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의 삶을 말하다, 그 두 번째 이야기
한의대생 진로 고민 해결소 ‘대신 만나드립니다’에서 [수련의 특집]의 두 번째 인터뷰이로 모신 분은 바로 00 대학 한방병원에서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레지던트 1년 차로 수련 중이신 한의사십니다.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수련 생활에 임하고 계신 선생님의 모습에 대만드 동물들은 깊은 감명을 받고 왔습니다 :)
대학병원 수련의, 김고미(가명) 한의사
[약력]
00 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00 대학병원 인턴 수료
(現) 00 대학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레지던트 수련의
Intro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OO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병원에서 일반 수련의로 재직 중입니다. 올해부터 한방 안이비인후 피부과학을 전공할 예정입니다.
Q. 요즘 선생님의 일과 그리고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병원은 인턴 정식 출근 시각이 6시입니다. 6시에 출근을 하면 가장 먼저 제가 맡고 있는 환자분들 라운딩을 돌게 됩니다. 라운딩이란, 주치의 선생님이 오시기 전에 담당 인턴들이 먼저 병실별로 돌면서 환자분들의 현재 컨디션이나 증상 변화 등을 체크하는 과정이에요. 노티표가 있는데 이 표에 환자분들의 주소증과 현재 증상들, 전반적인 컨디션, 환자분들의 컨디션에서 변화 있는 부분들을 정리해서 출력하고 주치의 선생님들이 출근하시기 전에 미리 제출합니다. 7시 반에서 8시 반 사이 정도에 과별로 주치의 선생님들이 출근하셔서 노티표를 보시고 한 번 더 환자분들을 체크하러 라운딩을 보십니다.
보통 8시 반 이후부터 교수님들이 과별로 회진을 올라오시는데, 인턴들은 대부분 교수님과 함께 회진을 돌면서 길을 안내해드리고 자침하시는 교수님들을 위해 트레이 준비와 자침 보조를 합니다. 라운딩과 회진이 끝나면 그때부터 대부분의 액팅이 시작됩니다. 액팅은 인턴이 환자들에게 하는 치료를 의미합니다. 다른 병원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희 병원은 자침을 제외한 대부분의 액팅, 뜸, 발침, 다른 물리치료 등을 인턴이 맡아서 해요. 그래서 액팅이 오전과 오후 일과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퇴근 시간은 6시인데요, 5시 반에 신규 환자가 입원하시는 등의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대부분 정시에 퇴근할 수 있습니다. 퇴근하면 그때부터 개인 일과의 시작이고 당직을 서게 되면 6시부터 당직을 하게 됩니다. 한방병원은 응급콜이 많은 편이 아니다 보니, 6시부터는 공부나 추가적인 할 일을 합니다. 저희 병원은 컨퍼런스라고, 과별로 매달 발표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컨퍼런스 준비도 대부분 퇴근한 후 6시부터 합니다. 그러다가 중간중간 환자분들 콜이 오면 가서 처치나 액팅을 하게 됩니다. 늦은 밤까지 콜이 없으면 자다가 콜이 오면 나갔다 오는 식으로요. 그러다 다시 6시에 출근하는 생활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인지던트(인턴+레지던트) 기간이다 보니 외래 환자도 봐야 해요. 평일 중 며칠은 1시 반부터 4시 반까지 외래 업무를 보고, 4시 반부터는 다시 병동 환자분들 액팅하는 식으로 인턴 업무와 레지던트 업무를 같이 하고 있어요.
Q. 그렇다면 인지던트 기간이 특히 바쁘실 것 같습니다.
맞아요. 아무래도 인턴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병동 주치의 역할을 해야 하다 보니까 바쁩니다. 그전까지는 주치의 선생님들이 시키는 액팅 위주로만 하면 됐다면, 지금은 환자분 케어를 제가 전적으로 맡아야 하다 보니 아무래도 환자분들에 대한 책임감도 강해지고, 치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하게 됩니다.
