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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을 '전시장'으로

TX화이하이가 Z세대의 성지가 된 비결, '큐레이션형 리테일'

by 윤승진 대표

우리는 곧 상하이 화이하이중루에서, 낡은 백화점 건물이 어떻게 Z세대의 '젊은 활력 센터'로 완벽하게 재탄생했는지 그 혁신적인 현장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방문할 'TX화이하이(TX淮海)'는 '리테일의 미래'를 보여주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곳은 과거 '화팅 이세탄 백화점'이 있던 자리로, 지하철역과도 멀고 시설도 낡아 경쟁력을 잃어가던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2019년 12월, 이곳은 '쇼핑몰'이 아닌 '큐레이션형 리테일(CURETAIL)'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큐레이션형 리테일(CURETAIL)'이란, '큐레이션(Curation)'과 '리테일(Retail)'의 합성어로, 상업 공간을 단순한 '거래 장소'가 아닌,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전시장'으로 정의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개장 후, 이곳은 일평균 2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문화 지표'가 되었고, 화이하이중루 거리 전체의 유동인구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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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1. '임대'가 아닌 '큐레이션': 공간을 '전시장'처럼 운영하다

TX화이하이는 전통적인 쇼핑몰의 공식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임대율'이 아닌 '콘텐츠' 중심: 일반적인 쇼핑몰이 '100% 임대 완료'를 목표로 한다면, TX화이하이는 의도적으로 공간의 25%를 비워두고(留白), 이 공간을 예술 전시와 팝업 이벤트를 위해 사용합니다. 개업 첫해에만 115개의 행사를 열었고, 지금도 매주 새로운 이벤트와 전시가 열립니다.

'쇼핑'이 아닌 '관람(逛展)' 경험: 이들은 고객이 '쇼핑'을 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전시를 보러' 오도록 설계했습니다. 입점한 브랜드는 '매장'이 아니라 '전시관'의 일부가 됩니다. 브랜드들 역시 매 분기마다 매장 디자인을 새롭게 바꿔야 하며, 공간 전체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이는 고객에게 "매번 방문할 때마다 다르다"는 강력한 재방문 동기를 부여합니다.

'대형 브랜드'가 아닌 '문화 브랜드' 유치: TX화이하이는 누구나 아는 대형 체인 브랜드 대신, '독자적인 큐레이션 능력이 있고, 스토리가 있으며, 자체 팬덤을 가진' 독립 브랜드와 디자이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했습니다.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전시품'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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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2. '월세'가 아닌 '러닝 개런티': '부동산'에서 '플랫폼'으로

TX화이하이의 가장 급진적인 혁신은 바로 '수익 모델'입니다.

전통적인 쇼핑몰이 '고정 월세(임대료)'를 받는 '부동산 임대업자'라면, TX화이하이는 '판매 수수료(러닝 개런티)'를 받는 '콘텐츠 플랫폼'이자 '브랜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합니다.

'공동 운명체' 모델: 이들은 신진 브랜드나 디자이너 브랜드에게 고정 임대료를 받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받는 대신, 매출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습니다. 이는 플랫폼과 브랜드의 이해관계를 완벽하게 일치시킵니다. '브랜드가 성공해야 플랫폼도 돈을 번다'는 공동 운명체가 되는 것입니다.

'집주인'에서 '파트너'로: 이 모델은 TX화이하이가 수동적인 '집주인'이 아니라, 입점 브랜드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파트너'가 되도록 만듭니다. 이들은 브랜드의 매장 디자인, 이벤트 기획, SNS 마케팅, 팬덤 운영까지 전방위적으로 지원합니다. 한 남성복 브랜드는 이곳에서 30㎡로 시작해 80㎡로 매장을 확장하고, 3년 만에 베이징, 광저우 등 전국구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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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3. '수직적 거리'와 '미로': 탐험을 유도하는 공간 설계

TX화이하이는 낡은 건물의 단점을 오히려 '매력'으로 승화시켰습니다.

'수직적 거리(Vertical Street)' 개념: 이들은 전통적인 백화점의 평면적 구성을 파괴하고, 여러 층을 관통하는 거대한 계단과 중정(中庭)을 만들어 건물 전체를 하나의 '수직적 거리'로 만들었습니다. 고객은 층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거리를 산책하는 듯한 경험을 합니다.

의도된 '미로(Maze)' 동선: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추구하는 일반 쇼핑몰과 달리, TX화이하이는 의도적으로 '미로'처럼 복잡한 비선형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고객의 발걸음을 늦추고, "다음 모퉁이를 돌면 무엇이 나올까?"하는 '탐험'과 '발견'의 즐거움을 극대화합니다. 이 '예상치 못한 경험'이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매장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은 브랜드들까지 발견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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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현장에서 우리가 볼 것

TX화이하이는 Z세대가 '무엇'을 사는지가 아니라 '왜' 사는가에 집중했습니다. 그들은 상품이 아닌 '문화적 경험'과 '소속감'을 판매합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볼 것은 '리모델링된 건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어떻게 공간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디어가 되는가', '어떻게 '임대업'이 '콘텐츠 플랫폼'이자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진화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낡은 도심 공간이 Z세대의 심장을 뛰게 하는 문화적 핫플레이스가 되는가'에 대한 가장 혁신적인 답을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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