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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신만나드립니다 Apr 27. 2023

[수련의 특집] 목동동신한방병원 레지던트 정소미 한의사

수련의의 삶을 말하다, 그 세 번째 이야기

한의대생 진로고민 해결소 ‘대신 만나드립니다'에서 [수련의 특집]의 세 번째 인터뷰이로 모신 분은 바로 목동 동신한방병원에서 수련 중인 정소미 한의사십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진로를 고민한 정소미 한의사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약력]
원광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00한의원 부원장 근무
목동 동신한방병원 인턴 수료
(現) 목동 동신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레지던트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목동동신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레지던트 1년 차 정소미입니다.


Q. 요즘 선생님의 일과, 그리고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나요?

 아침에 출근하면 인턴 선생님이 해주시는 한방재활의학과 입원환자 브리핑(환자 상태 설명)을 들어요. 회진 전에 특이사항이 있는 환자분들을 뵙고 상태를 살피고, 처치하기도 해요. 이후 교수님께 환자 브리핑을 하고 회진에 참여합니다. 회진 후엔 교수님과 환자 상태에 대해 논의하고 약 처방, 차팅 등을 합니다.

 바쁜 오전 회진이 끝나면 일과 중엔 병동 환자 침 치료, 노티 사항 처치, 외래환자 추나 등을 해요. 3월 초엔 교육 기간이라 새로 들어오신 인턴 선생님들을 교육해 드리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요샌 교육이 거의 끝나서 이제 제 공부에 집중하려 해요. 전문 수련의 과정을 밟게 되면 매년 논문을 작성해야 해서 최근엔 논문작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과 중에 업무 외의 시간이 나면 재활과 스터디 준비를 하거나 논문작성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 시절


Q. 학부 시절 어떤 학생이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의대를 다니는 동안 관심사는 무엇이었나요?

 학부 시절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그것에 최선을 다하는 학생이었어요. 학년별로 관심사가 조금씩 달라졌지만 제 학부 시절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은 동아리였던 것 같아요. 영상 제작, 춤 동아리 등을 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더 나은 퀄리티의 영상, 더 나은 퀄리티의 무대를 올리기 위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시간, 체력 모두 갈아가며 몰입했던 순간들, 그 과정에서 함께한 사람들, 그 사람들과의 추억을 빼면 제 학부 시절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학교 사람들은 제가 병원에 지원할 줄 몰랐다고들 해요. 병원이라고 하면 흔히 딱딱하고 정형화된 이미지가 떠오르기 마련인데 동아리 활동에 열중하고 머리도 알록달록 염색하던 제가 자유로운 이미지에 가까워서였던 것 같아요.


Q. 학부 시절 경험한 활동 중,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나요?

 무엇이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것에 대해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어요. 한의학에 대한 것이든, 한의학 외의 것이든 내가 어떤 것을 하면 즐거운 사람인지 나를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성적 받기, 자취 요리하기, 운동하기, 소소한 취미활동 등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괜찮아요. 학부 시절 쌓여가는 시험 스케줄에 정신도 없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 그럴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졸업하고 보니 일하면서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더 부족하더라고요..

 물론 그 과정에서 학업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에서 교과서로 배울 때는 실용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밖에 나와 보니 ‘이래서 배웠구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리고 학생 때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아르바이트, 교내외 행사 스텝으로 참여하기 등 그 시절에만 할 수 있는 경험들이요.

 이 외에도 해외 의료봉사활동, 논문작성 등 자산이 될 만한 경험들이 참 많아요. 남들이 하니까 해야만 할 것 같은 것을 수동적으로 하는 것 보다 관심 있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다 보면 이런 경험들이 자연히 쌓이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련의의 삶


