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들의 틈새에서 '비대칭 우위'를 찾는 법
우리는 지금 혁신과 경쟁이 가장 치열하게 일어나는 중국의 심장부에서 함께 땀 흘리며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지역 생활' 생태계를 완성해 나갈 당근페이에게 이곳의 경험은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결제는 단순히 돈을 주고받는 행위를 넘어, 사람과 사람, 그리고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가장 강력한 고리입니다. 당근이 꿈꾸는 하이퍼로컬 생태계의 완성이 바로 이 '결제'의 경험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함께 깊이 들여다볼 '알리페이'의 이야기는 당근페이에게 그 어떤 교과서보다 생생한 전략 지침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알리페이는 단순히 중국의 1등 결제 서비스가 아닙니다. 중국에서 가장 거대한 로컬 서비스 제국 '메이퇀(美团)'과 가장 무서운 콘텐츠 플랫폼 '더우인(抖音)' 사이의 틈바구니에서, '결제'라는 핵심 역량을 무기로 처절한 생존 전쟁을 벌여온 플레이어입니다. 알리바바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등에 업고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전략 수정을 거쳐야 했던 그들의 역사는, 우리에게 '결제가 어떻게 지역 생활 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줍니다. 이 글을 통해 거인들의 틈새에서 생존하고, 나아가 자신만의 '비대칭적 우위'를 만들어내려는 알리페이의 분투기를 함께 살펴보며, 당근페이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값진 인사이트를 얻어 가시길 바랍니다.
본 칼럼은 알리페이(支付宝) 로컬(O2O) 서비스의 현주소, 경쟁 구도, 강점과 약점, 그리고 미래 전략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현재 중국의 로컬 서비스 시장은 막강한 배달 인프라와 사용자 인지도를 확보한 메이퇀(美团)이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으며, 더우인(抖音)이 압도적인 트래픽과 콘텐츠 생태계를 무기로 무섭게 성장하며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알리바바 생태계에 기대고 있는 알리페이(주요 서비스: 어러머(饿了么), 가오더 지도(高德地图))는 차별화된 경쟁 노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알리페이가 메이퇀과 더우인이라는 거인들의 '틈새'에서 어떻게 자신만의 독특한 결제·금융 인프라, 생태계 시너지, 그리고 B2B 서비스 역량을 활용하여 '비대칭적 경쟁 우위'를 구축하려 하는지 심도 있게 파헤치고, 그 미래를 전망해 보겠습니다.
중국 로컬 서비스 시장은 이미 성숙한 경쟁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시장 규모는 2025년 35조 위안(약 6,6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온라인 침투율은 30.8%를 돌파할 전망입니다. 현재 시장은 '1강 2중(一超两强)' 구도가 뚜렷합니다. '슈퍼 자이언트' 메이퇀이 시장을 선도하고, 더우인과 알리바바 로컬 서비스가 그 뒤를 쫓는 형국입니다. 이 구도는 수년간의 치열한 경쟁을 거쳐 형성되었습니다. 이미 2020년 8월, 메이퇀의 일일 배달 주문량은 4천만 건을 돌파하며 어러머(당시 약 2천만 건)를 두 배 이상 앞섰고, 매출 격차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먼저, 절대 강자인 메이퇀(美团)은 배달, 매장 이용, 호텔/여행에 이르는 거의 모든 로컬 서비스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졌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배달 시장에서는 약 68%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쿠폰 사용 후 기준으로 집계되는 매장 이용 시장에서도 절대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위의 핵심에는 강력한 자체 배달 인프라와 소비자들이 '거래'를 위해 찾는 플랫폼이라는 확고한 인지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더우인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인 더우인(抖音)은 막대한 트래픽과 콘텐츠 생태계를 무기로 매장 이용 단체 구매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2024년 로컬 서비스 총거래액(GMV)은 5,600억 위안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으나, 실제 쿠폰 사용 후 기준 시장 점유율은 메이퇀의 3분의 1 수준에 그칩니다. 이는 낮은 쿠폰 사용률과 취약한 배달 및 이행 능력이란 명확한 약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마지막으로 추격자 위치에 있는 알리바바 로컬은 어러머(饿了么)를 통한 배달(시장 점유율 약 25%)과 가오더 지도(高德地图) 및 커우베이(口碑)를 통한 매장 이용 서비스로 사업 영역이 나뉘어 있습니다. 2025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약 180억 위안 수준으로 아직 선두와 격차가 있습니다. 이들의 가장 큰 강점은 알리페이가 보유한 방대한 결제 사용자 기반과 알리바바 그룹 전체의 생태계 시너지에 있지만, 사용자들이 알리페이를 '결제 도구'로만 인식하는 약한 인지도와 잦은 조직 개편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알리페이가 지금의 전략을 구사하기까지는 수많은 전략적 변신과 투자가 있었습니다.
알리바바는 초기에 메이퇀에 투자했으나(2011-2014), 자체 사업(타오디엔디엔, 커우베이)을 출시하며 직접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8년 4월 배달 플랫폼 '어러머'를 인수한 것이며, 같은 해 10월 기존의 '커우베이'와 합병해 '알리바바 로컬 생활 서비스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3월, 알리페이는 단순 결제 앱에서 '디지털 생활 개방 플랫폼'으로의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선언합니다. 당시 앤트그룹 CEO였던 후샤오밍(胡晓明)은 "향후 3년간 5만 개의 서비스 제공사와 협력해 4,000만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겠다"고 발표하며, 플랫폼의 제품 로직을 '사람이 서비스를 찾는 것'에서 '서비스가 사람을 찾아가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 속에서 알리페이가 가진 강점과 약점은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강점 (Strengths)
결제 기반의 강력한 소비 생태계: 알리페이는 10억 MAU를 가진, '돈과 가장 가까운' 앱입니다. 단순 결제를 넘어, 소상공인의 결제 QR코드(收钱码), 사물인터넷(IoT) 장비, 테이블 QR 주문, 멤버십 카드, 쿠폰, 그리고 신용결제 서비스 화베이(花呗)에 이르기까지 소비의 시작과 끝을 잇는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이는 특히 고가의 서비스를 판매할 때 압도적인 전환율 우위로 이어집니다.
