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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Feb 23. 2021

[국악] 한의사가 바라본 수궁가

용왕은 왜 토끼 간이 필요했을까?

새벽 한시, 유튜브 세계를 떠돌던 남극곰은 한 공연을 보게 됩니다.

메기고 받는 구성을 현대적으로 차용하여 앉아있는 여성과 서있는 남성을 대비하는 무대 구성, 

영화를 보는 듯한 깔끔한 원테이크 카메라 무브, 밑에 깔리는 깔끔한 베이스까지!

국악의 탈을 쓴 현대공연인지, 현대적으로 구성한 국악인지 경계가 모호해지는 힙(hip)함 이었죠.


무엇보다도 충격적인건 가사였는데요.

초등학교부터 수궁가를 배워온 한국인으로서 <용왕이 토끼 간 먹고 싶어서 자라를 시켜 육지로 보냈다>는 구성은 귀에 닳도록 들었지만 단 한번도 한의학적인 이유가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도,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용왕은 어디가 어떻게 아팠던 것인지, 어떤 약을 써봤던 것인지, 한의대를 졸업하기 전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귀로 들어오니 적잖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극곰은 이 충격을 미어캣과 공유하자, 미어캣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한의학적 지식과 이 가사가 맞지 않는데?

그래서 한의사 미어캣이 약성가의 가사를 놓고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이날치 - 약성가 온스테이지2.0


이번 글에서는 약성가의 가사를 놓고 하나하나 살펴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재미를 위한 포스팅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수궁가는 약 신라시대부터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판본마다 가사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리고 치밀한 고증보다는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과장된 표현도 많이 등장합니다. 적어도 북극곰과 미어캣이 찾아본 선에서는 가사에 나오는 처방과 처방 구성이 일치하는 처방은 없었습니다. 본문 내용에 대한 의견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가사 출처 : 

https://m.cafe.daum.net/dankun/3if/3629 

https://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tentDataList.do 



갑신년 중하월에 남해 광리왕(廣利王)이 영덕전(靈德殿) 새로 짓고 대연을 배설(排設:베풀어서)헐제 삼해 용왕을 청하여 군신빈객(君臣賓客)을 좌우로 늘여안처 수삼일을 즐기더니 과음하신 탓이온지 용왕이 우연히 득병허야 백약이 무효라 홀로 앉아 탄식을 허시는디 탑상(榻床)을 탕탕 뚜다리며 탄식허여 울음을 운다.

용왕님께서 궁전을 새로 짓고 파티를 열었습니다. 수일 동안 과음을 하시더니 갑자기 병이 났다고 합니다. 보통 며칠 동안 술을 퍼부으면 숙취로 며칠 고생할 수는 있어도 백약이 무효하다며 한탄하진 않습니다. 알코올성 황달이라도 왔던 걸까요? 무슨 병인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단순한 술병은 아닌가 봅니다.


뜻밖에 현운(玄雲) 흑운(黑雲)이 ,궁정을 뒤덮고 폭풍세우가 사면으로 둘루더니 선의도사가 학창의(鶴 衣) 떨쳐입고 궁전을 데려와 재배 이진(再拜而進) 왈(曰), "약수(弱水) 삼천리에 해당화 구경가 백운 요지연의(白雲瑤池宴) 천년벽도(千年碧桃)를 얻으랴고 가옵다가 과약풍편(寡弱風便:아주 약하게 떠도는 소문)에 듣자오니

대왕의 병세가 만만(萬萬), 위중타기로 뵈옵고저 왔나이다."

용왕님이 아프다는 소문이 멀리 퍼졌나봅니다. 선의도사님이 직접 찾아왔네요.


용왕龍王이 반기어서, "원願컨데 도사道士는 나의 맥脈을 보아 황황皇皇한 나의 병세病勢에 특효지약特效之藥을 자세仔細히 일러 주옵소서."

도사 왈曰 그럼 우선 맥을 보사이다. 왕이 팔을 내어주니 도사 앉어 맥을 볼 제, 심소장心小臟은 화火요. 간담肝膽은 목木이요, 폐대장肺大腸은 금金이요, 신방광腎膀胱 수水요. 비위脾胃난 토土라. 

용왕님은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는 대신 우선 맥을 짚어보라며 손목을 내밉니다. 도사님도 증상을 듣지 않고 바로 맥부터 잡으시더니 용왕님의 상태에 대해 술술 풀어내십니다. 각 장부와 오행의 배속을 설명하는데... 어라? 한의학총론 시간에 배우는 아주 기본적인 내용이네요. 


