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질환에 난치는 없다 : 한방으로, 완전관해로
여러분은 졸업 후 임상에 진출한다면 어떤 질환을 위주로 진료하고 싶으신가요? 오늘은 오랜 기간 잘 낫지 않는 피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분들의 미소를 되찾아주시는 생기한의원의 박치영 원장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박치영 원장님이 말씀하시는 한의학의 빛나는 가치를 지금, 대신 전해드립니다!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외 임상실습 추천 교육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겸임교수
중부대학교 피부미용학과 외래교수
(현) 생기한의원 강남역점 대표원장
Intro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대전대학교 96학번이고 올해로 21년 차 한의사 박치영이라고 해요. 지금은 생기한의원 강남역점에서 난치성 피부질환을 진료하고 있어요.
Q. 요즘 원장님의 일과, 그리고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제 일과는 집-한의원으로 심플해요. 아침에 출근해서 한의원에서 진료하고 퇴근하면 아이들 학원 라이딩하는 일정이에요. 수요일은 한의원 휴무일인데, 나중에 한의원을 오픈하시면 아시겠지만, 한의원의 잡무가 많아서 종종 수요일에도 한의원에 출근해서 잡무를 처리하고 있어요.
Q. 원장님은 한의대 다니던 시절 어떤 학생이셨나요?
저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적인 학생은 아니었어요. 저희 때는 한약 분쟁으로 투쟁을 많이 하던 시절이었어요. 심지어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모든 학생이 전체 유급을 당하기도 했죠. 한의대 시절에 예과 학생회장과 한의과대학 학생회장을 맡았기 때문에 공부보다는 한약 분쟁과 같은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학생이었어요.
Q. 한의대 재학 시절 어떤 모습의 한의사가 되길 꿈꾸셨고, 그 점이 현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저희 때는 한약 분쟁으로 한의사라는 직업 자체의 미래가 불투명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과연 앞으로 한의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늘 있었어요. 좀 전에 말씀드렸듯이 전체 학년이 유급을 당한 이후에도 수업 거부를 안 한 학기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절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어떤 한의사가 돼야지’처럼 미래의 모습을 꿈꿀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피부 질환 진료
Q. 난치성 피부질환에 관심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피부와 피부질환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보통 한의대를 졸업하고 공보의를 마치면 수련, 부원장, 개원이라는 선택지가 있잖아요. 저는 당시 이미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개원하려 했어요. 그래서 공보의 기간에 열심히 개원 준비를 했어요. 추나랑 비만, 비염 등을 공부하면서 동네 한의원을 개원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죠.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우리 한의원에 피부 환자가 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보의 시절에는 시간이 워낙 많잖아요. 그래서 피부질환 공부를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었죠. 그리고 한의계에서 피부로 유명한 선배 한의사를 수소문해서 직접 찾아뵙죠.
그분이 바로 배독생기한의원의 도영민 원장님이에요. 2006년 당시 분당에서 200평이 넘는 입원실을 구비한 한방병원 수준의 피부 전문 한의원을 운영하고 계셨어요. 아마 오늘날 유행하는 입원실 한의원의 효시가 아닌가 싶네요.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일면식도 없는 도영민 원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실습하고 싶다고 용감하게 찾아뵈었죠. 너무나 흔쾌하게 허락해 주셔서 일주일 동안, 한의원 입원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진료를 참관했죠. 참관을 마친 마지막 날에 원장님께서 ‘자네 나랑 같이해볼 생각 없나’라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리고 대전에서 한의원을 개원하고 피부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게 된 것이 생기한의원의 시작이에요.
용감하게 참관 신청을 하신 게 원장님 미래에 많은 영향을 끼쳤네요!