개방형 플랫폼 역량: 알리페이는 고객 확보, 매장 운영, 물류, 미니 프로그램, 회원 관리, 결제 금융, 위치 기반 추천 등 플랫폼의 모든 자원을 파트너에게 개방합니다. 이는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을 돕는 강력한 B2B 서비스 DNA가 됩니다.
그룹 시너지: 알리페이는 혼자가 아닙니다. 타오바오(淘宝)의 상품 커머스, 가오더 지도(高德地图)의 위치기반 서비스, 페이주(飞猪)의 여행 서비스 등 그룹 내 여러 트래픽 입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그룹군' 전투가 가능합니다.
약점 (Weaknesses)
'결제 도구'라는 인식의 한계: 사용자들이 알리페이를 '놀거리를 발견하는 플랫폼'이 아닌 '결제 도구'로만 인식하는 것이 가장 큰 약점입니다. 이는 트래픽은 크지만 전환 효율은 낮은 '쓰고 나가는' 플랫폼에 머물게 합니다.
잦은 조직 개편과 전략 수정: 지난 몇 년간 알리바바 로컬 서비스는 최소 3차례 이상의 대규모 조직 개편을 겪었습니다. 이는 내부적인 에너지 소모를 유발하고 공격의 리듬을 끊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과거 '하침시장(下沉市场, 3선 이하 도시)'을 공략하던 전략이나 '100억 위안 보조금' 같은 출혈 경쟁은 현재의 효율성 중심 기조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실행력 부족과 느린 통합: 현장의 영업을 책임질 '시티 매니저'의 부족, 타오바오 등 핵심 플랫폼과의 더딘 연동 문제 등은 여러 이해관계 속에서 시너지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게 했습니다.
알리페이의 전략은 숙적인 메이퇀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형성되었습니다.
알리바바가 로컬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자, 메이퇀은 강력하게 반격했습니다.
결제 독립: 2020년 7월, 메이퇀 앱에서 알리페이 결제 옵션을 제거했습니다.
유사 서비스 출시: 외식 공동구매 '핀하오판(拼好饭)', 신용결제 '메이퇀 월결제(美团月付)' 등 알리바바의 핵심 서비스를 모방한 상품을 출시했습니다.
영역 확장: '퇀하오훠(团好货)'를 출시하며 알리바바의 핵심 영역인 실물 이커머스까지 넘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알리바바는 전면전 대신,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 '비대칭' 전략으로 선회했습니다.
'매장 이용'은 가오더 지도가 선봉으로: 더 이상 알리페이 앱 안에서 '쇼핑'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장소 찾기'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가오더 지도를 통해 주변 상점을 발견하고 소비까지 연결하는 '이동 + 소비'의 완결된 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배달'은 이커머스와의 융합으로: 어러머는 메이퇀과의 소모전을 피하는 대신, 알리바바 이커머스 생태계와 깊이 융합하고 있습니다. '음식 배달'을 넘어 '만물 배송' 즉시 리테일 서비스로 진화하며, 타오바오·티몰의 막강한 상품력과 공급망을 활용해 새로운 경쟁 우위를 찾고 있습니다.
B2B 역량 강화로 해자 구축: 2020년 식당 SaaS 서비스 업체 '커루윈(客如云)'을 인수하는 등, 판매자에게 원스톱 디지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B2B 역량을 지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판매자들이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고 자체 고객을 관리하며 장기적인 비즈니스를 하도록 도와 경쟁사와 차별화된 해자(moat)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이처럼 끈질기게 로컬 서비스에 투자하는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신사업 확장을 넘어, 그룹의 핵심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전략의 성격이 강합니다.
고빈도 결제 트래픽 확보: 로컬 서비스는 결제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영역입니다. 이 시장을 놓치면 알리페이의 전자 결제 시장 점유율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트래픽 관문: 온라인에서 압도적인 알리바바에게 오프라인 트래픽은 생태계 완결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마지막 퍼즐입니다.
메이퇀의 핵심 사업 침투 방어: 메이퇀이 로컬 시장을 발판으로 결제와 이커머스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알리바바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장융(张勇) 당시 알리바바 CEO는 일주일에 최소 하루를 로컬 서비스에 할애했고, 앤트그룹 CEO가 직접 로컬 서비스 회사의 회장을 겸임하는 등 최고 경영진이 직접 사업을 챙겨왔습니다.
로컬 서비스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메이퇀의 왕좌는 견고하지만, 더우인의 공세와 알리바바의 변화 속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습니다.
두 거인의 틈바구니에서 알리바바 로컬 서비스는 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가치 있을 수 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과거의 출혈 경쟁에서 벗어나 결제, 이커머스, 지도, B2B 서비스라는 자신의 핵심 역량으로 돌아온 것입니다.
미래의 성패는 알리페이의 금융 역량, 가오더 지도의 위치 기반 트래픽, 타오바오·티몰의 리테일 DNA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진정한 시너지를 내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비록 단기간에 시장 구도를 뒤집기는 어렵겠지만, '생태계 포위, 비대칭 경쟁' 전략은 알리바바를 이 거대한 전쟁의 최종장에서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핵심 변수로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