간목肝木이 태과太過허여 목극토木克土허였으니 비위脾胃가 상傷하옵고 담성膽盛이 심甚허니 신경腎經이 미약微弱허고 폐대장이 왕성旺盛허니 간담경肝膽經이 자진自盡이라

그리고 나서는 각 장부의 기운이 넘치면 어떤 병이 생기는지를 알려줍니다. 한의대생이라면 예과 2학년에 배우는 기본적인 내용이죠.


* 이 모습을 보고 미어캣은 도사님의 자질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음양오행과 오장육부의 관계라면 당시 사람들에게 상식일 텐데 여기서부터 설명을 시작하는 건 너무 기본부터 가르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문진과 맥진을 동시에 하는 한의사는 봤지만, 맥진만으로 진단을 끝내는 한의사는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신체 증상을 살피고 얼굴 빛을 보는 등 여러 정보를 종합하지 않고 맥으로만 진단하다니, 이상하죠?


방서方書에 일렀으되 비내일신지조종脾乃一身之操縱이요,  담膽은 내일신지표본乃一身之標本이라. 심心 정靜 즉, 만병萬病이 식息허고, 심心 동動 즉 만병이 생生하니, 심경心經이 상傷하오면 무슨 병이 아니날까

모두 옛 의학 책에 나오는 유명한 내용들입니다. 비는 사지를 움직일 기력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담은 몸과 정신을 통솔하는 일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심心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원전에 심경心經은 병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심경心經에 병이 난 경우 당시의 의학 지식으로는 고칠 수 없는 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추후 도사님의 치료가 잘 듣지 않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 지금부터 도사님의 처방 퍼레이드가 이어집니다. 용왕님의 증상과 병명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으니 우리는 처방 구성을 통해 용왕님의 증상을 상상해봅시다. 다만 처방명과 구성이 일치하는 경우를 찾지 못해 원전 등에서 근거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로 개연성이 있는 증상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오로칠상五勞七傷이 급하오니 보중탕補中湯을 잡수시오.

숙지황熟地黃 주증酒蒸하여 닷돈이요 산사육山査肉 천문동天門冬 세신細辛을 거토去土허고 육종용肉蓯蓉 택사澤瀉 앵속각罌粟殼 각 한돈 감초甘草 칠푼 수일승전반水一升煎半 연용連用 이십여첩二十餘貼허되 효무동정效無動靜이라

도사님은 세 가지 급한 증상을 먼저 치료하자고 합니다. 1) 오로칠상 2) 설사 3) 양감兩感입니다. 이 중에 첫번째는 오로칠상입니다. 소위 허증虛證에 해당하며 특히 칠상이라고 하여 비뇨생식기계의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처방 핵심 구성으로 숙지황, 천문동, 육종용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하초下焦를 보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산사, 세신, 앵속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부위를 특정하긴 어렵지만 높은 확률로 심한 통증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네요. 정리하자면 소변불리小便不利(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 유정遺精(정액이 새어나오는 증상), 심한 통증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설사泄瀉가 급하오니 가감백출탕加減白朮湯을 잡수시오.

백출白朮을 초구炒灸하야 서돈이요 사인砂仁을 초구炒灸하야 두돈이요 백복령白茯笭 산약山藥 오미자五味子 당귀當歸 천궁川芎, 강활羌活 목통木通 독활獨活 각各 한 돈 감초甘草 칠푼 수일승전반水一升煎半 연용連用 삼십여첩三十餘貼을 하되 효무동정效無動靜이라.

두 번째로 급한 증상은 설사입니다. 백출, 사인, 백복령, 산약은 대표적으로 중초中焦의 습濕을 다스리는 약들입니다. 그리고 강활, 독활 등은 습을 제거하는 능력을 갖고 있긴 하지만 천궁과 함께 말초(사지와 머리)의 통증 때문에 가미된게 아닌가 추측됩니다. 상상해볼 수 있는 환자의 모습은 배에서 꾸륵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고, 물같은 설사로 화장실에 자주 드나드는 모습입니다. 여기에 전신에 걸친 통증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이 대목은 비슷한 처방 구성이 보통 태동불안이나 산후조리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었던 구절입니다. 사실 아직 당귀, 오미자 등은 쓰임새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어쨌든 핵심이 되는 약재는 백출, 사인, 복령과 같은 소화기를 다스리는 약으로 보입니다. 


