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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07. 2017

[진로 인터뷰] 공공기관분야 배수현 한의사 1편

한방내과 전문의에서 보건산업진흥원에 가기까지


세종시의 한 스타벅스에서 배수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10년도에 졸업하셨다는 말씀을 안 하셨다면 마치 10학번 정도로 보이는 동안이셨습니다:)
벚꽃의 계절인 4월을 맞아 상큼한 분홍색 니트를 입고 오신 선생님은 저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연분홍빛 체리블라썸 라떼를 손에 쥐고 본인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배수현 한의사 약력

2010 세명대 한의학과 졸업

2010-2014 동의대병원에서 한방내과 전문의 취득

2014 - 2015 요양병원 근무

2015.9 – 2016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 한방병원 근무

2016.-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원




새싹도 자라나는 봄봄~

Q. 선생님께서 지금 하시는 일을 한 단어로 나타낸다면?

봄이요. 우선 진로 측면에서 보면 보건행정 관련 일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지금까지는 임상에 있어서 제대로 꿈을 위해 달리지 못했는데, 이제 스타트 선상에 선 것 같아요.


그리고 업무 측면에서는 제가 하는 R&D 관리가 한의학 연구를 지원해주는 일이에요. 모든 농작물이 봄에 씨를 잘 뿌려야 잘 성장하고 수확할 수 있잖아요. 사람들은 수확의 계절인 가을만 주목하지만, 봄에 기반 작업을 잘 하지 않으면 가을을 빈손으로 맞이해야 해요. 그런 점에서
 R&D는 기반을 다지는 봄이라고 말할 수 있죠.


Q. 대학생 때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어릴 때는 외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국제변호사를 생각했는데 이과여서 접었고, 의대는 인체를 세포단위로 쪼개어 보는 관점이 싫었어요. 한의대는 사람을 유기적으로 본다는 관점에서 관심이 생겨서 선택했죠. 그런데 입학해보니 한의학의 우수성이 인정받지 못하는 모습이 보여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었어요. 영향력 있는 보건의료전문가로서 국제기구에서 일하면 이해관계를 떠나 나를 한 명의 국제보건 전문가로 봐줄 것 같았어요. 거기에서 내는 내 목소리는 한국의 한의사로서 내는 목소리와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크에크! 우리나라 무형문화재래요 우와!


Q. 학생 때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셨나요?

학생 때부터 임상보다는 외부환경에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생각을 많이 물어봤어요. 일상 속에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정보를 얻고자 했던 거죠. 예를 들면, 대학 때 4년간 택견을 배웠어요. 시범단도 하고요. 제가 배운 도장이 외국인들이 전수를 받으려고 오는 유명한 곳이라 관장님을 도와 통역도 하면서 한의학에 대해 외국인들의 의견을 물어봤죠. “프랑스에도 한의학이 있니? 침이 뭔지 아니?” 했더니 자기 집에서 수지침을 쓴다는 거예요. 한의학은 아니지만 전통의학 요법이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는 거죠. 그 사람들에게 치료도 해주고, 보여주기도 했어요.


Q. 원래 보건직을 생각하셨나요?

한의대에 입학했을 때부터 한의학 의료 정책이나 연구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도 임상경험이 없으면 탁상공론이 될 수 있으니, 다양한 의료기관에서 일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대학병원 전문의부터 지원했죠. 인턴 면접에서 이런 얘기를 말씀드리니까 교수님이 ‘그런 거 하고 싶으면 대학병원에 올 필요 없는 것 아냐?’ 하시기도 했지만요. 그래서 특이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냥 남들처럼 한의원에서 진료하면 되지, 왜 네 발로 고생길을 가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일리 있는 말씀이죠. 하지만 그 꿈을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임상 경험을 쌓기 위해 여러 곳에서 일했고, 보건산업진흥원에도 용기를 내어 지원했어요. 여기서 일하는 매일매일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뭔가 쌓아져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임상경험 중에 독특한 경력이 보이네요?

전문의 취득 후 요양병원에서 1년 근무하고, 울산 현대중공업 사내 한의원이 생길 때 초기 스텝으로 일하면서 시스템을 세팅해 나갔어요. 당시 현대중공업에 일반 부속의원은 이미 회사 소속으로 있었어요. 의사 4-5명에 물리치료실도 있고 간호사도 몇십 명에 달하는 큰 규모로요. 반면에 저희는 동의의료원 의료진이 파견 나가는, 위탁 한의원 형태로 운영했죠. 울산에 현대중공업 공장이 크게 2곳이 있는데 먼저 생긴 곳에서 제가 일했고, 올해 두 번째가 생길 거라고 하네요.


Q. 작년 예방의학 시간에 기업체 내 한의원은 산업보건에 속한다고 배웠어요.(뿌듯)

저희는 산업의학 전문의가 없지만, 아마 부속 의원에는 산업의학 전문의가 있었겠죠? 일할 땐 몰랐는데 나중에 이런 곳이 산업보건에 속한다는 걸 알았어요.