저는 학생 시절이나 공보의 시절에 여러 선배 한의사님께 참관 신청을 했었어요. 참관 신청을 할 때도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진료를 하는 입장에서 누군가가 참관한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도 도영민 원장님께서는 참관 신청을 받아주시고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된 것이 제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도영민 원장님께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원장님께서 피부질환을 공부해 오신 구체적인 과정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운 좋게도 도영민 원장님께 도제식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힘든 점이 별로 없었고, 공부의 과정이 주도적이지도 않았어요. 도영민 원장님이 떠먹여 주는 거를 받아먹기만 해도 되는 입장이었죠. 도원장님은 피부 치료뿐만 아니라 한의학적인 생리, 병리, 진맥, 사상의학, 상한론에 두루 조예가 깊은 분이셨죠. 제 입장에서는 최고의 한의학 사부를 만난 거죠. 완전 대박이었죠. 학교 때 공부를 안 해서 워낙 기초가 부족했는데, 이분 밑에서 도제식으로 생리부터 진맥과 처방까지 배웠으니, 이걸 소화하는데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웃음) 당시에는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의론을 이해하는 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다 썼어요.
Q. 난치성 피부질환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가요?
한방 생리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환자의 병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생리를 제대로 알아야 하거든요. 그리고 중요한 것은 피부는 피부로 끝나는 조직이 아니라는 것이에요. 과거 양방에서는 피부질환이 식습관과 연관이 없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최근에는 양방에서도 ‘gut-brain-skin axis(장-뇌-피부축)’라고 해서 피부질환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려고 하고 있죠. 뇌의 신경 전달물질이나 스트레스에 관련된 호르몬에 의한 반응이 장의 면역기능과 대사 기능에 밀접하게 연결되고 피부와도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는 관점이죠. 이처럼 최근에는 양방에서도 피부질환을 전신적으로 유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그런데 한의학은 원래 융합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하잖아요. 심지어 피부(皮膚)라는 글자 안에 위장 위(胃) 자가 들어가 있어요. ‘gut-brain-skin axis’나 ‘폐-대장-피부’의 연결은 한의학적인 관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하죠.
저는 난치성 피부질환은 감히 없다고 말하고 싶어요. 이것은 양방에서 규정한 패러다임에 불과해요. ‘난치’라고 명명했지만, 한의학적인 관점으로는 얼마든지 해석이 가능하고 결론적으로 잘 치료할 수 있어요. 양방의 패러다임에서는 치료가 어려울 수 있겠지만 한의학적인 패러다임으로는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싶어요.
Q. 양방 피부 치료에 비해서 한방 피부 치료가 갖는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볼 때는 모든 게 장점이에요. 굳이 한 가지 단점을 말씀드리자면, 국민들의 1차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 단점이죠. 아토피 피부염을 비롯한 대부분의 난치성 피부질환은 한방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어요. ‘난치성 피부질환은 없습니다’라고 대국민 선전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죠. 양방적인 패러다임으로 설정했을 뿐인데, 굳이 이러한 패러다임에 우리 한의사들이 구속될 이유는 없죠. 그리고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도 한의 피부 치료는 유용한 가치가 될 수 있어요.
Q. 완치의 기준은 그 병변이 깨끗해지는 건가요?
외피가 깨끗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 질환 자체가 완전 관해되는 거죠. 물론 재발도 예방할 수 있어야 하고요. 피부 질환이 한의 치료로 워낙 치료가 잘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많은 피부 프랜차이즈 및 피부 네트워크 한의원들이 있는 거죠. 한의계에서 피부처럼 특정 진료영역이 이렇게까지 활성화된 경우가 매우 드물어요. 그만큼 피부 질환을 잘 치료하는 한의원들이 많다는 것이 사실이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의 사례가 있으신가요?
20년 가까이 피부를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환자가 많아요. 저를 찾아온 분 중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고 이미 메이저 대학병원에서도 치료를 포기한 환자분들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환자분은 수능시험을 치르고 내원한 고3 수험생이었어요. 전신의 화폐상 습진 때문에 온몸에서 진물이 줄줄 흐르는 상태로 내원했죠. 이분의 외삼촌이 유명한 의사셨는데요. 조카에게 ‘더 이상 양방 치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 한방 치료를 받아보자’라고 하셔서 저희 한의원에 내원했다고 해요. 10년 넘게 대학병원에 다니면서 스테로이드제로 버티고 버티다가 수능을 치르고 내원한 거예요. 힘들었던 스테로이드 리바운드 반응을 견뎌내고 피부에서 진물이 멈추기까지 1년 이상이 걸렸어요.
