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한의사, 밤에는 전문 번역가로서의 삶
대만드의 낙타는 어느 날 소설 『거울의 책』을 읽던 중 역자 소개란에서 이윤진 한의사님을 뵙고 흠칫했습니다. 이 책의 번역가가 한의사였다니요! 반가운 마음에 낙타와 백조는 인천 송도에서 활동 중이신 이윤진 번역가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진료와 번역, 두 가지를 병행해 오신 이윤진 번역가님의 이야기를 만나 보시죠!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번역가로서의 자세와 생활을 전해드립니다.
번역가로서의 생활
Q. 영어를 수준급으로 잘하는 것은 한의사로서 어떤 장점이 될 수 있을까요?
요새는 난치 질환을 보며 영어 실력에 대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난치 질환은 아직 정립된 의료 시스템이나 치료법이 없어서 새로운 치료방식들과 후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그것들을 가장 빠르게 접하고 소화할 수 있으려면 영어가 되어야 해요. 단순히 논문을 빨리 읽는 정도를 넘어,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는 외국의 마이너한 대체의학 강의나 경험담들도 습득할 수 있거든요. 주류 질환과 달리 난치성 질환에서는 이런 마이너한 강의들이 중요할 수 있어요. 대체요법을 찾거나 그것이 신빙성 있는지를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영어가 중요했어요. 또 해외의 뉴스가 우리나라에 여러 단계를 거쳐 들어오는데, 저는 그 소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해외 뉴스를 바로 볼 수 있으니까 더 빨리 듣고 판단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한편으로는 앞으로 AI가 발전할 테니 영어를 잘한다는 데서 오는 혜택이 적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해요.
Q. 번역가가 되기 전에 상상하던 번역가의 모습과 실제 번역가가 되어 생활하며 느끼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나요?
제 경우에는 번역가가 되겠다기보다는 용돈을 벌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번역 카페에서 일감을 구해 과외와 병행했어요. 그 과정에서 일을 다 마쳐도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있었죠. 그렇듯 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지나치게 어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제가 생각했던 딱 그 정도의 어려움이었거든요. 번역은 자신이 얼마나 알고 적합한 표현을 잘 떠올리는지의 문제이므로, 본인과의 싸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번역 일이 상상 초월로 어렵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대학생 때 기술 번역을 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출판 번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점에서는 차이가 있어요. 또 기존에는 문학을 번역해왔지만, 최근에는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전문 번역을 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에요. 사실 의료나 건강 분야의 번역에 대한 의뢰도 많이 들어오긴 하거든요.
Q. 스릴러부터 SF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번역하고 계신데요, 번역할 원작 도서를 고르시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가 책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출판사에서 의뢰하는 대로 번역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제가 먼저 제안할 수도 있지만, 출판사의 방향이나 시장성을 고려하여 결정은 출판사에서 하게 되죠. 또 좋은 원서더라도 저작권을 따오는 과정에서 가격이 적절하지 않으면 선정되지 않기도 해요. 대부분의 번역은 그런 식입니다.
Q. 번역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 점이나 자신만의 원칙이 있으신가요?
저는 외국어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는 걸 좋아해요. 작가가 일부러 어떤 부분은 어색하게 느껴지도록 쓰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 언어는 어색함을 요구하는 언어인 거죠. 그런데 그 문장의 어색함을 그대로 전달하다 보면, 원서를 읽지 않은 국내 독자에게는 그 어색함이 번역가의 무능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지나친 직역이다, 실력 미달이다, 라는 거죠. 사실은 작가가 일부러 그렇게 표현한 것인데도요. 독자 사이에서도 읽기 편하게 번역하는 것과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전해지도록 번역하는 것 사이에서 입장이 갈려요. 하지만 판단은 독자와 시장의 몫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의도로 번역했더라도 독자들이 거부한다면 제가 반성해야 하는 거예요. 이런 마인드가 아니면 번역 일에 종사하기가 힘들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면 메인 창작자가 되어야죠. 번역은 창작을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작품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신이 언급되는 것 자체가 실례되는 일이에요. 번역가는 언급이 안 되어야 잘 된 거예요. 번역을 칭찬하는 경우는 잘 없으니까요. 그러려면 최대한 원작을 따르되 피드백이 있으면 반영하며 점점 독자와의 간극을 좁혀가야겠죠.