양감兩感이 급하오니 가미강활탕加味羌活湯으로 잡수시오

마황麻黃 두 돈 진피陳皮 강활羌活 방풍防風 백지白芷 천궁川芎 창출蒼朮 승마升麻 갈근葛根 세신細辛 각 한 돈 감초甘草 오푼 수일승전반水一升煎半 연용連用 사십여첩四十餘貼 쓰되 효무동정效無動靜이라

세 번째로 급한 증상은 양감兩感입니다. 오늘날의 호흡기 감염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마황, 강활, 방풍, 승마, 세신 등 발산해표發散解表약 중에서도 따뜻한 약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오한과 두통이 있으며 특히 물 같은 가래와 콧물이 많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다만 면역력이 떨어져 호흡기 감염이 잦은 것인지, 고질적인 호흡기 질환이 지속적으로 재발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위에서 조금씩 엿본 용왕님의 상태를 정리해보면 물 같은 설사, 복통, 복명이 있고 소변불리, 유정, 두통, 사지 통증, 콧물, 가래, 오한 등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주 걸어다니는 병원이 따로 없네요. 사용했던 약재를 바탕으로 조금 더 추측해보자면 피로는 기본이요, 호흡에도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농씨神農氏 백초약白草藥을 각각 다 쓰랴다는 지려 먼저 죽을 테니 백약을 한데 모아 작도斫刀에 모도 썰어 가마의 많이 달여 한 번에 먹어보자

하다 하다 안 되니 정말 백약을 다 먹여보는 도사님입니다.


약을 한 데 모일적에 인삼人蔘은 미감味甘 허니 대보원기大補元氣허고 지갈생진止渴生津허면 조영양위調營養胃이로다. 백출白朮은 감온甘溫허니 건비강위健脾康胃허고 지사제습止瀉除濕허고 겸치담비兼治 痰否라 감초甘草도 감온甘溫허나 구즉온중灸則溫中허고 생즉사화生則瀉火로다.

도사님은 다시 인삼과 백출, 감초의 맛과 효능을 읊어줍니다. 이 약재가 특히 중요한 것도 있지만, 당대에 많이 쓰였던 약재라서 사람들에게 친숙하니 구전에 구전을 거치면서 분량이 늘어났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심환淸心丸 소합환蘇合丸 팔미환八味丸 육미환六味丸 자금紫金 경옥고瓊玉膏 백고약白膏藥 대황大黃 망초芒硝 창출蒼朮 승마升麻 갈근葛根 세신細辛 청피靑皮 진피陳皮 반하半夏 회향茴香 육계肉桂 단삼丹蔘  차전실車前實 당귀當歸 천궁川芎 강활羌活  독활獨活  시호柴胡 전호前胡  복령茯苓 인삼人蔘 천문동天門冬 맥문동麥門冬 호황련胡黃蓮 당황련唐黃連 가미육군자탕加味六君子湯 청서육화탕淸暑六和湯  강활탕羌活湯 도인탕桃仁湯 백사조위탕  황금인분탕 두꺼비 오줌 곰의 쓰래(쓸개)까지 갖가지로 다 먹어도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허니

용왕님이라고 청심환, 자금, 경옥고 등등 비싼 약도 난발하는군요. 그럼에도 전혀 차도가 없다고 합니다. 재미를 위해 과장된 묘사겠지만, 실제 우리 한의사들은 이렇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감별진단'이라는 의학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행동이기도 하거니와 현실적인 이유에서는 이렇게 먹이기 전에 환자가 오지 않기 때문이죠.


침구鍼灸로 다스리자 동침銅鍼  은침銀鍼  빼어들고 혈을 잡어서 침질 헐 제천지지天地之 상경相經이니 

약으로 안 되니 침구로 접근한다고 합니다. 약을 먼저 써보고 안 되니 침을 놓는다고 하니 조금 생소할 수도 있지만, 옛날 왕에게 있어 치료 방법의 우선순위는 약이었습니다. 침구가 당시 가장 침습적인 치료 방법이었기 때문에 암살 모의를 할 수도 있고, 침보다는 약을 더 좋은 치료법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일반 백성들에게는 반대로 침구로 먼저 접근하고 차도가 없으면 약을 사용하곤 했다고 합니다.


유주流注로 주어보자 갑인甲寅 갑술시甲戌時 담경膽經 유주流注를 주고 을일乙日 유시酉時에 대장경大腸經 삼양三陽을 주고

침법 역시 여러가지가 있는데, 도사님은 두가지 침법을 사용합니다. 1) 유주법 2) 영구법 입니다. 유주법은 경락의 기가 인체 내부를 돌아다니는 시간에 맞추어 침을 놓는 방법입니다.


영구靈龜로 주어보자 일신맥一申脈 이조해二照海 삼외관三外關 사임읍四臨泣 육공손六公孫 칠후계七後谿 팔내관八內關 구열결九列缺 삼기三氣를 부쳐 팔문八門과 좌맥左脈을 풀어주되 효험效驗이 없으니

임맥任脈과 독맥督脈과 십이경十二經으로 주어보자 승장承漿 염천廉泉 천돌天突 구미鳩尾 거궐巨闕 상완上脘 중완中脘 하완下脘 신궐神闕 단전丹田 곡골曲骨을 주고 족태음비경足太陰脾經 삼음교三陰交 음릉천陰陵泉을 주어보되 아무리 약藥과 침파鍼破(침으로 종기를 쨈)를 허되 병세病勢 점점 위중危重터라.