젊은 친구가 정말 힘들었을 텐데 그 어려운 과정을 잘 견뎌주었죠. 물론 제 앞에서도 울기도 참 많이 울었어요. 그 친구는 무사히 대학교를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했어요. 최근에는 바디 프로필도 찍었다고 연락을 주더라고요. 건강을 회복해서 평범하고 편안한 일상을 보내는 환자분들과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한 일이죠.
Q. 피부 질환을 치료하실 때 어떤 치료 방법을 가장 주되게 사용하시나요?
주되게 사용하는 치료법은 따로 없는 것 같아요. 모든 한의학적인 치료법을 다 동원하죠. 저희 한의원에 내원하시는 피부 질환 환자분들은 중증의 케이스가 대부분이에요. 일반 동네 의원이나 대학병원을 전전하시다가 치료가 안 돼서 내원하는 어려운 케이스의 환자들이죠. 그래서 침, 뜸, 약침, 한약, 외용제, 광선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일상생활을 건강하게 만드는 거예요. 한약 복용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규칙적으로 건강한 음식의 식사를 하는 거죠. 난치성 피부질환은 안 긁고, 안 좋은 음식 안 먹고, 잘 자고, 운동하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런데 그런 부분이 잘 조절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다시 한약 복용이 중요해지는 거예요.
그리고 피부는 인체의 가장 바깥에 있기 때문에 외부 육기(六氣)의 자극을 파악해서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죠. 매일 찬 바람 맞으면서 실외에서 일하는 동네 야채 가게 직원분이, 붉은 얼굴로 내원을 했다고 가정을 해볼게요. 이분의 얼굴이 붉어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분의 붉어진 피부에서 어떤 질환명을 확정해야 할까요? 이런 경우에는 얼굴에 발생하는 여러 피부염과의 감별 진단도 매우 중요하죠. 결론적으로 이 케이스는 동상이에요. 이분이 당장 다른 직장을 구할 수도 없으니, 마스크를 잘 써야 한다고 안내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런데 마스크 착용만으로는 한기(寒氣)에 의한 피부 손상을 예방하고 피부를 회복시킬 수 없기 때문에 좀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한약, 침, 약침, 광선 치료가 더욱 중요해지는 거예요.
Q. 난치성 피부 질환 환자들을 대할 때 특히 어려운 점이나 고민이 있으실까요?
환자의 병리 기전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을 때가 힘들어요. 그럴 때는 그 병리기전이 구체적으로 그려질 때까지 찾아 들어가야 해요. 계속해서 문진해야 하고 진맥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죠. 그리고 각각의 사상체질에 따라 나타나는 패턴도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체질 감별도 중요해요.
Q. 피부 질환에 대한 역대 제가의 의론 중 어떤 의론에 가장 공감하시나요?
근현대 한의사 중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뛰어난 의가는 동무 이제마 선생님과 석곡 이규진 선생님이라고 생각해요. 석곡 선생님은 양기를 중요시했죠. 저도 난치성 피부 질환에 부자, 인삼과 같은 약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역대 제가들은 피부질환이 화열(火熱)에 속하는 실증이라고 보는 경향이 많았는데, 석곡 선생님은 실증뿐만 아니라 허증의 경우도 잘 감별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독보적이면서 탁월한 관점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석곡 선생님의 의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동무 이제마 선생님은 더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요. 사상의학만큼 한의학의 역사를 통틀어서도 이만큼 창의적이고 탁월한 의학이 있을까 싶어요. 사상의학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너무 재밌고 그 뛰어난 효과에 놀라게 돼요.
Q. 곤지름, 완선, 서혜부 습진 등은 생식기 주위를 침범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확인하거나 치료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고 예상이 되는데 어떤가요?
생식기 부위라는 특수성이 분명히 있지만 그렇다고 치료가 어려운 피부 질환은 아니에요. 다만 완선과 같은 진균 질환은 치료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죠. 오늘날 뛰어난 항진균 효과를 발휘하는 한방외용제가 많이 개발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양방의 항진균제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곤지름과 같은 바이러스 질환은 비교적 치료가 빠른 피부질환이죠.