Q. 수련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항상 진로 고민을 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한의대를 다니면서도, 졸업해서도 한의학이 제 적성과 잘 맞는지 항상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다른 진로를 선택해야 할까, 자아실현에 있어서 직업을 어느 정도의 비율로 놓아야 할까, 나는 왜 이 전공을 선택했나, 내가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인생이란 무엇일까 정말 끝없이 고민했었습니다. 고민하다가 깨달았어요. 저는 어떤 분야에 있어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결국 제가 전문성을 띠고 잘할 수 있는 분야는 6년을 투자한 제 전공이라는 것을요. 훗날 투잡을 하더라도, 한의사로 돈을 벌기로 선택한 이상 잘하는 한의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잘하는 한의사가 되려면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후 조금이나마 겪었던 로컬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하는 세계였습니다. 직장 선택도, 공부도 모두 알아서 하나하나 쌓아나가야 했어요. 마치 너른 평야에서 집을 짓는 느낌이랄까요..? 로컬에서도 치열하게 공부하시고 대단한 분들이 많지만, 저는 사실 자신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에 비해 수련의 장점은 손만 뻗으면 공부할 수 있는 소스에 닿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이란 것이 사실 별것이 아니고 단지 제 경험의 총체라는 결론에 다다랐어요. 수련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득실은 뚜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원환자를 돌보며 젊은 날 밤낮으로 환자의 상태를 체크하고 고심한 경험, 힘든 상황에서 피어난 동료와의 전우애 등이 모여 저의 인생을 이룬다면 저는 그 경험에 뛰어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수련 병원을 선택한 기준과 현재 수련 중인(수련한) 병원을 선택한 이유와, 병원의 장단점이 무엇인가요?

 제가 수련병원을 선택한 기준은 2가지였어요. 첫 번째로는 본가인 서울에 있는 한방병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타지 생활을 6년간 하다 보니 향수병이 생겼던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인턴 때 다양한 과의 환자를 겪어보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수련 중인 병원은 위의 두 가지 니즈를 모두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병원이었어요. 또 다른 장점으로 의국 분위기가 좋다는 것, 같이 일하는 선생님들과 좋은 분위기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있습니다. 또한 한약을 1일 단위로도 낼 수 있어 한약 치료에 있어서 환자를 경과 관찰하기 좋아요.

 단점으로는 입원 환자를 꼼꼼하게 조사하는 편이라 인턴 업무에 있어서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 파악과 제 임상경험에 있어 큰 도움이 되는 업무라 단점이라고만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Q. 수련 생활 중 인상 깊었던 순간/ 가장 뿌듯했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수련하면서 환자분들과 같이 울고 웃었던 모든 순간이 다 너무 소중하게 남아있어요. 환자분들 모두 다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잠시나마 들어가 치료함으로써 환자의 삶을 개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의료인이 가지는 영광인 것 같아요.

 오랫동안 어떤 치료를 해도 낫지 않았다던 통증 환자분이 크게 호전되었다며 감사의 말씀을 전해오던 순간,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을 겪는 환자분 이야기를 들어드리던 밤, 환자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어 수화를 검색하던 시간, 제 건강보다 더 걱정해 가며 대소식수 하나하나 살핀 어머니 환자분이 퇴원하시어 보내드려야 할 때 안아드리며 느낀 따뜻함 모두 저에게 큰 선물로 남아있습니다. 

