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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Mar 05. 2019

[서평] 한약제제를 통한 통증치료

  오늘 소개드릴 책은 일본의 「한약제제를 통한 통증치료」라는 책입니다. 사실 이미 많이 접해보셨을 책이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의학의 현주소를 가장 간결하고 인상 깊게 소개해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1. 한의학과 새내기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은 한의학과에 진학한 후 헤매는 새내기들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한의학의 전통 관념들과 현대 의학과의 괴리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흔히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양, 오행 등의 내용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전통 사회에서 이런 관념들이 이용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짧게 알려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변적 관념들로부터 탈피해야 할 당위성에 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사변적 관념으로부터 탈피하여 한약을 이해하기 위한 움직임들 또한 소개합니다. 전통적 관념들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하나의 좋은 예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의학의 현주소에 대해서 알려줍니다. 여기서 현주소라 함은 전 세계에서의 동향을 말합니다.(포커스는 일본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한약을 보험에서 제외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3주 만에 92만 의사의 반대 서명이 모였다는 이야기는 꽤 인상 깊었습니다. 이외에도 엑스 제제의 개발을 기반으로 일본의 한의약 시장이 성장한 일, 미국 FDA가 쯔무라 제약의 대건중탕을 일반의약품으로 인정한 일과 그 사유 등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한국의 한의사로서 해외의 한의학 성공 사례를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그들의 성공 사례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이 성공하게 된 배경과 이유를 한의대 학생들이 꼭 알았으면 합니다.


2. 한의학을 인체의 시각에서 바라보자.

한약은 복합제제이기 때문에 양약처럼 성분으로 접근할 수 없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이제 지겨운 클리셰입니다. 지겨운 클리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저 뒤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책에 다 나와 있다, 책에 나와 있는 대로 하면 된다.”입니다. 저에게는 이유가 결여된 명령문일 뿐이었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용기가 없어서 삼켰던 질문들이 있습니다. “성분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지? 정말 안 될까?", "과학적 상식으로 한의학을 이해할 수 없을까?”, “책에 나온 대로 해도 환자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하겠는데, 책에 나온 대로만 할 것이라면 그걸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발전이 없다면 그게 학문일까?” 등등. 이 책에는 제가 삼킨 질문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이 나와 있습니다. 물론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시원함이 있었습니다.


3. 새로운 insight를 얻어가자.

  최근 저의 고민거리는 “한의학의 외연은 확장될 수 있을까?”였습니다. 한 선배와의 만남에서 이미 속 시원하게 해결되었던 고민이지만, 사실 구체적인 방법론은 떠올리기 힘들었습니다. 이 고민의 출발점은 수십 년간 한국의 한약 제형은 첩약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치료법이라는 것은 축적된 경험에서 유래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과학지식으로부터 개발되기도 합니다. 인체에 대한 지식은 점점 더 커져만 가는데, 우리는 여전히 첩약을 사용하고 있으니 의아했던 것입니다.
   이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타겟’이라는 단어였습니다. 최근 연구들로부터 한약의 구성과 비율이 유의미하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 특정한 조합이 해결하고자 하는 타겟을 짚어낼 수 있다면 타겟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법론은 얼마든지 제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타겟을 발견하거나 설정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한의학의 외연은 충분히 넓어질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다만 긁지 않은 복권을 살 자본력이 부족한 것이 아쉬운 현실입니다.(여담으로 외연이 넓어진다는 것은 내포가 확고해졌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 타겟을 구체적으로 ♥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에서 지어진 책이기 때문에 다분히 일본 특유의 사고방식이 잘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일본식 영어 문법처럼 대상을 나누고, 분류하고, 간소화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방식에 있어 저자의 모든 생각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한약의 타겟은 이다.’라고 제창한 것은 분명 좋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의학의 미래에 관심이 많다면, 그리고 본문의 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세요! 현재에 초점을 맞추어 한의학이 어디까지 걸어왔나, 검토해볼 좋은 기회입니다.


Writer : 미어캣

이사이 히데야 저, 정창운 조희근 역.

한약제제를 통한 통증치료.

수퍼노바.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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