질문하신 것처럼 부위의 민감성과 특수성을 고려해서 환자분들이 불편감을 느끼지 않도록 1인 진료실을 구비할 필요성이 있어요. 그리고 환자분들을 최대한 배려하면서 섬세하게 진료하고 치료하는 전문성이 필요한 것도 분명하고요.
Q. 수많은 피부 질환 중 원장님께서 개인적으로 더 특별히 관심 가는 질환이 있으실까요?
아토피 피부염, 물사마귀 등등 소아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피부 질환에 관심이 많은데요. 아이들은 피부 질환이 발생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회복 탄력성도 좋아서 한의 피부 치료로 빠르게 회복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한의원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서 한의학의 가치를 이해하고 한의학에 우호적인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소아 환자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과 에너지를 쏟는 것 같아요.
생기한의원 이야기
Q. 생기한의원 네트워크의 첫 시작이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린 부분과 이어지는 내용인데요. 처음에는 도영민 원장님을 따라서 배독생기 네트워크 한의원을 시작 했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도영민 원장님께서는 네트워크 사업을 중단하시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도원장님은 사업가적인 기질보다는 학자적인 기질이 강한 분이셨어요. 저는 그런 도원장님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었죠.
그런데 저 역시 처음부터 생기 네트워크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당시에 저는 박치영한의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저와 함께 근무하던 부원장이 “나는 형을 보고 네트워크 한의원을 함께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나는 어떡하냐”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듣고 보니 그 후배의 입장도 이해가 되잖아요. 그래서 함께 네트워크를 시작하자고 마음을 모으게 되었죠. 그 후배가 지금도 함께 하는 신도림점의 이신기 원장이에요. 제 가장 오래된 네트워크 파트너죠. 부끄럽고 낯설어서 한 번도 고맙다고 말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요. 이번 자리를 빌려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의원 이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던 차에 간판을 보면서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미 달린 간판이 ‘배독생기한의원’이니까 배독만 빼고 ‘생기한의원’으로 바꾸면 간판비를 아낄 수 있잖아요!
하지만 ‘생기한의원’이라는 이름을 제가 쓰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도영민 원장님한테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셔서 그렇게 생기한의원 네크워크가 시작된 거죠.
Q. 한의원 초기에는 난치성 피부 질환에 대한 한의 치료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초창기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예나 지금이나 대중들의 인식은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비주류 의학의 설움은 여전하죠. 그런 점이 제 마음을 가장 힘들게 해요. 그리고 과거보다 지금은 마케팅하기가 더 어려워졌어요. 왜냐면 그때는 모든 마케팅이 네이버에 집중하면 괜찮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네트워크 한의원의 시작이 네이버의 태동과 함께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죠. 그때부터 피부 네트워크, 비염 네트워크, 비만 네트워크 등등 네트워크 한의원들이 시작되었어요. 네이버의 성장과 함께 네트워크 한의원도 성장할 수 있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네이버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졌어요. 그리고 구글과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마케팅 채널이 다양해졌어요. 예전에는 네이버 광고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지금은 한의원을 알리기 위해서 수행해야 하는 마케팅 활동이 더 어려워지고 복잡해졌어요. 결과적으로 한의원 마케팅이 훨씬 힘들어졌죠. 이런 상황이 네트워크를 비롯한 특화 한의원에는 위기로 작용할 수 있고, 실제로도 많은 네트워크 한의원과 특화 한의원들이 위축되고 있어요.
Q. 네트워크 한의원 운영의 장단점과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이 무엇인가요?
네트워크 한의원의 장점은 집단 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에요. 저희가 코로나 이전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씩 모였어요. 각 지점에서 마주한 케이스를 매달 공유하는 스터디를 한 것이죠. 예를 들어서 제가 오늘 특별한 피부 질환 환자를 진료했다고 하면, 저의 이러한 경험이 한 달 이내에 모든 지점 원장님들과 공유되는 거죠. 케이스를 공유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집단 지성이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은 개인 한의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큰 장점이죠. 그리고 함께 마케팅을 진행하고 경영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요. 동병상련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들과 늘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죠.