  트랜스퍼 보내드렸던 환자분들도 종종 생각나요. 트랜스퍼란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전원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위중한 환자를 신속하게 옮겨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굉장히 긴장되는 상황입니다. 보통 인턴 1명이 동반해서 구급차를 타게 돼요. 환자분 의식이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의식이 있더라도 언제 상태가 악화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을 가득 안고 구급차를 탑니다. 제 인생 두 번째로 트랜스퍼 보내드렸던 환자분이 기억에 많이 남는데, 입원 시부터 lab 검사 결과가 범상치 않은 환자분이었어요. 결국 바이탈 사인 중 BT(체온)가 잡히지 않아 발열을 주 증상으로 트랜스퍼 가셨습니다. 제가 야간 당직을 설 때 인계받은 다른 과 환자분이라 저랑 기존에 큰 라뽀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분은 이송 도중 연신 ‘고맙다, 할머니 한 명 때문에 고생이다. 밥 먹고 가라’며 저와 응급구조사 선생님을 걱정해 주셨어요. 제가 한 것이라고는 고작 환자분 상태를 담은 서류 봉투를 품에 안고 환자분께 달아놓은 수액을 체크하며 곁을 지킨 것뿐인데 말이에요. 이송한 병원에 인계를 마치고 떠나려는데 환자분이 ‘죽기 전에 꼭 다시 만나자, 정말 고맙다’라며 남긴 말씀이 잊히지 않아요.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난 후 여느 때처럼 정신없이 병동 치료실에서 뜸 부항 치료를 하던 중 환자분의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순간 놀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환자분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질환을 진단받으셨다고 전해오셨습니다. 처음은 그 병의 위중함에 안타까워 눈물이 났고, 두 번째는 환자분이 그 짧은 이송의 순간에 함께했던 저를 기억하시고 ‘같이 응급실까지 가고 오래 기다려 준 인턴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전해드리라’고 하셨다는 말에 눈물이 났습니다. 인생의 고개를 만난 순간, 기력이 없어 숨소리나마 미약한 와중에 힘을 내 입을 떼서 감사함을 전하는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요.

 인지던트 시절 겪은 환자분들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인지던트 기간은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기간이라 인턴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레지던트 업무 교육도 같이 받게 돼요. 특히 인지던트 초반엔 전공도 정해지지 않고 업무량도 늘어나 정신적, 체력적으로 아주 불안하고 고된 시기예요. 제 성격상 꼼수를 부리지 못하고 미련하게 일하는 경향이 있어 늘어난 업무량을 그대로 맞이하다 보니 일하는 시간이 길어져 힘들어지기도 했고요.

 이 시기에 오셨던 환자분 중 의사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처음엔 같은 의료인을 치료한다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어요. 그래도 부담 가지지 말고 맡은 바를 충실히 하자는 생각으로 늘 하던 대로 열심히 치료에 임했습니다. 이 환자분이 퇴원하실 때 시집에 편지를 써주고 가셨는데 그 말들이 힘든 인지던트 기간을 넘기는 데 꼭 필요한 말들이었던 것 같아요. 선생님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실하고 꼼꼼하게 하는 의사는 좋은 의사가 되실 것이라며, 외롭고 고단한 시간이 되겠지만 그 시간이 쌓여서 저를 좋은 의사로 만들어 줄 거라고 격려해 주셨습니다.

 이렇게 환자분들에게 도리어 제가 치유 받는 순간들이 많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Q. 수련(생활)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학습 자료에 인접해 있다, 가정의학과, 재활의학과 협진 하에 영상 검사, 혈액검사 등을 매일 접하고 환자 상태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용이하다, 입원환자를 보다 보니 환자 경과 관찰을 하는 것이 용이하다, 중증의 환자 케이스 관찰이 용이하다는 점이 있습니다. 동료가 여러 명 있는 환경이라는 것도 큰 장점이에요. 레지던트가 되면 당직인 날을 제외하면 6시에 퇴근하니 로컬에 있을 때보다 야진 부담이 적은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점으로는 인턴 생활 때 휴식 시간이 부족하다, 로컬에 비해 월급이 적다는 것이 있어요. 로컬에서 일할 때 환수가 많은 한의원에서 일을 해서 웬만한 업무 로딩에 대해서는 맷집이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실제로 인턴 생활 초기에는 다들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요. 하지만 환수가 늘어나고 인력이 줄어드는 상황이 생기면서 제 인생 중 가장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병원 생활이 거의 제 머릿속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 안락하게 안주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Q. 기대했던(예상했던) 수련의 생활과 실제 수련의 생활은 어땠으며, 무엇이 달랐나요?

 저는 기대했던 수련 생활과 실제가 거의 비슷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은 것 같기도 해요. 수련을 향한 고민의 마침표를 찍게 된 결심이 ‘어쨌든, 수련이라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수련이 나에게 뭔가를 줄 것이다’라는 기대가 별로 없었거든요. 아마 뚜렷이 얻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했다면 수련 결정을 못 했을지도 몰라요. 그것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겪어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알 수 없는 거니까요.

