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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Jan 04. 2020

[진로인터뷰] 한국한의학연구원 이상훈 박사님 2편

한의학의 미래를 보라: 인공지능 AI 한의사 빅데이터 과제

'한의학의 표준화 과제'에 관심있다면...이전 게시물으로 고고!

 https://brunch.co.kr/@mannadream4u/39



<2: 학창시절 & 인공지능 한의사 연구>     


Q. 인공지능 한의사 연구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공지능 한의사 연구의 정확한 명칭은 인공지능 한의사 개발을 위한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사업이에요.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는 적어도 한 영역에 한 10만 건이 있어야 해요. 현재는 그런 데이터가 없는 상태예요.      


Q. 데이터가 아예 없나요?     

네 아예 없어요. 데이터도 없지만 어떻게 데이터를 모아야 한다는 표준 프로토콜도 없어요. 이 과제의 핵심은 데이터 물리량 정의예요. ‘어떻게 데이터를 모을래?’에 대한 내용이죠. 혈압을 측정할 때 혈압을 측정하는 표준 프로토콜이 있잖아요. 그런 것처럼 ’맥은 어떻게 측정할래?’에 대해 표준 프로토콜이 확정이 되어야 하는 거죠. 그게 첫 번째 중점 작업이에요. 

그리고 나면 동시에 사람들이 데이터를 공유해 줘야 하잖아요. 사람들이 동기가 있어야 공유해주겠죠? 그래서 내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작성하면 논문, 고전, 다른 사람 진료 데이터를 통틀어서 ‘그 환자에 대한 가장 최신 논문에서는 이런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고전에서는 ’이런 치료법이 있다‘고 알려주는 것이에요. 자신의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비슷한 환자군에 대해 ’다른 의사는 이렇게 치료했을 땐 이런 예후를 보였고 이렇게 치료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죠. 이 프로그램을 한의학연구원에서 무료로 제공할 거예요. 그 프로그램을 쓰려면 내 환자 데이터를 올려야 비교를 해주기 때문에 그 데이터는 누적될 거예요.      


그 데이터가 500건, 1000건, 10만 건이 되면 그 안에서 또 새로운 분류를 할 수 있겠죠. 같은 두통이더라도 구갈은 어느 정도고, 비수는 어느 정도인지. 또 보중익기탕이 잘 듣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은 하나도 안 들었다는 게 나오겠죠. 거꾸로 추적해보면 보중익기탕 처방을 할 때 핵심 문진 항목은 어떤 것(what)’이었다고 그 땐 말할 수 있겠죠. 데이터에서 이런 정보들을 뽑다 보면, 예를 들어 한의학에서 말하는 기허두통과 ‘어떤 증상군‘이 논리적으로 유사하다든지, 혹은 다르다든지 말할 수 있겠죠. 같을지 다를지는 사실 아무도 모르는 거거든요. 거기까지 나아가는 게 초장기 목표고요.      

중기 목표는 그런 프로그램을 한의사들에게 제공하는 것이에요. 한의사들이 정량적인 수치로 차트를 작성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죠. 멸균 침을 쓰는 게 이제 당연한 것이 되었듯이 맥은 맥진기로 기록하는 걸 문화가 되게 하는 거죠. 설태, 구취, 소변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보험 청구 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까지 목표라 할 수 있어요. 돈 받아야 하니까 검사하고 입력하고 그게 데이터가 되고, 누적되면 우리는 새로운 변증 이론을 만들 수 있는 거죠. 그게 제가 죽기 전까지 하고 싶은 초(超)장기 프로젝트에요.      

"한의사들이 정량적인 수치로 차트를 작성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죠."


Q. 그런 데이터를 구현해내는 것도 아주 먼 얘기인 거죠?

네 아주 먼 얘기예요. 그런데 그 결과가 무엇이 나올지는 아무도 몰라요. 훗날 데이터베이스가 완성이 되면 해외에 오픈할 거예요. 그럼 외국에서는 한의학이 좋다는 건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한의사들이 진료하는 방식을 학습시킨 AI를 통해 진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 데이터베이스를 쓰지 않을 이유가 없는 거죠. 그때는 (해외에) 유상으로 풀 거예요.      


Q. 데이터가 10만이 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요?

정확히 말하기는 힘들어요. 다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느냐에 따라 다를 거예요. 만 명의 한의사가 매일 한 케이스씩 올리면 금방이겠죠? 하지만 동일한 두통 환자 중에 동일한 특징을 갖는 케이스를 올리는 건 확률이 낮아요. 환자가 많은 질환은 빨리 모일 것이고 환자가 적은 질환은 오래 걸릴 거예요.   

   

Q. 정량화가 가능할 수 있게 충분한 한의학 데이터가 필요할 것 같은데 현시점에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아까 말했듯이 일단 정량화된 프로토콜, 대리지표, 물리량으로 변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게 교육으로까지 가야 하죠.  

    

Q. 되게 먼 미래일 수는 있겠지만 스마트시티가 구현될 때 한의학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이건 아주 명백해요. 한의사가 진료에 사용하는 생체지표는 오감으로 인지 가능한 환자의 상태예요. 미래 의료, 인공지능 센서, 스마트시티 센서에서 요구하는 조건이 있어요. 그 요구 조건이 바로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측정할 것이에요. 양방 검사를 보면 침습적 검사를 추구해요. 그래서 그런 센서가 마땅한 게 없어요.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혀 색, 얼굴색, 걷는 동작만 봐도 어느 정도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고 있어요.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데 쓸 수 있는 정도의 정보는 줄 수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한의학이 장점을 가져요. 