단점은 집단 지성의 발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거예요. 다들 본인이 누구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소통이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소통이 되지 않고 집단 지성이 발휘되지 못하면 네트워크가 한순간에 해체될 수 있어요. 그래서 함께 네트워크 하는 원장님들끼리 인화(人和)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기적인 학술 모임 외에도 함께 등산을 간다든가, 해외여행을 가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음 달에는 예약하기 어려운 파인다이닝 식당에서 다 같이 식사하려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근데 네트워크 안 하는 게 정신 건강에는 더 좋을 수 있어요. (웃음)
Q. 생기 피부과학 연구소에서는 ➀ 의료통계 ➁ 처방 연구 및 치료제, 치료술 연구 개발 ➂ 임상 연구 ➃ 교육 등의 일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에 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현재 오픈 준비 중인 부천점까지 해서 모두 20개의 지점이 있어요. 대부분 원장님은 진료하면서 동시에 경영해야하기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요. 환자 치료뿐만 아니라 직원 채용, 세금, 지역 마케팅 등 해야 할 잡무가 끊이지 않죠. 지점 원장님들은 각자의 한의원이라는 섬에 고립되어 계신 분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관할할 수 있는 센터가 부재하다면 각 지점이 파편적으로 흩어지게 돼요. 결론적으로 네트워크로 연결해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심점이 생기 피부과학 연구소인 거죠. 네트워크의 구심점이라고 보시면 돼요. 물론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학문과 의료가 있어야 하겠죠.
구체적인 업무로는, 워크숍과 세미나를 준비하고, 지점 원장님들이 치료하신 케이스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통계를 내거나 논문을 준비하는 등의 일을 해요. 무엇보다 각각의 질환에 대한 진료 프로토콜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는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죠.
후배들에게전하는 말
Q.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스스로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특히 어떤 모습의 한의사가 될지 고민하거나, 인생의 갈림길에 있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좀 더 일찍 명상을 접해서 제 마음을 살피면서도 제 주변을 더 살피고 싶어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좀 더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가 인생을 오래 살아보진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멘탈인 것 같아요. 인생이 짧은 것 같지만 길게 느껴지기도 해요.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많은 우여곡절을 겪는 것이 보통 우리의 인생사잖아요. 인생에서 뜻하지 않는 고난을 만나더라도 내 마음이 바로 서 있다면 조금 흔들리더라도 결국은 이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요즘 흔하게 말하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표현과 같은 맥락이죠. 그래서 마음을 보살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요.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그리고 그 마음을 모아 뜻을 세우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그 기초를 닦는 것이 학생 시절에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마음의 여유가 한의학을 더 잘 이해하고 공부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명상을 통해서 한의학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원장님 같이 특정 분야에서 치료의 대가가 되고자 하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한 한의대생이나 새내기 한의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저는 한의학적인 생리의 이해가 그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양방 생리학과 한방 생리학의 같음과 다름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생리는 가장 기본이잖아요. 그 기본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시작도 어려울 것 같아요. 따로 책 같은 거 사서 볼 필요 없이 도영민 원장님 유튜브 강의를 참고하셔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전부 공개되어 있거든요. 요즘은 공부하기도 참 쉬운 세상이 됐어요. (웃음)
Outro
Q.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과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그 극복 방법이 궁금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라... 인생은 운칠기삼인 것 같아요. 학생 때 공부와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이렇게 네트워크 한의원을 운영하고, 강남역에서 한의원을 운영할 거라고는 감히 꿈꿔본 적도 없었어요. 저는 대전의 변두리에서 한의원을 처음 시작했어요. 시골 출신인 저에게는 대전도 무척 큰 도시였어요. 그래서 비록 변두리이긴 하지만, 대전에서 한의원을 오픈한 것이 무척 감사한 일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운 좋게도 한의사라는 직업이 제 적성에 너무나 잘 맞았어요. 한의학 공부 자체가 적성에 맞는지는 고민이 많았지만, 한의사라는 직업은 너무나 적성에 잘 맞았던 거죠.
그래서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말 신나게 한의원 업무에 집중했던 것 같아요. 대전의 변두리에서 2년 만에 대전의 가장 번화가인 둔산동으로 이전했고, 그 이후에는 교대역을 거쳐 지금의 강남역으로 왔어요. 이제 뉴욕만 가면 돼요. (웃음)
힘들었던 순간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했을 때에요. 저는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동생도 의사고 저도 한의사인데 부모님의 병마 앞에서는 너무나 무기력했어요. 누구나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면 효자가 된다고 하잖아요. 저도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살아계실 때 좀 더 자주 찾아뵙고 효도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후회로 남아요.