 예상했던 대로 공부하기 좀 더 쉬운 환경에 들어오게 되었고 환자분들, 동료들과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됐어요. 의학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멋있고 화려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여러 감동도 경험하고 공부도 많이 하게 됐고요. 특히 정말 감사하게도 훌륭한 위 연차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제가 예상했던 저의 모습보다 더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직 너무나도 부족하지만요.


Q. 병원 수련 여부를 고민하는 학부생에게 해줄 조언, 꿀팁 있나요?

 내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어느 것에 더 가치를 두는 사람인지, 왜 한의대에 원서를 쓰게 됐는지 충분히 생각해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내가 어떤 가치를 중점적으로 두느냐에 따라 병원 수련은 필요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우스갯소리지만 저는 막연하게 어렸을 때부터 메디컬 진로를 꿈꿔왔는데 그건 의학 드라마를 본 이후 인턴, 레지던트를 꼭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수련을 결정한 이유로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더 공부하고 싶고, 더 경험하고 싶은 이유가 컸지만, 작은 이유로는 어렸을 때부터 수험생활을 달래며 꿈꿔온 인턴 생활을 안 하자니 꿈에 방점을 못 찍고 끝낸 느낌이 들더라고요 (웃음). 이렇게 어떤 사소한 이유라도 좋으니, 자신의 선택에 후회가 적은 방향으로 충분히 그간의 선택을 짚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Q. 수련하고 싶은 학생이 미리 준비하면 좋은 것들에는 무엇이 있나요?

 학부 때 저도 선배님들께 항상 이 질문을 달고 살았어요. 병원 입사라는 것이 아무래도 수능처럼 정량화된 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안개 속을 더듬는 느낌이 드실 거예요. 학점이 중요한가 싶으면 무조건 학점만 높다고 원하는 병원에 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것이 좋은가 싶으면 또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어떤 대외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지도 모르겠고 막막하죠. 제가 면접관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제 생각으로는 병원마다 원하는 인재상에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성실하게 트러블 일으키지 않고 힘든 인턴 과정을 완주할 사람을 원하는 것 같아요. 그걸 어필할 수 있을 만한 포인트들을 잘 엮어 나를 소개해야 해요. 


Q. 수련 후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나요?

 부끄럽지 않은 진료를 하는 한의사, 치료행위의 당위성을 더욱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어요. 또한 제가 선택한 전공에 있어 전문성을 가진 한의사가 되고 싶어요. 졸업 직후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환자를 마주쳤을 때 어느 순간 환자가 질문하는 것이 두려워지는 저 자신에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환자분께 질환의 예후와 경향성, 치료법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어요.


Q. 인턴만 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는 수련의 비율은 어느 정도 되나요?

 병원마다, 기수마다 다르겠지만 저희 병원 인턴 동기 중에는 50%가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레지던트 채용 TO, 개인의 성향 등에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Q. 해당 전공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제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것을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학부 시절엔 오히려 재활과보다 신경정신과 질환에 흥미가 높았어요. 그래서 신경·정신과학회에 참가하기도 했고 병원에 간다면 신경정신과 수련을 목표로 하지 않을까 생각한 채로 졸업했는데, 졸업 후 임상을 나가보니 근골격계 환자분들 치료하는 것이 그렇게 재밌더라고요. 근골격계 환자분들을 가장 많이 마주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또한 저는 무언가 눈에 보여야 이해가 빠른 편인데 근골격계 환자분들 치료가 직관적이고 명료한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효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나는 것도 흥미로웠고요. 다른 전공들도 충분히 매력 있었지만 제 흥미를 더 쉽게 불러일으킬 수 있을 만한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Q. 졸업 후 바로 수련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병원을 수련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마치지 못한 상태에서 남들 지원하는 대로 휩쓸려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주체적이지 않은 결정은 방향성을 설정할 때 길을 잃기 마련이니까요.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 로컬에서 일하면서 겪어보고 1년 후 다시 지원 결정을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고 일단 로컬에서 일해보기로 했습니다.

