모른 채하며 '가을 타나보다' 한마디 내뱉고 실내로 자리를 옮겼다.


그날 이후 하루에도 여러 번 불쑥 들이미는 불안감에 당혹스럽다. 지금은 달려야 할 때인데, 왜 자꾸 마음이 깊이깊이 가라앉으려 하는가. 애써 모른 채 하기를 2주째, 급기야 절망감과 회의감이 몰려와 나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옆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잘 살고 싶었다. 난 주로 뭔가를 하는 사람이고 옆 사람은 꽤 가만히 있기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옆사람이 뭔가를 하면 내가 더 바빠졌다. 가만히 있던 사람이 뭔가를 하기 시작하면 그 뭔가를 하기 위한 다른 일들이 사방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앞으로 가려는 나를 자꾸만 과거로 끌어들이는 감정에 지지 않으려 한 발 한 발 내딛는다. 감정의 한 끝 차이로 벌어지는 하루의 격차가 얼마나 크게 벌어질지 알기 때문에.

하루는 길고 일 년은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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