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진행된 2025 전통의약 국제 심포지엄(ISTM)을 맞아 대만드 동물들은 연사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요. 그 첫 번째 인터뷰로 낙타가 식약처 생약연구과 김종환 연구관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김종환 보건연구관님 약력]
1992~2010.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석사, 박사
1998~2010. 보건연구사, 식품의약품안전청 생약연구과, 생약제제과, 한약정책과
2017~2018. 객원연구원, 미국약전위원회 생약 및 건기식부서
2011~. 보건연구관,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약연구과
2006~. 생약규격국제조화포험(FHH) 한국 대표
2016~. WHO 서태평양지역사무처 공적개발원조 사업 참여
저는 김종환이라고 하고요. 지금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생약연구과에서 보건 연구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는 경희대 약학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했어요. 학과 다닐 때 ‘생약반’이라는 약용식물을 채집하는 동아리에서 주로 활동했어요. 교수님을 쫓아 국내외 산과 들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채집도 하고 표본도 만들며 학명을 외우는 동아리였어요. 자신의 직업에서 재미를 느끼는 분야가 최고의 직업이라는 말이 있듯이 동아리에서의 경험이 지금 하고 있는 업무와 많이 연관되어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제가 학교다닐 때에는 장학금 제도가 많지 않았어요. 약대를 마치고 대학원에 가면서부터는 종합병원 야간 약국에 3일에 한 번 출근하여 학비를 벌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1년 다니다 보니 건강이 안 좋아졌고, 학비라는 현타를 해결하기 위해 주말 약국에서 근무하기도 했어요. 학부를 졸업하고 나서 대학원 시기에는 계속 실험하고 논문을 쓰느라 개인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죠.
석사 논문 주제는 약물동력학(pharmacokinetics)이었는데 생약반 동아리에서의 경험과 전혀 달랐어요. 1996년 당시에는 약물동력학이 새로운 학문이었고, 제약회사에서도 그 분야의 전공자들을 필요로 했었습니다. 저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는 데 언제나 관심이 많아 생약반과 잠시 외도(?)를 했던 시기여서 생약반 지도교수님으로부터 인생의 깊은 교훈(?)도 배웠었습니다. 그런데 1997년 석사를 졸업할 즈음 IMF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그간 쌓아온 취업 준비가 모두 취소되었어요. 여러 제약회사 면접도 봤었지만, 당시엔 있는 사람도 내보내야만 했던 사회적 어려움으로 인해 도저히 제약회사에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그런 와중에 식약처에 근무하던 생약반 선배를 우연히 동아리 모임에서 만났었고, 연구원 자리에 우연히 공석이 생겨 계약직이지만 일해 보라고 제안받았어요. 당시에는 어디든 채용되기 어려운 시기여서 일단 경력도 쌓을 겸 연구원 일을 하면서 공직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이후 IMF 상황이 나아지면서 식약처 채용에 응모하여 지금에 이르게 되었네요.
식약처의 주요 업무 중 하나로 대한민국약전, 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 두 가지 공정서가 있습니다. 국내에 수입되거나 유통되는 한약재 품질의 최소 기준을 제시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느낀 바는,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많은 기록이 소실된 뒤, 베이비붐 세대를 거치며 신속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선진국 제도를 도입해야 했어요. 당시엔 일본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많아 일본 체계를 도입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제가 지금까지 국제협력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일본의 경우 일부 우수한 제약회사들이 일본 정부보다 더 철저히 품질관리를 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앞장서서 관리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였어요. 또한, 수입 한약재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약전의 품질기준도 충분하지 않았죠. 그래서, 2000년대부터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나서서 국내 공정서 품질기준을 개선해 보자고 하여 R&D 예산도 많이 투입해 지표성분을 이용한 확인 및 함량시험, 그리고 중금속, 농약 같은 유해물질에 대해 위해평가를 기반으로 선도적인 품질기준 확립을 치고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약재의 충해방지 목적으로 사용하는 이산화황 기준을 아시아권 공정서에서 처음으로 설정했었는데 한약재를 수출하는 중국에서는 ‘왜 한국이 그렇게 강하게 하냐, 그렇게 하면 중국에서 한약재를 우리나라에 수출하지 않겠다’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었어요. 그래도 한약재 안전성 확보를 위해 중국 등 다양한 국제협력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왔고, 중국약전도 품질기준을 대폭 개선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기본적으로 연구부서이기 때문에 연구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연구결과를 토대로 국제협력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WHO 서태평양 지역 회원국들(우리나라,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폴, 홍콩, 마카오)과 규제조화를 위한 생약규격국제조화포럼(Forum for the Harmonization of Herbal Medicines)을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고, WHO WPRO(Western Pacific Regional Office)와 함께 저개발국(베트남, 라오스,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을 대상으로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을 2016년부터 추진하고 있습니다.