출판 이전에 출판사의 피드백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출판 이후 독자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을 때도 있어요. 그러면 ‘아 이러면 안 되는구나’하고 반성하고 성장하는 거죠. 출판사 편집자들이 계속 해주는 조언이 ‘글 속에 갇히지 마라’예요. 글 속에 갇히면 자연스러움을 놓치기 쉽거든요. 그런데 번역가는 일차적으로 원서를 보기 때문에, 글이 주는 틀에 갇히기 쉬워요. 그리고 그 틀을 그대로 옮기다 보면, 부자연스러워질 때가 많은 거죠. 그래서 갇히지 않는 게 번역가의 실력인 것 같아요. 글 속에 갇히지 말라는 말의 의미는, 독자의 시점도 고려하라는 뜻이에요. 물론 처음 번역할 때 번역가는 원작을 어떻게 살릴지에 주목하기 때문에 그래서 원작에 집중하죠. 그런데 출판사와 시장에서 원하는 것은, 독자가 책을 잘 받아들이는 거예요. 따라서 원작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역가의 시선이 독자에게도 가 있어야 해요. 독자가 원하는 쪽으로 맞춰줘야 하니까요. 이 부분을 맞춰가는 것이 실력이고, 많은 경험의 축적이 요구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저도 이 시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계속 피드백과 비판을 수용하면서 배워나가는 거죠.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비판도 많이 받고 있죠. 하지만 비판에 굴하지 않는 멘탈도 갖고 있어야 해요. ‘이 시장에 들어올 때부터 90% 이상의 출판사가 나에게 거절을 했는데 이쯤이야!’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창작 쪽은 다 그래요. 자격증으로 일하는 직종은 진입 장벽이 높지만 일단 들어가고 나면 굉장히 수월하잖아요. 반면 그 외의 직종들은 밥 먹듯이 거절당하고, 밥 먹듯이 반성하고, 밥 먹듯이 맞춰 나가고. 그래야지 살아남는 것 같아요.
Q. 번역가가 가져야 할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좋은 번역가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꾸준히 노력하시나요?
앞서 말했듯이 독자와 원작을 잘 연결해주는 능력이 필요해요. 그리고 내 고집을 버려야 해요. 그래야 편집자가 주는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어요. 물론 편집자의 말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정확해요. 왜냐하면 편집자가 출판 경험이 더 많고, 독자의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거든요. 번역가는 원작의 시선으로 보고 있어서, 편집자와는 시선 자체가 달라요. 그래서 번역가가 캐치하지 못하는 걸 편집자가 잡을 때가 많아요. 근데 ‘나는 이렇게 열심히 고민했는데 감히…!’ 이렇게 고집을 세우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거죠. 내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틀릴 수 있다는 것, 노력과 결과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항상 머릿속에 갖고 있어야 해요. 그리고 언제든지 편집자가 ‘버려’ 하면 버릴 수 있는 멘탈. 그런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소통이 잘 되고, 결과물도 좋게 나와요. 물론 저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사실 잘되지 않을 때도 있어요. 제가 열심히 노력한 것은 다 자식 같거든요. 근데 내 자식을 나 혼자 보려고 했으면 그냥 혼자 훔쳐보면 되지 세상에 내보낼 필요가 있겠어요? 자랑하려면 그걸 보는 대중의 시선으로 바꿔줘야 하는 거죠. 그래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한 거고, 시장성을 계속 봐야 하는 거예요.
좋은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있다면, 저는 악플을 많이 보고, 번역할 때 조사를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조사를 많이 해도 항상 ‘이 번역가는 인터넷 서칭 한 번도 안 했다’라고 악플은 붙어요. 그 간극은 번역가가 원작의 틀 속에 갇혀서 보지 못하는 것 때문에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 부분을 계속 개조하고, 조금씩 버리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거죠. 이런 면에서 저는 전문 번역가라고 할 수가 없어요. 번역만 목숨 걸고 하시는 분들께, 사실 저 같은 사람들은 시장을 흐리는 미꾸라지죠. 그래서 그 미꾸라지가 물을 흙탕물로만 만들지는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계속 노력해야죠. 영 아니다, 하면서 나중에는 나올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하기로 했으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번역가 일을 하면서 보람차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힘든 건 항상 마감에 지치는 거죠. 그리고 제게 너무 낯선 분야의 책의 번역 일감이 들어왔을 때가 어려워요. 그럴 땐 ‘내가 왜 맡았을까…’ 생각하면서도, 열심히 조사하고 최선을 다해요. 과거 나의 선택과 편집자님의 믿음에 책임을 다하는 거죠. 물론 악플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럴 땐 ‘내가 부족하구나’ 생각하고 넘어가요. 보람찰 때는 ‘가슴이 웅장해진다’ 같은 댓글을 봤을 때예요. 또 후기를 딱 봤는데 책이나 작가의 얘기만 딱 나오고 저는 한 번도 언급이 안 된 걸 보면 되게 뿌듯해요. 이 업종에서 칭찬 피드백은 없기 때문에, 번역가가 그림자처럼 사라져주는 게 칭찬이에요. 그리고 제가 딸이 둘인데, 우리 딸이 “엄마 책 나왔어?”, “엄마가 한 책이야?” 이런 얘기를 할 때 뿌듯해요. 열심히 사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 든다는 점에서요.