레고 사내의원은 이런 느낌일까요...? ㅎㅎ


Q. 현대중공업 사내 한의원에서 일하실 때의 장단점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좋았던 건 회사 창립기념일 같은 현대중공업이 쉬는 날 저희도 휴일이라는 점? (웃음) 병원 소속이긴 했지만 파견근무라, 해당 기관의 일정에 따르다 보니 같이 쉴 수 있었죠. 그리고 외국인 환자를 볼 때 제일 재미있었어요. 침, 뜸, 부항도 소개하고 우리 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설명하고. 이제 전기치료를 할 건데 이런 효과가 있습니다, 하면서 홍보 도우미처럼 신나서 진료했어요. 실제로 효과를 보셨고요.


그런데 업무 강도는 높았어요. 직원 자체가 워낙 많다 보니 하루에 환자를 일정 인원으로 끊어서 예약을 받았어요. 현장 근로자 비율이 높아서 근골격계 환자가 많았는데 침, 부항, 뜸으로 치료하려니 몸이 힘들었죠. 저는 정경 침 위주로 치료 사용하는 스타일이라 환자 당 침도 20개, 많으면 30개씩 놓다 보니...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Q. 현대중공업 사내 한의원에서 진료하신 경험에서 어떤 걸 느끼셨나요?

현대중공업 직원분과 이야기하면서 그분들이 한의학에 무엇을 원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로컬에서 환자 개인이 요구하는 한의학이 있고, 기업에서 요구하는 한의학이 있는데 한의학이 산업의학 분야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직업마다 호발 하는 질환에 맞게 한의학적 치료를 정리해서 발전시키면 좋지 않을까?


실제로 40세가 넘도록 한의원을 가본 적 없는 분이 처음 이곳에 오셔서 침을 맞고 호전된 경우도 많았어요. 정형외과에서 계속 치료를 받았는데 효과가 없던 증상이 침 치료 후 정말 효과가 좋아서, 친구들에게 널리 알리고 다니셨대요. 그런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한의학이 열심히 길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내 부속 한의원은 무한한 블루오션 같은 곳이니까요.






Q. 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어떻게 일하시게 되셨나요?


사내 부속 한의원에서 8개월 정도 일하다가 보건산업진흥원에 채용공고가 났어요. 사실 그 전 해에 공고가 한 번 났는데 그때는 미국에 가려고 해서 지원하지 못하고, 계속 공고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기관에서 일해 본 경험이 필요하겠더라고요. 더군다나 매년 정기적으로 나는 자리가 아니니까 운이 좋지 않으면 몇 년씩 공고를 기다릴 수 있다는 생각에 지원했죠. 
3월쯤 홈페이지에서 공고를 확인하고 준비했어요.


Q. 잠시만요, 미국에 진출하실 준비도 하셨나요?


사내 한의원에서 일할 때 동료 원장님이 우즈베키스탄에 KOICA 글로벌협력의료진으로 가시게 되었어요. 같이 근무하면서 해외진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었는데, 
꿈이 있는데 계속 여기에만 머무를 거냐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여기 있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시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외국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죠. 사실 가장 원했던 길은 영국이든 미국이든 유학 후에 국제기구 인턴십을 하는 건데 그곳에 가는 길이 확실하지 않으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손을 댔던 것 같아요. 그러던 차에 임상경력도 있으니 한의사로 미국 진출은 어떨까 생각했던 거죠. 미국 한의사 자격증을 따야 하긴 하지만 공부해서 시험 치는 건 제가 늘 해오던 거니까요. 


Q. 그러면 NCCAOM도 따신 건가요?


NCCAOM(미국 침구사 시험)
은 총 4과목이 있는데 전 침구경혈만 봤어요. 다행히 통과를 했긴 한데 힘들었어요. 본4 국시 볼 때 분명 내가 다 외웠던 혈자리인데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웃음) 


Q. 맞아요. 그래서 어떤 선배님은 본4 끝나고 바로 따라는 조언을 하셨어요. 
미국은 어떠셨나요?


신기했던 게 다들 한국인 한의사를 고용하고 싶어 하시더라고요. 뉴욕 맨하탄에 있는 한의원 같은 경우는 한 원장님이 여러 곳의 한의원을 꾸려가셔서 맨하탄에만 2-3곳 있고 시카고에서도 오픈하려고 준비 중이셨어요. 뉴욕 UN 건물 바로 앞에 있어서 국제기구 직원들이 많이 오는 곳이었는데, 농담 삼아 이곳이 진정한 한의학 홍보의 장이 아니겠냐고 하셨죠. 미국이 훨씬 시장 가능성이 큰데 한국 한의사들이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고요. 


Q. 그렇군요. 다시 주제로 돌아가서, 공고를 보시고 지원하셨는데 그게 한의사를 모집하는 공고였나요?

아뇨, R&D진흥본부 내에 한의약 R&D를 담당하는 팀이다 보니 한의사가 유리했겠지만 한의학이나 중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분들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보건산업진흥원 채용과 업무부터는 2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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