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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Oct 07. 2017

[진로 인터뷰]국제보건분야-WHO를 꿈꾸는 한의대생에게

WHO 제네바에 다녀와서 - WHO에 가려는 분들 주목!

* 이 글은 제네바 WHO에서 근무하시는 기술관님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WHO의 행정체계인 국가사무소, 지역사무소, 본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김재균 한의사 인터뷰를 참조해주세요.



    화창한 날에 제네바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를 방문하면 커다란 나무한 그루가 우리를 반깁니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기구 수장이 된 고(故) 이종욱 WHO 사무총장의 추모 식수입니다. 보건계열 학생들에게 WHO는 한번쯤 들어본 기관이고, 누군가에겐 꿈의 직장일 것입니다. 특히 본부인 제네바는 국제보건을 하는 모두가 한번쯤 선망해보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WHO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놓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WHO 근무환경이고, 내적으로는 업무를 대하는 마음가짐입니다.


셀프-체크 해봅시다. 시작!




WHO의 근무 환경


   먼저, WHO의 근무지는 말 그대로 국제적입니다. 전체 직원의 절반은 국가 사무소(country offices)에서 일하는데, 대부분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나라입니다. 이종욱 박사도 초기에는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솔로몬군도 등남태평양 지역을 돌며 한센병 퇴치에 힘썼습니다. 병원도 의사도 생필품도모두 부족한 현장입니다. 이러한 곳에서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지내야 합니다. 특히 향후 개인의 진로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 없음은 덤입니다. 국가사무소 직원 중 일부만이 '운이 좋으면' 다음 부임지로 가게 됩니다.


똑똑. 제네바 가야하는데 좀 비켜주실래요...?


   다음 근무지는 다른 국가 사무소나, 지역 사무처가 되고는 합니다. 전체 직원의 25%는 6개의 지역 사무처(regional offices)에서 근무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25%만이 사회 기반시설이 잘 구축된 제네바 본부(Geneva Headquarter)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WHO 조직에서 제네바 본부의 힘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본부와 지역 사무처는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에 가깝습니다. 대통령에게 장관 임명권이 있는 것과 달리, WHO 사무총장과 6개 지역사무소의 사무처장은 모두 선출직이며 임기도 5 + 5년으로 동일합니다. 지역표준과 세계표준이 함께 쓰이는 등 갈등이 있었으나, 지금은 본부에서 제시하는 표준을 지역사무소가 현지에 맞게 변형하여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국가사무소에서 직접 실행하는 형태로 업무가 이뤄집니다.

    WHO의 예산이 축소되는 경향에 따라 감원 또는 업무의 재정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당선 이후 미국의 국제기구 분담금을 축소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어 WHO를 비롯한 UN 기구들의 규모가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WHO의 예산 중 국가별 의무분담금 25%이며 나머지 75%는 회원국의 자발적인 기여금으로 충당합니다. 그러므로 WHO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습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많은 직원이 그만두어야 했습니다. 현재 근무하는 직원들 역시 상당수가 계약직 신분입니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 때문에 본인이 직접 인건비 및 사업비를 구해야 하는 경쟁 속에 놓이게 됩니다.


계약직 속에서 정규직을 찾아봅시다




WHO에서 근무하는 마음가짐


   둘째, WHO에서 일할 때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내가 주인공이 되려는 생각보다, 어떤 일을 하든 주인공은 WHO라는 생각으로 일해야 합니다. 한의학 분야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업무를 하더라도 내 이름이 아닌 WHO 이름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는 보건복지부의 역할을 생각해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추나 건강보험 시범시행사업을 할 때 담당 공무원이 직접 추나를 하지 않죠. 보건복지부는 추나 전문의, 연구자, 임상가 간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계획을 발표합니다. WHO에서 하는 일도 비슷합니다. 다만 국내보건이 아닌 국제보건으로 그 범위가 더 클 뿐이죠. 


   WHO에 가기 전에 국제보건분야에서 꼭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문제의식이 있다면 그것이 WHO의 핵심가치와 맞는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WHO의 경우 세계인을 위해 더 나은, 더 건강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 핵심 가치입니다. WHO는 이 가치를 지키고 실행할 사람을 고용합니다. 내가 가진 문제의식이 핵심가치와 맞는다면 WHO에서 그 해결책을 찾으면 됩니다. 하지만 본인의 문제의식과 핵심가치가 다르다면 WHO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여러분의 문제의식이 한의학의 세계화라고 가정해 봅시다. 전통의학 표준을 정하는 과정에 한의학과 다른 전통의학이 갈등한다면 어떤 결정을 하시겠습니까? 많은 분들이 한의학을 택하고 싶으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객관적인 근거와 균형잡힌 시각으로 국제 보건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고민하는 것이 WHO의 입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평화로운 제네바 WHO 본부. 사실은 정글에 가깝습니다.


   WHO의 업무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지내가 가진 문제의식이 WHO의 핵심가치와 부합하는지, 막연히 그 길을 꿈꾸기 전에 이 두 가지를 스스로 점검해봅시다. 둘 중의 하나라도 NO라면 내 문제의식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게 어떨까요? 국제보건이라 하면 WHO를 우선 생각하지만, 국제보건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연구, 임상, 비정부기구 등 다양합니다. 그곳이 꼭 WHO일 필요는 없습니다.


   YES라고 답한다면 세계보건기구에서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일할 준비를 시작해봅시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는 영어 성적유학인맥도 아닌 국제보건을 향한 마음입니다. 여러분이 품은 마음으로 지금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다보면 먼 훗날 세계 각지에서 제 2의 이종욱 박사님이 되어 세계인의 건강을 위해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바쁜 일정에도 시간을 내주신 안상영 기술관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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