저는 학생 때부터 명상을 꾸준히 했는데요. 힘들었던 시절에 명상을 더 집중적으로 하면서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오랜 기간 명상을 해 왔고 앞으로도 명상을 계속하면서 마음을 살피려고 해요.
Q. 앞으로의 장기/단기 목표가 궁금해요.
저는 평소에 목표를 세우는 타입은 아니에요. 아마 목표를 가지고 했으면 이렇게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말씀드리자면, 저는 현재 피부 진료가 너무나 행복하고 한의학 공부가 좋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진료하는 것이 장기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돈을 빨리 벌어서 빨리 은퇴해야지 하는 생각은 잘 안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노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거의 일 중독자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 삶이 대단히 만족스럽고 행복해요. 제가 뭐라고, 멀리 지방이나 해외에서 내원하시는 피부 환자분들을 뵐 때마다 나름의 사명감도 생기고, 그분들이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자 감사함이에요.
그리고 단기 목표라고 하면, 지금 생기한의원이 전국에 20개 지점이 있지만 제가 생각한 목표 지점 수는 24개 정도거든요. 지역으로는 전주나 울산, 제주, 원주 등을 고려하고 있어요. 그런데 비수도권 쪽은 인기가 없는 편이라서 개원하시려는 원장님들이 별로 없으세요. 그래서 이런 지역에서도 생기한의원을 오픈하는 것을 단기 목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원장님은 네트워크 규모가 커지는 거에 대해서 부담감은 없으신가요?
당연히 부담감이 커요. 제가 진료하는 강남역점뿐만 아니라 다른 지점들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저런 부담감이 심하죠. 하지만 오히려 규모가 커지면서 역설적으로 부담감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는 것 같아요. 좋은 한의사 원장님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하면서 저 역시 새롭게 배우고 깨닫게 되는 부분이 많아요. 그리고 저희 한의원 인근에 본사 사무실이 있는데요. 본사에서 근무하시는 직원들이 10명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어요. 전문 경영인도 모실 수 있게 되었고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역할을 나누어 일을 하기 때문에, 과거에 혼자 감당해야 했던 일들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현재는 저의 역할이 진료와 학문적인 부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성된 것 같아요.
Q.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제가 하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거라는 큰 포부와 큰 소명감은 없어요. 하지만 ‘난치성 피부 질환’이라고 해서 자포자기한 피부 환자분들이 건강해지고 회복되는 것. 그 정도의 변화를 한의학이라는 토대 위에서 만들어 가고 싶어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동료 한의사들과 함께 그 변화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보건산업진흥원이나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서 활동했던 경험이 있어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도 난치성 피부질환의 치료는 어려워하더라고요. 저는 한의 피부 치료가 양방이라는 패러다임에 비해 훨씬 유의미하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요. 그래서 이러한 한의 피부 치료가 전 세계적으로 알려져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누군가가 저를 찾아와서 뉴욕에서 한의원을 오픈할 건데 저의 노하우를 가르쳐달라고 하면 저는 당장 응할 생각이 있거든요. 굳이 생기한의원 네트워크가 아니라도 괜찮아요. (웃음) 제 노하우들은 이미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다 이야기했어요. 강의 영상들도 여기저기 많이 올려져 있고요. 그러한 노하우들을 생기한의원 네트워크 내에서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부 공개되어 있어요. 저보다 젊고 유능하며 외국어에 능통한 젊은 한의사분들이 세계를 향해 도전하면서 좋은 성과를 내는 미래가 머지않았다고 생각해요.
박치영 원장님의 말씀을 들으며 한의학의 가치를 저조차도 다 알지 못하고 일정 부분은 제 생각대로 단정짓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료 휴무일에 대만드의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박치영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앞으로도 다양한 한의학의 길을 탐구하는 대만드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interviewer. 앵무새, 기린, 플라밍고
writer & editor. 앵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