학부 시절
Q. 학부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고, 한의대 다니는 동안 관심사가 무엇이었나요?
예과 때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긴 했지만, 예과 때는 주로 동아리 활동이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 관심이 많았어요. 본과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에 집중했죠.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우선은 무언가를 할 때 대충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공부를 못 놨던 것도 있어요. 또 수련하고 싶다는 생각을 본과 올라가면서부터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수련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내가 수련받고 싶은 병원을 고르는 데 있어서 성적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부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저희 학교가 성적 장학금을 잘 주는 편인데, 부모님께서 성적장학금을 받으면 제가 쓸 수 있도록 해주셔서 그 장학금으로 방학마다 여행을 다녔어요. 다음 방학에 또 여행을 가고 싶어서 계속 열심히 공부할 힘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웃음)
Q.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과 실제 임상과의 괴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는 수업 내용과 임상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본과 3, 4학년 때 공부하는 내용들은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이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기반 없이 임상에서 새로운 지식을 쌓는 것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차이점으로는 학교에서 질환과 관련한 텍스트적인 지식을 공부했다면, 임상에서는 “그래서 그 질환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하는 실질적인 부분을 알아채야 한다는 점이 있겠네요.
제 생각에 학교 공부는 질환에 대한 지식을 쌓는 과정인 것 같아요. 본과 3학년 이후에 공부하는 임상 과목들은 대부분 질환 위주의 지식으로 구성되어 있잖아요. 반면 실질적으로 그 질환을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변증시치 정도 이외에는 많이 다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임상에 나온 사람들이 ‘결국 치료를 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본과 3, 4학년 때 공부하는 게 쓸모없는 지식은 절대 아니거든요. 치료하려면 그 질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 질환에 관한 공부로 기본을 탄탄하게 쌓는 것이 좋아요. 그 질환을 잘 알고 난 후, 실제 임상에서는 치료에 필요한 부분들 위주로 더 깊이 있는 공부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에요. 설사 공부한 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고 해도, 한번 제대로 봤던 것과 그런 내용이 책에 있는지조차 몰랐던 거랑은 아예 다르거든요. 제대로 공부했으면 다 까먹었어도 ‘이거 본3 때 무슨 과목에서 봤는데’ 하면서 찾아볼 수 있어요. 실제로 저는 학교에서 공부할 때 정리해뒀던 자료들을 지금도 찾아보고 있어요. 특정 질환의 환자를 보려면 제가 그 질환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잖아요.
Q. 국가고시 공부는 언제 시작하셨나요?
저는 국시 공부를 6월쯤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그렇게 빨리 시작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아요. (웃음) 일찍 공부를 시작한다고 국시 수석이 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국시 수석은 하늘이 어느 정도 점지를 해주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국가고시에 상상도 못 한 문제가 나오거든요. 저는 졸업 준비위원회에서 나오는 책을 다 봤는데도 처음 보는 문제들이 많이 나왔어요. 그래서 수석을 하려면 노력은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서 운이 따라야 하는 것 같아요.
보통 290점 이상이면 고득점자라고 하는데, 290점까지는 남들 하는 것보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해도 맞을 수 있어요. 나올 문제는 나오기 때문에, 국가고시 공부를 빨리 시작할 필요가 없이 졸업 준비위원회가 시키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면 돼요. 저는 시험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공부를 미리 시작해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라서 빨리 시작했을 뿐이에요. 국가고시 100일 전에 공부를 시작했다는 동기도 있는데 저랑 성적 비슷하거나 저보다 잘 본 친구도 있어요. 그래서 시간을 오래 투자한다고 무조건 성적을 잘 받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Q. 학부 시절에 경험했던 활동 중에서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활동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부생 때 로컬 한의원들을 다녀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한의원 참관을 다닐 수 있는지를 몰라서 본과 4학년 로컬 실습 때 거의 처음 로컬 한의원들을 가봤어요. 가서 보니 학부생 때 생각했던 것과 아주 다르고, 병원마다 분위기와 시스템이 달랐어요. 그래서 병원에 가보면 내가 어떤 분야에 더 관심이 있는지, 나중에 한의원을 하게 되면 어떤 클리닉을 하고 싶은지 등에 대해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한의사가 되고 나서는 로컬 한의원을 많이 가고 싶어도 가기가 어려워요. 왜냐면 한의사가 되고 나면 동종 업계 사람이니까 원장님들도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거든요. 사람에 따라 경쟁자로 인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참관이나 방문을 꺼리시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학생이 참관하고 싶다고 연락하면 생각보다 많은 원장님이 흔쾌히 오라고 하세요. 학생으로 참관하러 가면 설명도 잘해주시고, 점심도 사주시기도 하세요. 후배라고 생각하고 오픈해주시기 때문에 비교적 편한 분위기에서 한의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볼 수 있어요. 또 요즘은 특화 한의원을 비롯한 각 한의원만의 특색이 있는 한의원 많잖아요. 그런 곳들을 다양하게 가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건 학생 때만 경험할 수 있는 혜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관을 추천합니다.