Q. 언젠가 꼭 직접 번역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힐링이 되는 YA(Young Adult) 소설을 하고 싶어요. 근데 요새 시장이 자극적인 작품을 선호해서, 원작 시장 자체에서 힐링 소설 출간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아요. 또 국내 시장에서도 옛날처럼 시리즈물을 출판하기가 어려운 분위기예요. 예를 들어 7권짜리 시리즈이면, 7권 내내 끝까지 긴장의 끈을 안 놓치고 잘 나온 작품들이 생각보다 없어요. 그래서 번역을 다 해도, 1권만 보고 끝나는 국내 독자들이 많아요. 저는 계속해서 제안하고 있지만, 이런 사정들에 의해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많이 거절당하고 있죠. 한편, 좋은 힐링 YA 소설 자체가 원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난관이에요. 저는 개인적으로 『헝거 게임』을 철학적인 시선과 힐링, 재미를 다 녹여낸 정말 엄청난 작품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원작 시장에 계신 분들도 제2의 『해리포터』, 제2의 『헝거 게임』을 계속 찾고 있지만 안 나오는 거죠. 그래서 우선은 그런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고, 만일 제게 온다면 악플이 달리지 않도록 정말 최선을 다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두 번째로는 지금 기능신경학 쪽을 계속 공부하고 있거든요. 이 분야를 어느 정도 궤도권까지 공부해보고, 분야가 괜찮으면 국내로 들어오는 책들을 번역해 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대만드 공통 질문
Q. 이제 대만드 공통 질문인데요, 인생 그래프를 그리신다면, Up(가장 뿌듯했던 순간) & Down(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극복방법)이 있으실까요?
저는 시나리오를 되게 많이 쓰는 사람이라고 앞서 말했는데요, 시나리오 속에서 이미 인생의 최저와 최고를 정리했기 때문에 실생활에서는 감정 기복이 그리 많지 않아요. 그래도 한의대에 딱 붙었을 때는 ‘해냈다’, ‘나 이제 잘 나갈 거야’ 이렇게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도 있었죠. 난 다를 줄 알았어요. 앞에 또 창창한 가시덤불 밭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죠. 최저일 때는 도중에 포기하고 싶었을 때예요. 근데 그 느낌을 항상 경험하다 보니 저도 제 패턴을 아는 것 같아요. 거의 다 왔을 때, 마지막 하나만 조금 더 힘내면 끝날 때, ‘이걸 다 해내도 결과가 고작 이거일 텐데. 허무하고 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맨 끝에, 정상에 도달하기 전에 정상이 안 보여서 제일 어둡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딱 들면 ‘그래 네가 고지가 앞이라서 또 이 생각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선택권을 주는 거죠. ‘내가 이걸 여기서 그만두면 여태까지 했던 게 다 수포가 되는데.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그러면 결과야 어쨌든 ‘했다’라는 얘기라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데. 그러니까 그냥 계속 밀고 나가보자. 결과로 이어지면 좋은 거고, 안 되면 다른 걸 해보지 뭐.‘ 그런 다짐의 연속인 것 같아요. 그게 멘탈 관리죠. 어릴 때는 뭣 모르고 허무하고 포기하고 싶은 생각들에 휘둘렸던 시절이 있다면, 이제는 ‘그래 올 때가 됐구나’ 하면서 올라가는 것 같아요. 이게 바로 나이의 관록인 것 같아요. 이렇게 다짐하면 덜 진지한 태도로 다른 분야에 뛰어들 수 있어요.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중간에 싫증이 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난 끝은 낼 거니까.’ 이런 마인드로 하나씩 도전하는 거죠. 그래서 새로운 분야가 나랑 맞지 않고 그만두고 싶어도, 최소한 하나의 퀘스트는 완수했다는 성취감을 제게 주려고 해요. 그래야 제가 힘들어서 그랬던 건지, 아니면 진짜 나랑 안 맞는 건지 알 수가 있으니까요.
