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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Sep 06. 2020

복수면허자 임재은 선생님 - 2부

가장 가슴뛰는 일에 도전해보세요!

<의과대학 재학 시절>

Q. 의대 입학 준비과정과 어려웠던 점들이 있었나요?

A. 37살에 편입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웃음) 나이 들어서 입시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죠. 여러 가지 측면에서요.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Q. 한양대학교 의과 대학을 선택하시게 된 점도 궁금합니다.

A. 입시에서 나이도 중요한 합불 요소인데, 한양대는 나이가 감점 요소가 되지 않는 일부 학교 중 하나였습니다. 게다가 블라인드 면접을 하는 곳이어서, 한의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감점이 되지도 않았지요. 개인적으로 한양대 의대 편입학 입시에 관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의대 교육과정에 대해 받은 전체적인 인상이 궁금합니다.

A. 전체적으로 한의대보다는 환경이 낫긴 해요. 특히 의학 지식이 실습 현장에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한의대 교육보다 나은 점이죠. 국시 필기나 실기 시험 준비가 실제 임상에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를 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구요. 그래서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가 잘 되요.

 하지만 역할 모델을 제시해 주고 자기 주도 학습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의대도 한의대와 마찬가지입니다. 학습량이 많다는 점과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는 내신과 유급 제도가 학생들의 자기 주도 학습을 방해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한의사라는 직업과 관련된 의과 대학 재학 시절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나요?

A. 작년에 대전대에 가서 의과 대학과 한의과 대학의 교육을 비교하면서 한의대 교육 개혁 방안을 발표했던 일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의대에서 수업 중에 한 교수님이 70~80년대의 한의학계 상황을 말하면서 한의학을 조롱하듯 저한테 질문을 하셨어요. 제가 조목조목 반박을 해서 ‘갑분싸’가 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그래서 이후에는 한의학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야기에 일체 대응을 하지 않았어요. (웃음)

 그리고 제 어머님께서 2016년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다.’고 하셔서 진료를 하고, 계지거작약탕을 처방해서 좋아지셨어요. 그런데 어머님이 얼마 안 가서 쓰러지셨죠. 뇌경색이 왔는데, 대학 병원에서 응급 처치를 잘해서 지금은 괜찮으세요. 어머니가 65세에 기저 질환으로 고혈압과 고지혈증이 있었거든요. 내과학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심방세동 발생률이 점차 늘어난다고 나와 있어요. 심방세동의 문제는 혈전이 잘 생겨서 인체 어디이든 막는 문제를 유발 할 수 있어요. 특히 뇌경색이 발생 할 가능성이 커지죠. 한약으로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은 막았지만, 그것 자체를 고칠 수는 없었어요. 물론 제 실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머님은 중증 심방세동이어서 항부정맥약도 안 들어서 결국 도자 절제술을 받으시고, 주기적으로 경과 추적 중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한의사가 이런 상황을 맞게 되면 증상이 좋아진다고 근본적으로 문제들이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한의학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하면 좋겠지만, 그게 어느 수준까지 가능할지 우리가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의료의 본질은 불확실이고, 한의학이 못 보는 영역을 의학이 볼 수도 있어서 이런 부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의사도 양방 의학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양방 지식으로 한의학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잘 알기 위해서 양방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점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좋은 의사가 되려면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겠죠?


<앞으로 계획>

Q. 선생님께서는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계시나요?

A. 아까 말씀 드린 것처럼 미국에서 소화기 내과 교수가 되어 염증성 장 질환(IBD)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에 대한 한의학 임상 연구를 통해 상위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거창하게 말씀드리자면, 한약 치료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임상 연구 논문을 세계 최초로 NEJM에 발표하는 것이죠. 이러한 성과들이 나오면 연구비 펀딩도 더 많이 받을 수 있겠죠? 그렇게 된다면 유명 의료 기관의 의대 교수님들과 국내의 훌륭한 한의사 선생님들과 협업을 하고 싶어요. 감독 및 제작자로서 국내 한의사와 미국 의료계의 링크 역할을 하는 것이죠. 관심 있는 질환으로는 당뇨, 신부전, 다제 내성 결핵, 난임, 수술 환자 관리 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하나씩 연구를 해서 3차 의료 기관 모든 곳에 한의학을 뿌리내리게 하고 싶은 소망이 있어요. 다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 있는 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고 싶습니다.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연구팀을 만들어야겠죠? 대학에서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생사를 함께하는 팀워크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구팀의 성과가 잘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미국 의과 대학 내에 한의학과를 개설해 보고 싶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내 한의계의 우수한 인력들을 미국에 심는 역할도 하고 싶어요. 이것이 성공하면 아프리카나 동남아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좋은 작품을 위해선 배우뿐아니라 제작진도 필요합니다!