Q. 한의대생으로서 먼저 사전 연락을 드리고 참관을 가는 게 환자로서 한의원에 가보는 것보다 배울 점이 많은가요?
한의대생이라고 밝히고 가는 게 더 배울 건 많다고 생각해요. 환자로 가면 저를 치료해 주시는 모습만 볼 수 있잖아요. 하지만 한의대생이라는 것을 밝히고 참관을 요청해서 가면 정해진 시간 동안 원장님이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폭넓게 볼 수 있죠. 원장님께서 치료하면서 ‘이 환자는 이런 부분이 있어서 이렇게 치료했다.’라고 알려주시기도 하세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하시고 질문에 대답해 주기도 하시기 때문에 한의대생으로서 참관을 요청해서 가는 것이 환자로 가서 치료받기만 하고 오는 것보다 배우는 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참관은 어떤 방법으로 신청하면 되나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연락을 드릴 때 한의원으로 전화를 드렸어요. 그러면 카운터에 계시는 간호사 선생님이나 간호조무사 선생님이 받으세요. 전화 받으시면 ‘저 00학교 본과 0학년 학생 홍길동인데 병원 참관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원장님께 이야기를 전달해주실 수 있나요?’ 하고 말씀드리면 대부분 그 선생님 선에서 ‘원장님께 전달해 드리고 다시 연락드릴게요’ 하고 전화를 끊으세요. 그 후 대부분 원장님으로부터 전화가 다시 왔어요. ‘저 00 병원 원장이에요. 언제 참관 올래요’ 하고 원장님께서 먼저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아요. 실습을 많이 받아 보신 원장님들은 ‘기간이 얼마나 필요해요?’, ‘몇 시간을 채워야 해요?’라고 물어보시기도 하고요. 그러면 가고 싶은 기간만큼 말씀드리면 될 거예요. 그 부분은 원장님과 맞추시면 돼요.
Q. 참관 기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궁금합니다.
그것도 상황마다 다를 수 있는데, 저는 최소한 하루는 보아야 그 한의원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군이 하루 중에도 계속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환자분들이 내원하는지에 따라서 원장님께서 저에게 가르쳐 주실 수 있는 부분도 다르거든요. 그래서 저는 반나절 정도 짧게 가는 것보다 하루를 통으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해 드려요. 만약 이틀을 참관하면 대략적인 원장님의 스타일이 와닿을 거예요.
