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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디자이너의 '파머밥'이 중국의 영혼을 사로잡은법

"Only God Can Judge Me"

by 윤승진 대표

우리는 곧 상하이 화이하이중루에서, 팝마트에 이어 아트 토이 시장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또 다른 거물이죠, '파인딩 유니콘(Finding Unicorn, F.U.N.)'의 핵심 IP '파머밥(Farmer Bob)'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합니다.

이 사례가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파머밥(BOB)이라는 이 매력적인 IP가 2013년 한국인 디자이너 조영운(JO YOUNG WOON)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F.U.N.은 팝마트와 같은 '플랫폼' 전략이 아닌,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전략을 택했습니다. 그들은 조영운 디자이너처럼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의 철학을 깊이 있게 공유하며, F.U.N.의 강력한 공급망과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IP를 '메가 브랜드'로 키워냅니다.

어떻게 이 '농부' 캐릭터가 중국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전략 1. '태도'를 파는 IP: "오직 신만이 나를 판단할 수 있다"

파머밥의 성공은 '귀여움'이 아닌 '태도'에서 나옵니다. 이 IP의 핵심 브랜드 스토리는 "Only God Can Judge Me (오직 신만이 나를 판단할 수 있다)"라는 강력한 문구로 요약됩니다.

Z세대와의 감성적 연결: 이 슬로건은 외부의 시선이나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기준과 내면의 질서를 따르겠다는 디자이너의 신념이 담겨있습니다. 이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면서도, 동시에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은 Z세대의 핵심 욕구와 완벽하게 공명했습니다.

'농부'라는 반전: BOB은 '농부'로 설정되었지만, 전통적인 농부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집습니다. 그는 전 세계를 유랑하며 다양한 직업을 경험합니다. 이는 '정의되지 않는 삶'과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하며, Z세대 팬들이 자신의 이상적인 삶을 투영하는 완벽한 매개체가 되었습니다.

파머밥은 단순한 피규어가 아니라, Z세대의 '정체성'과 '태도'를 대변하는 '영혼이 담긴 아바타'가 되었습니다.

전략 2.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모델: 팝마트와 다른 길

F.U.N.의 비즈니스 모델은 팝마트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팝마트가 수많은 IP를 유통하는 '거대 플랫폼'이라면, F.U.N.은 소수의 아티스트와 깊게 결속하는 '아티스트 매니지먼트사(혹은 에이전시)'에 가깝습니다.

F.U.N.을 만나기 전, 파머밥은 디자이너가 소량(20~30개)으로 수제작하던 작품이었습니다. F.U.N.은 이 IP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들의 강력한 '자체 공급망'을 투입하여 IP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며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들은 IP를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함께 IP의 세계관을 '공동 창조'하고 '인큐베이팅'합니다. 또한, 마세라티, 에르미타주 박물관 등 최고급 브랜드 및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IP의 '예술적 가치'와 '브랜드 격'을 지속적으로 높이며, 팝마트의 대중적 이미지와 차별화되는 '프리미엄 아트 토이' 시장을 개척했습니다.

전략 3. 'IP 성지'가 된 공간: "맥밭에서 다시 태어나다"

우리가 방문할 상하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F.U.N.의 공간 전략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이곳은 '판매'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팬들을 위한 'IP 성지 순례' 공간입니다.

컨셉: '맥전신생(麦田新生, 맥밭에서 다시 태어나다)': 매장 전체는 반 고흐와 모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도심 속 '맥밭'을 테마로 합니다. 입구에는 2층 높이의 거대한 바위가 BOB의 윤곽으로 조각되어 있어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을 줍니다.

초현실적이고 몰입감 있는 디자인: 내부는 맥 이삭, 짚단, 구름, 이끼 같은 자연 요소들이 공중에 떠 있거나 뒤집혀 있는 초현실적인 디자인으로 가득합니다. 특히, 3면의 거울을 활용해 '끝없이 펼쳐진 황금빛 맥밭'에 들어온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합니다.

'오감(五感)'으로의 확장: 이곳은 단순히 피규어를 파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맥밭' 테마에 맞춰 '형태, 소리, 향기, 맛, 촉감'으로 디자인된 신제품을 출시하고, 매장 내에 감각적인 F&B 공간을 마련하여 고객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합니다.

이 공간은 쇼핑을 '탐험'과 '발견'의 즐거움으로 바꾸고, 고객이 구매하는 행위를 '완전한 예술적 경험'으로 승화시킵니다.


결론: 현장에서 우리가 볼 것

파머밥과 F.U.N.의 성공은 '깊이'와 '품질'의 승리입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볼 것은 '예쁜 피규어'가 아닙니다. 우리는 '어떻게 한국인 아티스트의 철학이 중국 Z세대의 마음을 울렸는가', '어떻게 '플랫폼'이 아닌 '매니지먼트' 모델로 IP 비즈니스를 성공시켰는가', 그리고 '어떻게 오프라인 공간이 팬들을 위한 '초현실적 성지'가 되었는가'에 대한 가장 감동적인 사례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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