생약규격국제조화포럼은 7개 회원국 규제당국자 간 협의체로 한약(생약)의 규제조화를 도모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제2 분과위원회 의장국을 맡고 있어요. 대표 성과로 『반하(Pinellia ternata)』와 그 위변조 기원인 호장남성(Pinellia pedatisecta)을 성상, 이화학적 분석(TLC, HPLC) 및 유전자 분석으로 감별하는 표준도감(Atlas) 사업을 참가국들과 공동연구로 수행하였고, 현재는 『인삼(Panax ginseng)』과 그 위변조 기원인 서양삼(Panax quinquefolius), 삼칠(Panax notoginseng)에 대한 표준도감을 공동연구로 수행 중에 있습니다.
공적개발원조 사업은 수원국 규제기관 실무자의 품질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한민국약전 생약시험법의 A부터 Z까지 상세한 실험업무의 이론과 실무 연수를 통해 수원국 한약재의 품질개선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미국약전위원회(the U.S. Pharmacopoeial Convention)와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자생종인 참당귀(Angelica gigas)의 품질기준을 미국생약규격집(Herbal Medicine Compendium)에 최초로 등재하여 참당귀 함유 제품의 미국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수입 및 유통 한약재의 품질검사는 크게 관능검사(기원, 성상(형태, 색, 맛, 냄새), 이물, 건조 및 포장상태), 정밀검사(대한민국약전 등에서 정한 기준 및 시험방법 중 위해물질검사를 제외한 검사) 및 위해물질검사(중금속, 잔류농약 등) 3가지로 구분되며, 이중 관능검사는 가장 먼저 적용하는 품질검사 단계입니다. 현재 관능검사 전문가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됨에 따라 그동안 전문가분들이 해오신 관능검사의 주요 감별점을 다양한 이미지 분석기술을 활용하여 기계학습시킨 인공지능을 현행 관능검사에서 보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율적인 관능검사 체계를 운영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국내에서 재배 생산되고 있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수입 한약재 비중이 매우 높은 상황입니다. 수입 비중이 높아지게 되면 외부 성상이 유사한 위변조 기원의 다른 한약재가 수입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고, 최근 반하(Pinellia ternata의 덩이줄기)에서 위변조 기원의 혼입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이는 현행 대한민국약전의 이화학적 품질기준에 한계가 나타난 것으로, 이에 생약연구과에서는 DNA 바코드를 이용하여 반하의 유사 기원인 호장남성(Pinellia pedatisecta의 덩이줄기)을 감별하는 시험법을 개발하여 순도시험에 반영하는 개정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반하는 국내에서도 자생하는 약용식물로 과거에 재배생산되었으나, 현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현재 생약연구과에서는 국내 유일의 아열대 지역인 제주도 서귀포에 국립생약자원관을 2022년에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국내에 자생하고 있는 온대 및 고산성 생약자원을 비롯하여 기후변화에 따른 아열대 생약자원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생약자원에 대해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산림과학원과 협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국내 생약자원이 공급된다면 위변조 기원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생약연구과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연구사업은 국내 유통 중인 한약재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응용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이렇게 확립한 실용적인 기준 및 시험방법을 WHO 등과 협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다른 국가들에 널리 사용되어 현지 유통 한약재의 품질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식약처에는 한의사 출신으로 보건연구사, 보건연구관, 과장을 역임한 분들이 계시고, 연구과제를 수행할 때에도 한의대 본초학 교수님들의 자문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물론 한의학 임상과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겠지만, 한약은 한의약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이니 식약처 업무에도 관심을 갖고 일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식약처에서 일하다가 임상 분야로 돌아가더라도 식약처 규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중요한 자문역할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식약처 같은 규제기관에서 근무하면 남과 다른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여러분의 많은 참여를 바라 봅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식약처 보건연구관으로서의 다양한 업무와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의 품질 관리에 대해 새롭게 배우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귀한 시간 내어 이야기를 정성껏 들려주신 김종환 연구관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Interviewer & Editor. 낙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