수련의의 삶
Q. 수련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처음 일을 배우는 건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바로 로컬 부원장으로 나가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잖아요. 그런데 로컬로 나가면 어떤 분을 첫 원장님으로 만나는지가 앞으로의 진료 스타일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많이들 말하더라고요. 신규 졸업하신 원장님들을 잘 가르쳐주시는 원장님을 만나면 어쩌면 수련병원에서 배우는 것과는 다른 로컬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팁이나 진료 방법을 배울 수도 있어요. 실제로 주변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고요. 하지만 자신이 그런 분을 첫 원장님으로 만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또 졸업 후 로컬로 바로 나가면 학부생 때의 지식만으로 진료를 해야 해서, 각기 다양한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치료에 익숙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신규졸업 한의사의 경우, 일할 때 바로 물어보고 옆에서 배울 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지, 혹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내가 혼자 책임져야 하는 건지 아니면 병원이란 시스템 속에서 커버가 가능한지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저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그리고 일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스템으로 들어가는 게 배우기에도 편하고 일에 익숙해지는 데도 더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어떤 한 분야에 대해서 확실한 전문성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의사는 일반 양방병원처럼 특정 과 환자만 보기보다는, 다양한 질환의 환자분들을 보기 때문에 두루 잘하는 올라운더가 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질환을 다 잘 치료할 수는 없잖아요. 이때 최소한 '내가 이 분야만큼은 자신감 있게 잘 치료할 수 있다'는 강점을 하나 가지고 싶었어요. 수련을 받고 해당 분야의 전문의 면허를 따는 게 스스로 자신감도 붙고, 또 환자분들께도 ‘내가 전문의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이 부분만큼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치료를 해줄 수 있다’라고 어필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전문의 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Q. 수련 병원을 선택한 기준과 현재 수련 중인 병원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과의 환자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인턴의 장점이 모든 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레지던트 기간은 내가 정한 과의 전문적인 지식을 배우게 되겠지만, 1년간의 인턴 기간은 한방에서 다루는 많은 과를 전부 경험해보면서 내가 어떤 과에 더 관심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로컬에 나가면 다양한 환자를 봐야 하니까 미리 폭넓은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규모가 큰 대학병원에 관심이 있었어요.
저는 연구에도 관심이 있는데, 대학병원은 교수님들이 계시니까 환자를 보는 업무 이외에 교수님들 아래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일들을 경험해볼 수 있어서 대학병원을 선호했어요. 또 대학병원은 매년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실습을 도는데, 수련의 입장에서 학생 실습도는 것을 보면 또 그 나름의 재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저도 본과 4학년 때 실습을 돌면서 수련의 선생님들께 이것저것 물어보고 많이 배우려고 했는데, 이번엔 제가 수련의로서 배운 걸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으니까요. 이런 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대학병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병원 중에서 고르게 됐어요.
지금 수련하는 병원을 고른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이 병원에서 안이비인후피부과 환자를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에요. 저는 원래 안이비인후피부과에 관심이 많았고 이 과의 전문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하지만 안이비인후피부과가 마이너과다 보니 해당 과가 있는 병원도 적었고, 있다고 해도 실제로 그 환자군을 보는 병원이 별로 없더라고요. 저는 안이비인후피부과 환자를 보고 싶어서 찾다가, 저희 병원이 이 과 환자분들을 많이 본다고 해서 지원했습니다.
Q. 현재 수련 중인 병원의 장단점이 무엇인가요?
먼저 장점은, 저희 병원의 인턴 교육이 체계적이라는 점이에요. 교육 기간도 길고, 다양한 과별, 술기별 교육이 따로 있어요. 인턴 업무도 각 업무 단계에 따라 차근차근 넘어와서 일을 배우고 공부하기에 좋았습니다. 또, 앞서 말씀드렸듯이 안이비인후피부과 환자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단점은 저희 병원은 교수님이 많이 계셔서 회진이 많은 편이에요. 회진이 많으면 인턴이 대기하는 시간이 길거든요. 인턴은 교수님이 회진을 오기 직전에는 액팅을 하지 않고 대기해야 하니까 액팅 시간에 제약이 생기는 것이기도 해요. 과가 많고 교수님이 많은 것이 장점이지만 동시에 인턴으로서는 단점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수련 생활 중에 인상 깊었던 순간, 가장 뿌듯했던 순간, 그리고 힘들었던 순간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먼저, 저희 교수님 중에 약침을 잘 놓으시는 교수님이 계세요. 알 수 없는 이유로 전신 근육 강직이 심한 환자분이 입원하신 적이 있는데, 교수님이 환자분을 세심하게 보시고 촉진하면서 진찰하시더라고요. 이후 약침 시술이 필요한 부위에 약침을 놓으시니까 안 벌어지던 입이 벌어지더라고요. 제가 존경하는 교수님들이 환자분들 치료하시는 것을 보면 신기하고, 어떻게 하면 저 정도까지 실력이 오를 수 있을지, 멋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또 교수님이 환자분을 성심성의껏 치료하시는 것이 보이니까 더 멋있었고 인상 깊었어요.
