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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진 대표 Apr 27. 2020

코로나 사태로 재조명받는 중국의 배달 훠궈 시장

<대륙의 뜨는 비즈니스 ②>

집콕의 시대, 배달 훠궈에 몰아친 열풍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산업들이 타격을 입었고, 안타깝지만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외식업계는 가장 큰 직격타를 맞았죠. 실제로 중국 베이징시에서는 3명 이상이 모이는 외식 금지령 등 강도 높은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고, 타 지역에서도 각종 가족 식사나 결혼식 피로연 등이 금지되는 등 요식업체의 매장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식 업계들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배달 서비스를 강화했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성장한 아이템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식 샤브샤브’로 잘 알려져 있는 ‘훠궈’입니다. 

중국의 대표 배달 플랫폼 ‘어러머(饿了么)’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3개월의 기간 동안 약 1만 2천 개의 훠궈 매장이 배달 훠궈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매출 또한 매주 30%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이 중에는 샤오광꺼, 쩐샨송 등 전통 훠궈 기업들도 포함되어 있어 기존의 인기 훠궈 브랜드 또한 배달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훠궈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먹는 외식 메뉴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계절 상관없이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국민 음식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큰 냄비에 4인 이상이 함께 모여 먹는 요리라는 인식이 강해서 배달 서비스로는 생소하게 여겨졌었는데요. 훠궈 배달 서비스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매장 방문이 금지화되자 훠궈에 대한 욕구가 폭발하며, 각광받게 되었습니다.

중국의 배달 플랫폼 메이퇀 배달에 입점되어있는 하이디라오

중국의 대표적인 훠궈 브랜드인 하이디라오 또한 그간 내점 고객에 집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고, 이전에는 직접 사람이 와서 케이터링처럼 큰 냄비에 재료들을 세팅해주고, 이후 냄비를 회수하는 형태의 훠궈 배달 서비스의 차별화를 이루어왔지만, 비대면 접촉의 선호로 이 조차도 어려워지자 최근에는 1인 훠궈 냄비를 바탕으로 배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했다고 합니다. 


1인 가구도 즐길 수 있는 훠궈 패키지,
타오타이랑(淘汰郎) 브랜드의 등장


사실 배달 훠궈가 주목받은 건 2015년이었습니다. '타오타이랑(淘汰郎)'이라는 브랜드가 등장하며, 훠궈 업계의 판도를 뒤집어놓습니다. 실제로 중국 배달앱에서 ‘훠궈(火锅)’ 카테고리 중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어러머(饿了么)에서의 한 달 주문량은 무려 1만 9000건에 달한다고 하네요. 타오타이랑이 3개 배달앱에서 벌어들이는 월 매출이 하이디라오 배달 매출의 약 20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인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 배달 훠궈 브랜드 '타오타이랑'

타오타이랑이 이처럼 훠궈 배달 시장에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1인 훠궈 세트 구성입니다. 99위안(한화 약 1만 8천 원) 짜리 훠궈 세트에는 육수와 소고기, 채소와 면사리, 소스 등의 재료와 더불어 훠궈용 냄비와 화기가 함께 배달됩니다. 냄비는 1~2인 용의 작은 사이즈로 1인 가구가 즐기기에도 적당합니다. 훠궈를 끓이는 연료 기구 또한 미네랄 오일(광물유) 통을 사용한 방식으로, 한번 가열하면 최대 1시간 반에서 2시간 동안 지속되는 일회용 방식이라고 하네요. 


냄비는 따로 회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다소 번잡했던 배달 서비스를 개선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중국의 싱글족(20~49세) 규모가 약 2억 5천 명에 달해 총인구의 18% 정도를 차지하는 현 상황에서 1인 가구를 제대로 공략한 성공 케이스라고도 볼 수 있겠죠. 


타오타이랑은 2015년 오픈 후 6개월 만에 14억 투자를 유치하고, 2년 동안 4번의 추가 투자를 받을 만큼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19년 10월 기준으로는 매장의 수도 400개에 달할 만큼 오프라인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꽤 상당합니다. 


패키징에 디테일을 더하거나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경쟁사들의 등장
중국의 배달 훠궈 전문 브랜드 '궈SIR(锅sir)'

타오타이랑이 성공을 거두면서, 훠궈 배달 시장에 뛰어든 경쟁사들도 늘어났습니다. 궈Sir, 마라거라, 또우라오팡 등 다양한 브랜드가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궈Sir은 2016년 11월 첫 매장을 오픈한 후 5년간 1000개 매장을 오픈했으며 연간 1500만 명 이상의 고객이 이용하는 등 타오타이랑 못지않은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궈Sir이 후발주자로서 택했던 전략은 바로 디테일을 더한 패키징입니다. 훠궈 재료와 더불어 탈취제, 애피타이저, 입가심용 사탕, 앞치마와 식탁에 까는 페이퍼 매트까지 마치 귀한 음식을 대접받는 듯한 감동을 주는 구성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죠. 


또한 달러샵이라고도 불리는 또우라오팡()은 기존의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해 배달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시킨 케이스입니다. 또우라오팡은 상하이에서 유명한 훠궈 브랜드인데요, 특히 옛 상하이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간직한 인테리어 컨셉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좋은 식자재를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해서, 배달 서비스를 해도 사람들이 믿고 주문할 수 있는 브랜드 파워가 있는 것이죠. 


코로나19는 신생 기업의 성장은 물론, 기존 훠궈 브랜드들이 배달 시장에 뛰어들게 하는 등 훠궈 배달 시장의 발전을 한 단계 더 촉진시켰습니다. 지금까지 타오타이랑을 중심으로 중국의 훠궈 배달 서비스를 알아봤는데요, 이는 일반적으로 배달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음식의 한계를 극복한 사례라고도 볼 수 있고, 싱글족을 겨냥해 성공한 사례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찌개나 찜 같은 음식이 배달이 되긴 하지만, 디테일한 패키지를 더한 눈에 띄는 차별화를 보이는 브랜드는 아직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도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도록 구성된 패키지가 있다면, 그리고 코로나 사태가 끝난 이후에는 캠핑을 떠날 때 배달된 패키지 그대로 가지고 떠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요? 쉽게 배달해 먹을 수 없을 것 같은 음식 중에서 타오타이랑처럼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음식 브랜드는 어떤 것이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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