 졸업 후 다른 일을 하다가 수련하는 선생님들이 꽤 있습니다. 저는 졸업 1년 후 병원에 지원했지만, 졸업 후 수년이 지나고 병원에 지원하는 선생님들도 계시고요. 다만 인턴 채용 시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분들을 선호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기는 해요.


대신 만나드립니다 공식 질문


Q.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가장 뿌듯했던 UP & 포기하고 싶었던 DOWN 순간이 언제였고, 그때의 극복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한방재활의학과 레지던트가 되었을 때가 인생에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인 것 같아요. 대학합격 했을 때 보다 더 기뻤어요. 대학 합격 때는 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레지던트 채용 시에는 이보다 더할 수 없을 정도의 최선의 노력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레지던트가 되는 것이니 꿈의 방점을 찍는 느낌이기도 했고요.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인턴 기간 중 힘에 부치는 로딩을 만났을 때였던 것 같아요. 내가 최선의 노력을 해도 힘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매일매일 마주하니 참 막막했어요. 그때마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꿈이 보인다고 되뇌면서 버텼습니다. 


Q. 진로를 고민하는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학부 시절 저를 비롯한 많은 친구가 진로를 고민하며 힘들어했던 기억이 나요. 끝없는 고민과 함께 우울감, 무력감이 오기도 하겠지만 고민 끝에 성장이 올 거예요. 진로 고민에 정해진 정답은 없어요. 내가 한 선택이 곧 내 인생이고 정답이니까요. 인생 살아 보니 항상 뜻하고 계획한 대로 착착 흘러가지만은 않더라고요. 꿈이라는 것과 멀어진 것 같고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자괴감이 들 수도 있을 거예요. 근데 그냥 하루하루 살아 나가면 그것이 모여서 내 인생이 되는 것이니 그때마다 의미 있는 경험을 하나둘씩 늘려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때 영어 교과서에서 배운 구절 중 스티브 잡스의 연설에 나온 ‘connect the dots’라는 말이 기억나요. 저는 진로를 고민하며 인생이 잘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때 항상 이 말을 떠올렸어요. 스티브 잡스가 별생각 없이 수강했던 캘리그라피 수업이 후에 매킨토시 컴퓨터를 만들 때 도움이 된 것처럼 인생의 경험을 점이라 하면 그것들이 연결되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는 뜻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러니 고민하되 너무 지치지는 않게 하시고 자신의 결정을 믿고 살아 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의 장기/단기 목표가 궁금합니다!

 단기 목표는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로서 성장하기, 장기 목표는 행복한 인생 살기입니다. 지금 당장은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성장하는 것이 제 길었던 고민의 답인 것 같아요. 제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기에 이 과정을 성취해 나가며 행복하기도 하니 장기목표도 이뤄가는 중이고요.

 단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더 작은 단기목표로 대학원 진학, 초음파 공부 등이 있습니다. 작은 목표들에 깃발을 꽂아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한의사가 되어있으리라 생각해요.


Q. 앞으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꾸준히 제 자리에서 1인분을 해나감으로써 한의 치료에 대한 만족도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제가 세상을 한 번에 바꿔버리진 못하겠지만 흐름에 기여할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의 모든 환자를 볼 수도 없고, 모든 환자를 낫게 할 수도 없겠지만 제가 만나는 환자분들에 진심을 다하다 보면 그것이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요? 수련의 정소미에 몰입하는 기간은 이런 방식으로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서면 인터뷰였지만, 수련 중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는 답변들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던 인터뷰였습니다. 귀한 시간 내어 서면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소미 한의사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남은 수련 생활과 수련 이후의 한의사 생활을 대만드가 응원하겠습니다. 대만드는 진로를 고민하는 모든 분의 찬란한 꿈을 응원합니다!


Interviewer & Writer & Editor. 앵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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