뿌듯했던 순간은 많은데, 주로 환자분들이 잘 나아서 퇴원하실 때 기분이 좋아요. 인턴 때는 주치의가 아니라서 주로 지시받은 액팅을 하지만, 환자랑 제일 친해지는 시기거든요. 인턴은 환자를 하루에 10번씩 볼 정도로 가장 많이 보거든요. 질환에 대해서는 주치의가 잘 알겠지만, 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어쩌면 주치의보다도 환자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환자분들과 정이 드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분들이 입원할 때는 힘들어하셨는데 증상이 나아져서 퇴원하시면서 ‘고맙다, 많이 좋아졌다.’ 하시면 정말 뿌듯합니다. (웃음)
인턴으로서 힘들었던 순간은, 실수를 할 때예요. 그리고 실수를 하는 날에는 꼭 실수 여러 개를 연달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일을 하려고 해도 실수가 이상하게 연달아 나면 그날은 우울한 날이 되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희 병원은 위 연차 선생님들이 심하게 뭐라고 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지만 저 혼자 ‘왜 이것 하나를 제대로 못 할까?’ 하는 자괴감이 드는 거죠. 특히 인지던트 시기 초반에는 저는 아직 인턴 때와 비슷한 것 같은데, 환자분 치료를 제가 온전히 맡고 책임을 져야 하니까 심적인 부담감이 컸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인턴 시기에는 여러 과 환자분의 액팅을 하지만 인지던트 시기부터 특정 과 환자들의 주치의가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맞아요. 지금 인지던트 시기라서 픽스라고, 자신이 레지던트로 갈 과의 환자들을 주로 보고 있어요. 전반적인 치료 계획부터 어떤 약을 사용할지 직접 정해야 하고, 교수님께 환자의 경과가 어떤지 노티해야 하니까 한 환자분의 치료를 제가 온전히 맡는 거죠.
Q. 수련 생활의 장단점이 궁금합니다!
우선은 장점은, 병원에서 제 의사와 상관없이 시키는 공부들이 있어요. 환자를 보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지식을 병원에서는 체계적으로 공부시키고 쪽지 시험도 봐요. 병원 차원에서 공부시키다 보니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요. 제가 인턴 초반일 때는 레지던트 1년 차 선생님들을 보면서 ‘나랑 1년 차이밖에 안 나는데 어떻게 저렇게 아는 게 많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인턴으로 1년간 열심히 살면서 병원에서 시키는 것만 해도 기본은 가지고 갈 수 있더라고요.
동시에 이것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어요. 로컬 한의원으로 바로 나가는 분들은 온전히 자신이 환자들을 봐야 해서 각자 알아서 강의를 듣고, 스터디를 하는 등 공부를 하게 돼요. 그런데 수련병원에 있으면 오히려 나태해질 수도 있어요. ‘나는 인턴 하느라 바쁜데 무슨 공부야?’ 하고 위에서 시키는 것만 하는 거죠. 이런 점을 로컬에서 부원장 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 느끼기도 했어요. 인턴 생활하던 저는 환자 치료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위에서 시키는 액팅 위주로만 알고 있었거든요. 반면 부원장 하는 친구들은 제가 주치의가 됐을 때 해야 하는 것들을 이미 다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신규 졸업 직후에는 로컬로 바로 나가는 친구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또, 수련 병원은 시스템상 과별로 루틴이 정해져 있는 부분이 있어서 제가 굳이 공부하지 않고 루틴대로만 해도 기본적으로 굴러가는 부분들이 있어요. 만약 그 루틴에만 의지해서 환자 치료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안주한다면 개인적인 발전이 없겠죠. 반대로 로컬에서는 혼자서 알아서 치료해야 하니까 공부를 더 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수련하는 동안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면, 루틴을 따르면서도 스스로 환자나 질환에 대해 계속 공부해야 해요. 잘 짜인 루틴이 있다는 것이 편하면서도 거기에 안주하면 발전이 없으니까요. 인턴 때는 체력적으로 힘드니까 개인적으로 다른 공부를 하기가 힘들기는 해요. 레지던트가 되면 인턴 때보다는 시간상으로 여유가 많으니까 다른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Q. 기대했던 수련 생활과 실제 수련의 생활이 어땠으며, 무엇이 달랐나요?
