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어릴때 "네 꿈이 뭐니?"라는 질문에 "보험설계사요!"라고 말하는 어린이가 있을까.
보험설계사는 그 누구도 꿈꾸지 않은 샛길 영역이다.
고등학교 선생님이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고 했던 말을 듣고 오히려 '진짜 길이 아니면 가질 말아야하는가, 왜? 정말?' 이런 생각을 하며 수없이 많은 샛길을 만들었던 나에게도 보험설계사는 영역이 완전 다른 곳이라 생각했다. 나의 샛길이 소위 돈이 흐르지 않는 미개척의 땅이었다면, 보험설계사는 자본주의 최정점의 산업으로서 늘 어마어마한 돈이 흐르고 있는 길이다.
해당 영역에서 통용되는 자원을 보자면 이렇듯 대척점에 있을 것만 같은 영역이지만, 일하는 방식을 바라보면 상통하는 것들이 꽤 많다. 늘 사람들을 대하고 사람들을 알아야 하며 삶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한다는 것. 그것은 문화기획자와 보험설계사가 별반 다르지 않다. 또한 건축을 전공하며 쌓았던 일의 시스템이 꽤 많은 지점에서 보험설계사와 맞닿아있다. 이렇게 보면 세상 모든 일들은 필요(니즈 needs)와 충족의 상관관계로 성립한다.
이렇게 맞닿아 있다는 것은 정작 일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느꼈던 것이고, 보험설계사를 시작할 때엔 다소 위축이 되어 잘 웃지도 못했고 함께 시작한 동기들에게도 나를 오픈하기가 꺼려졌다. 현실에서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는 궁지로 내몰리면서 어제까지 생각지도 않았던 보험설계사를 '무조건 하자! 해야 한다!'라는 심정으로 문턱을 넘었기에 다른 생각들이 들어올 틈을 주지 않은 만큼 나를 바깥으로 내비치지도 않도록 마음의 문을 닫아두었던 것이다.
하지만 교육 받은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관점이 바뀌었다. 코치님이 "우리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무조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셔야 해요. 보상청구를 할 때엔 받을 수 있는 보장이 무엇인지 샅샅이 찾아서 해주세요."라는 말을 하였는데, 그 말을 듣고 그간의 위축되고 얼어 있었던 마음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또 동시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구나.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니! 그렇다면 자부심을 가지고 내 이름을 걸고 평생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험설계사는 그 누구보다 성실하고 책임감 강하고 착한 사람들이 하는 게 맞는 일이라는 걸 재차 확인하며 일하고 있다. 이 일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나의 고객이 되기를, 나의 고객들은 나를 통해 보험설계사가 선하고 든든한 삶의 조력자라는 걸 느끼게 되기를!
보험설계사 일을 하며 내가 사라질까봐 두려웠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 일은 결코 나를 휘발시키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나답게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다. 보험 설계는 건축설계처럼 열 명이 하면 열 개가 다 다르고, 수백만 명이 하더라도 같은 것이 나오기 어려울만큼 사람에게 달린 일이다. 나를 통해 더 나은 삶이 보장되고 안정될 수 있다는 것,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