 일단 해줄 수 있는 영역이 건강 쪽에 많고 측정하는 정보도 애초에 오감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마이크 센서, 카메라 센서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이 있는 거죠. 이런 점들이 미래의료에 한의학이 갖는 장점이 될 거예요. 다만 이런 이야기는 다분히 낭만적인 이야기이고, 실제 이러한 장점을 살리고 싶다면 이런 오감데이터를 이용해 실제 건강상태를 예측하고, 또 치료한 결과가 모인 빅데이터가 있어야만 하겠죠     


Q. 움직임이나 센서는 충분히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어야 하는 거죠?     

 그렇죠. 예를 들어 간경화 환자의 경우 경근 이론에 의해서 특정한 동작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밝혀내야 하는 거죠.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허리가 아픈 사람들은 특유의 행동 동작들이 있어요. 일어날 때 손을 집고 일어난다든가 이런 거요. 족궐음간경의 근육에 문제가 있는 경우 특정 동작을 특정하게 바꿔서 행동을 한다는 데이터가 쌓이면 그것만 보고도 그 사람의 건강상태를 알 수가 있는 거죠.


Q. 그런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는 건가요?     

 기술은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어요.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특정한 무언가(what)를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해요. 수달은 아토피가 있잖아요. 그런데 몸을 다 가려도 입술만 봐도 아토피 환자인지 아닌지 알수 있잖아요.      


수달: (20년째 아토피 환자) 맞아요!!!     

두 영역에 걸쳐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그런 거랑 비슷한 거예요. 일반인은 몰라도 우린 알잖아요. 일반인이 볼 땐 저게 무슨 동작의 차이가 있어? 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환자를 오래 본 의사는 ‘아니야 저런 환자들은 늘 이런 식으로 동작해.’라고 알려주면 그걸 프로그래밍(programming)하는 건 쉬워요. 중요한 건 그 두 영역에 걸쳐있는 전문가예요한의학에 전문성이 있고 여기에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어떤 게 있는지 아는 융합형 인재가 그걸 해주는 거예요. 각 분야에 대한 기술자는 많아요. 한의사도 많고 기술자도 많은데 이걸 연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적은 거예요.      


Q. 그렇다면 현재 저희가 이런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예전부터 이런 질문을 받으면 저는 늘 같은 답변을 합니다. 먼저 한의학을 잘하세요. 내가 일단 한의학을 잘해야 그다음에 뭘 하든지 할 수 있어요. 우린 그런사람을 보통 T자형 인재라고 해요. T자 처럼 옆쪽으로도 넓은 영역의 지식을 갖고 있고 자기 분야에 대해서도 아래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깊은 지식 없이 옆으로 넓은 지식을 백날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안돼요. 한의학을 먼저 제일 잘하는 게 중요해요.      


Q. 대만드 공식 질문입니다! 박사님께서 생각하시는 한의학의 미래는 어떤가요?     

 공중보건의 시절에 의사들과 논쟁이 붙으면 저는 “의학의 끝은 한의학이 되어있을거다” 라고 얘기하곤 했어요. 의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치유 능력을 극대화하는 게 목표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다고 의학의 끝이 동의보감(고전 그대로의 한의학)이 될 거라고 말하는 건 아니에요. 의학의 끝은 사람 자체를 자극해서 스스로 치료하게 하는데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있을 거예요. 그게 지금의 한의학과 비슷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때가 되면 의학, 한의학의 구분이 없이 유기체 자체의 생명력을 극대화 시키는 기술을 의학이라고 부르는 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말하고 보니 한의학의 미래보다는 의학의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네요. 

 아무튼 지금 현대의학처럼 생화학 일변도가 아니라 사람을 다차원적으로 보는 게 당연해지는 시대가 올 거예요. 그 사람의 정서적인 측면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 있고, 육체적인 게 더 중요할 때도 있고, 근골격계가 더 중요할 때도 있을 거예요. 각각의 차원들이 특정 질환에서 유리할 때가 있어요. 사람은 다면적으로 이루어져 있고 당연히 그걸 다차원으로 봐야 해요. 스스로 치유되도록 하는 게 당연한 의학의 미래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 시대가 살아생전에 올지는 모르겠네요.    

  

Q. 박사님의 NEXT STEP이 궁금합니다. 

앞에서 이미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침 시술에 영상의료장비를 쓰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오게 노력할 예정이고 또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빅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목표입니다.     


Q. Down 한의대 입학 후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본과 1학년 때요. 내가 무엇을 배우는지 납득이 안돼서 힘들었어요. 처음에 말했듯이 성격이 납득해야 통과가  되는 성격이거든요. 그게 개똥철학이더라도 납득이 되어야 하는데 안돼서 그때가 제일 힘들었고 유급도 됐었죠. 그 후로는 한의학을 이해할 수 있게 돼서 괜찮았어요.   

   

Q. Ups 한의대 입학 후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딱히 없는데. 아! 학교 가요제에 나가서 대상을 탔을 때?      

(호랑) 와우 저도 열심히 노래 연습을...     

Q. 현재 진로를 고민하는 한의대생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한의학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뛰어난 학문이 없어요. 다만 너무 어려우니까 힘들어하는 거죠. 한의학 자체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멋있는 학문이에요.      



Q. 다음에 대만드가 만날 분을 추천해주세요.

한의학연구원에 김형준 박사를 추천해요. 컴퓨터공학과 졸업하고 우리 연구원에서 fMRI 연구하는 분이 있어요.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난 이후 제 앞에 계셨던 박사님은 과학자 이전에 노래와 한의학을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주시는 박사님의 이야기 속에는 따스함이 묻어나왔습니다. 서울로 다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멀고도 가까운 한의학의 미래에 잠깐 다녀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한의학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인터뷰하는 동안 까페를 두 번이나 옮길 정도로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상훈 박사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Interviewer. 수달, 호랑이

Recorder. 수달, 호랑이, 고양이

Writer. 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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