두 번째는 영구법입니다. 이 방법은 조금 생소한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니 팔맥교회혈, 임맥의 혈자리, 족태음비경의 혈자리들이 등장합니다. 팔맥교회혈은 기경팔맥을 타겟으로 하는 혈자리들입니다. 임맥과 삼음교, 음릉천은 보음과 연관성이 있는 혈자리들이고요. 이번에도 도사님은 보음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다지 차도가 있는 것 같진 않지만요.


도사 다시 맥을 볼제,

"맥이 경동맥經動脈(경經이 움직이는 맥)이라 비위맥脾胃脈이 상傷하오면 복중腹中으로 난 병이요, 복중腹中이 저려 아프기난 화병火病으로 난 병인디 음황陰黃 풍병風病이라 여섯가지 기운이 동動허야 손기상기損氣傷氣난 정음正陰이요 진경震驚에 미迷난 정양正陽이라. 음허화동陰虛火動 황달黃疸을 겸하였사오니

두 가지 침법도 실패하고, 도사님은 이제 다시 맥을 짚어봅니다. 음양陰陽이 모두 상하였고, 육음六淫이 모두 동하였고, 황달까지 있다고 합니다. 아니나다를까 황달이 있었네요. 북극곰과 미어캣의 생각이 맞았습니다. 용왕님의 병세가 원래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는데 약과 침구 처방을 받고 지금에 이른 것인지, 아니면 본래 이러한 상태였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도사님의 치료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네요! 용왕님이 한의원 손님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사실 손님이었다면 진작 다른 한의원으로 옮겼을 것입니다.)


진세塵世 산간山間으 토끼 간肝을 얻으면 차효差效가 있으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하오면 염라대왕閻羅大王이 동성삼촌同姓三寸이요, 동방삭東方朔이가 조상祖上이 되어도 누루 황黃 새암 천川 돌아갈 귀歸를 허것소." 

갑자기 토끼 간이 등장합니다. 토끼 간을 먹지 않으면 곧 죽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하네요.


용왕이 왈,"신롱씨 백초약은 어찌약이 아니되옵고 조그만한 진세 토끼 간이 약이라 하나이까"

앞선 치료를 다 받았으면 멀쩡하던 사람도 지쳐 있을 것 같은데요, 여기까지 와서 도사를 또 믿는 용왕님입니다. 그래도 이전에는 약을 넙죽넙죽 받아먹는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왜 토끼 간을 먹어야 하는지 이유를 물어봅니다.


도사 왈, "대왕은 진이요 토끼는 묘라 묘을손은 음목(卯乙損陰木)이요 간진술은 양토(陽土)라 하였으니 어찌 약이 아니되오리까"

그렇다면 왜 토끼 간을 먹으라고 하는 걸까요? 약성가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야 도사는 답을 줍니다. 두 동물은 12간지에 속해있는데요, 용왕님은 용이니까 진辰이고, 토끼는 묘卯입니다. 토끼는 나무木에 속하고, 용은 흙土에 속하니 목극토木剋土의 관계로 토끼의 기운으로 용왕님의 과도한 기운을 억제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추정됩니다.


* 이 부분에서 도사님이 드디어 본업으로 돌아오는게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봅니다. 토끼의 간을 먹으라는 것은 약을 처방하는 의술보다는 갑자를 기반으로 하는 산수학이나 명리학의 영역으로 보입니다. 산수학, 명리학에서는 음양오행과 갑자의 논리가 우선시되는 반면 한의학에서는 실제 처방 경험과 생리&병리학 등이 우선시되기 때문입니다. 아마 도사님의 본업이 의사가 아니고 명리학자였던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오늘 토끼전에 숨겨진 또 하나의 교훈을 얻었습니다. 한의학 치료는 한의사에게 받아야 합니다.(웃음)




아주 가볍게(?) 수궁가의 약성가 가사를 살펴보았습니다. 미어캣은 잘 생각해보니 도사님이 먹으라고 일러준 토끼의 간을 먹고 용왕님이 쾌차하셨다는 결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토끼의 간을 구하지 못한 자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용왕님은 왕위를 물려주었다는 엔딩이나, 화타가 준 약을 먹고 용왕님이 쾌차했다는 엔딩이 유명하죠.


유명한 동화 속에 녹아 있는 한의학 이야기, 한의대를 졸업하고 읽어보니 새롭게 다가오네요. 열심히 탐구한 끝에 내린 결론이 "도사가 돌팔이였다"라서 더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한의학이 녹아 있는 다른 동화나 이야기를 더 찾아봐야겠습니다. 혹시 알고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 덧글로 제보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Writer : 북극곰, 미어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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