Q.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거나 졸업을 앞둔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사람 공부 많이, 여행 많이, 연애 많이. 많이 놀아도 보고, 알바도 많이 해보고요.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시야가 넓어지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저는 여행을 다녀도 유럽이나 미국처럼 잘 갖춰진 데를 갈 거면, 그 나라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해서 그쪽 역사를 다 알고선 들어가서 경험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그게 귀찮은 사람이면 제3국에 다니라고 하고 싶고요. 소매치기도 당해보고, 사기당해서 갈 곳 없이 노숙도 좀 해보고, 그러면서 ‘사람이 악한 행동을 하는데 동시에 순수할 수도 있구나’ 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이상한 회색지대도 경험해보는 거죠. 그런 경험들이 나중에 다 자양분이 돼요. 한의원이라는 좁은 곳에 갇혀있으면, 환자들이 계속 들어올 뿐 난 나가지 않으니 시야를 확장하기 어렵거든요. 반면 자양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환자들의 고생의 스펙트럼을 받아줄 수 있는 그릇이 커져요.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는 그저 진상으로 느껴지는 상황도, 경험이 다양한 사람이 보면 ‘아파서 그렇구나’ 하면서 보듬을 수 있는 거죠. 그러면 스트레스를 안 받고 이 업종을 오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쪽으로의 공부는 어렸을 때 할수록 더 효과가 있는 공부라고 생각해요. 사람 공부를 하면 좋겠어요.
Q. 앞으로 번역가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번역가님의 future step이 궁금합니다.
제가 세상을 바꿀 거라는 생각은 너무 자만한 생각이라고 생각하고요. 저는 제 삶에 충실하고 저와 인연이 닿는 사람에게 조금 더 긍정적인 삶을 선사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또 제게 제일 중요한 사람들에게 잘 살고 있는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나중에 죽을 때 ‘잘 살았다’ 하고 응원을 받을 수 있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현재는 창작 쪽으로도 발을 들이고 있고, 번역 일을 계속하고 있으며, 한의사로서는 지금 언어재활사 자격증 공부를 같이하고 있어요. 저는 지금 발달장애 아이들의 난치성 질환을 공부하는 중이거든요. 지금으로서는 턱없이 부족한 지식과 실력이지만, 조금씩 계속 쌓아서 저도 터득한 바를 나눠줄 수 있는 역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대만드에서 다음에 만나 뵐 분을 추천해주신다면 어떤 분이 계실까요?
외국으로 나가서 DO(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관련 공부를 하셨던 박수호 원장님이요. 한의사를 하시던 중 외국으로 가서 CST(cranio-sacral treatment)라는, 뇌·천수·척추의 리듬을 맞추는 분야 대가들의 강의를 듣고 오셨어요.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셔서 CST 강의도 하고 계시고, 그것을 한의학적으로 소화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계세요. 또 발달장애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를 위해서 많은 부모 교육과 플랜도 진행하고 계세요.
또 이웅진 원장님을 추천드려요, 추나학회에서 교육위원으로 활동하셨고, 추나의 FDM 기법과 CST를 뇌기능학에 독자적으로 혼합하여 중증 뇌성마비를 비롯한 다양한 발달장애 아이들을 치료해오셨어요.
그리고 제 책 『허준의 후손은 고3 수험생』의 그림을 맡아주신 조종혁 학생도 인터뷰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졸업하신 분들은 많은 고민 끝에 완성형의 단계에 있잖아요. 학생분들은 아직 새싹의 에너지를 갖고 탐구하고 있거든요. 그런 학생분들을 인터뷰 해보면 또 다른 에너지를 얻어 가실 수 있을 거예요.
원장님이 미국에 계실 적부터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하고 현재의 번역가로서의 삶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들으니 번역가로 자리잡고 살아가는 것, 또 끊임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일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습니다. 번역가님이 하고 계신 공부와 미래의 작품들도 응원하겠습니다!
Interviewer. 낙타, 백조
Editor.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