<한의사/한의학 교육에 관한 이야기>

Q. 한의학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느 곳일까요?

A. 저는 한의학이 어떤 감동을 줄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시작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한 분석과 인정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현재 한의학계는 자본과 인프라가 부족하고,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우수한 인력뿐입니다. 문제는 그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데,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는 줄어들고 있지요. 이렇게 가게 되면 대다수가 작은 극단의 배우밖에 될 수 없을 겁니다. 아무리 꿈이 있어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러한 현실을 인정한다면 무대를 키우고, 만들어갈 수 있는 인력들이 필요해요. 예로 들자면 정치하는 사람, 스타트업 기업가, 행정 전문가, 보건 관리학 전문가, 의료 인류학 전문가, 기초 의과학 전문가들이 필요한 것이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무대를 키우기 보다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임상의로서의 역할 모델만 바라보고 있어요. 저는 한의학 교육이 다양한 역할 모델을 보여주고, 많은 학생들이 도전과 개척가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의학 교육이 학생들에게 What이 아닌 Why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되면 학생들 스스로가 자신의 역할 모델을 고민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의과대학은 단순히 한의학적 지식과 기술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닙니다. 시대의 흐름을 고민하고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시작점이 되어야 해요. 저는 사라져버린 꿈과 열정을 되찾는 것이 한의과 대학 교육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의대생들에게 해주는 조언>

Q. 한의대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소명 의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의학 이외의 다른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 학생 시절에 만나서 같이 놀던 선배, 친구, 후배들 중에는 국제 보건을 비롯해서 의료 관리학, 의료 인류학, 예방 의학 등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전공해서 해당 길의 개척자로 살아가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제 주변에 있었기에 저 또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삶의 진로가 많이 달라집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간접 경험을 해볼 기회를 가져 보세요. 그러다가 가슴 뛰는 일이 생긴다면 도전해 보세요. 다른 것들을 내려놓더라도 이것만은 꼭 하고 싶다는 것을 찾는다면 힘들고 어렵겠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한의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 거라 보시나요?

A.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시작점은 환자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다양한 환자들을 얼마나 많이 볼 수 있느냐가 발전과 진보를 이루어내는 기초가 되죠. 예를 들어 현재 류마티스 관련 환자들은 한양대 병원에, 폐암 환자들은 삼성 서울 병원에 몰립니다. 마찬가지로 각 병원 별로 주력 분야를 두어 병원의 간판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고, 해당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 성과와 인재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가령 제가 졸업한 한양대 의대 부속 한양대 병원에는 배상철 석학 교수님이 계시는데, 이 분께서 90년대 중반에 하버드에 유학을 가셔서 임상 중개 연구를 배워 오셨습니다. 그래서 2000년대 초에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코호트 연구를 하셨죠. 이외에도 SLE, Systemic sclerosis 등 류마티스 내과 분야의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한양대 병원에 몰려드는 바람에 수많은 데이터가 쌓였고, 이 데이터들이 네이처, 사이언스 등 상위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는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임상도 잘하고,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논문을 내는 제자 교수님들도 많이 나오게 되었죠.

 마찬가지로 서울 아산 병원에는 박승정 석좌 교수님이 계십니다. 이 분이 관상 동맥 중재 시술의 개척자이자 세계적인 석학이신데, NEJM에만 6편의 논문을 발표하셨습니다. 관상 동맥 중재 시술이 필요한 환자가 많았고, 전국에서 몰려오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새로운 의료 지식과 기술들을 개발하신 거죠. 그분 밑에서 배운 많은 젊은 교수님들이 박승정 교수님처럼 임상도 잘하고, 연구도 잘하는 교수님들이 되어서 현재의 서울 아산 병원의 심장 내과를 맡고 있습니다.

한의학 발전의 선순환 모델의 연구가 도입되어야겠죠?

 이에 비하여 현재 한의과 대학 부속 한방 병원은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죠.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원인 분석은 둘째 치고 이 상황을 타개하고 재도약을 할 만한 원동력이 마땅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한의계가 로컬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고, 각자도생의 현실 속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선택은 두 가지뿐이라고 봐요. 로컬에서 자신의 최대 능력치를 이끌어 내던지, 성공하던 실패하던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서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되던지 말입니다. 다만 저는 첫 번째 모델은 가능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첫째, 환자 층의 세대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어릴 때부터 한의학 진료를 경험해본 세대가 주류가 아니에요. 둘째, 기성 한의사들은 한의사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골 환자 확보가 용이했습니다. 지금은 한의사 숫자가 대폭 늘어서 개원가가 포화 상태이고 경쟁이 치열하죠. 더불어서 급변하는 시대 환경이 내 노력과 상관없이 내 삶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했을 때 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경험에서 나오는 성찰이라고 생각해요. 그 성찰 가운데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다면 그 분야의 대체 불가능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결국 한의학의 미래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 선생님들과 학생 선생님들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흐름이 한의학계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한의학의 가치를 자리매김하고 가꾸어 가려면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저도 그런 측면에서 제 진로와 앞날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잘 모르겠다.’가 제 솔직한 생각입니다만, 지금보다 나은 한의학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과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의학의 미래 주역인 학생 선생님들의 꿈과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순한 복수면허자가 아니라, 미국에 건너가 임상 연구 책임자, 프로듀서가 되어 다시 한의학의 발전을 가져오겠다는 임재은 선생님의 계획을 들으며 시간 가는줄을 몰랐습니다. 저 또한 점차 잊어가던 한의전 입학 당시의 포부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임재은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앞으로의 길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Interviewer : 올빼미

Writer, Editor :  올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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