많은 사람이 인턴 초반에 ‘수련해보니까 어때? 예상했던 거랑 다르지?’라는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별로 차이가 없었어요. 각자 수련병원에 어떤 것을 기대하고 왔는지에 따라 기대와 현실이 부합하는 정도가 많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저는 병원 들어가기 전에, 병원에 기대가 많을수록 실망하게 되니까 기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수련병원이 교육하는 곳이긴 하지만 돈 내고 다니는 교육기관은 아니잖아요. 결국 수련병원은 직장이고 일하는 곳이에요. 저도 돈을 받으면서 일하는 직장인으로서 출근하는 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병원에서 모든 걸 떠먹여 줄 거라고 생각하면 실망하게 될 것 같아요.
저는 병원 수련할 때 원하는 과의 환자를 얼마나 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했는데, 실제로도 피부과, 이비인후과 환자를 많이 볼 수 있어서 만족했어요. 또, 인턴을 돌며 다른 과도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었고, 병원 교육 시스템도 체계적인 편이라 기대했던 것과 비슷했어요. 체력도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각오하고 갔는데 삶의 질도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Q. 수련 여부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나 꿀팁 부탁드립니다 :)
첫째로는 위에도 말했지만, 큰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수련만 하면 뭐든 될 거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작정 시작하면, 발전 없이 시키는 것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어요. 수련병원도 결국은 직장이고 일하는 곳이다! 라는 생각을 늘 염두에 두는 게 좋아요.
두 번째는 수련하는 목표를 명확히 하셔야 합니다. 단순히 전문의 보드가 필요해서인지, 특정 과의 환자만 집중적으로 많이 보고 싶어서인지, 병원이라는 시스템 속에서 일하고 싶어서인지 등등 어떤 이유로 수련하려고 하는지가 명확해지면, 가고자 하는 수련병원도 그에 맞춰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만 놓고 봤을 때 로컬보다 일하는 시간은 길고, 페이는 훨씬 적은데 4년이라는 긴 시간을 명확한 목표가 없이 무작정 버티기는 쉽지 않아요. 일하다 분명 힘든 순간들이 수없이 찾아올 텐데, 그때마다 내가 왜 수련의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의식이 있어야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Q. 수련 이후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전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살지는 않아서 일단 수련을 잘 마치고 싶어요.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많이 가져가고 싶습니다. 수련 후엔 제 분야만큼은 자신감 있게 진료할 수 있고 환자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어요. 저희 과에는 난치성 질환이 많은데, 양방으로도 완치되는 질환군이 아니에요. 계속 호전과 악화가 반복돼서 평생 관리하며 살아야 하죠. 이런 분들이 치료를 포기하지 않게 계속 끌고 나가려면 확신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는 치료 실패를 경험하고 돌고 돌아 한의원에 오기 때문에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어요. 많이들 ‘제가 나을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시죠. 치료 기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환자가 지치지 않게 하려면 자신의 치료에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 기반은 지식과 실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은 3년 동안 열심히 배우고 실력을 쌓아서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고, 불안해하는 환자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Q. 인턴만 하고 레지던트 과정을 밟지 않는 수련의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또한 중도 탈국하시는 분들의 이유도 궁금합니다.
제 주변 동기들은 거의 다 인턴 이후 레지던트까지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비율은 잘 모르겠네요.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는 주로 건강이나 체력 때문인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남은 인원이 나가는 사람의 업무를 떠맡아야 해서, 나가는 사람도 남은 사람도 힘들죠. 그래서 중간에 나가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Q. 해당 전공(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로는 저만의 전문 분야를 갖고 싶었어요. 근골격계 질환은 대부분의 한의원이 주로 다루는 질환이다 보니 저만의 특화 치료로 내세우기엔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남은 과 중에서 로컬 환자가 많고, 한의학의 매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과를 생각하다가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를 생각했어요. 또 피부질환은 질환의 경과가 눈에 바로바로 보이고, 부비동염은 X-ray, 난청은 청력검사 등 저희 과 질환들은 질환의 호전 정도를 비교적 객관적인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이를 통해 치료하는 의사도 치료 방향성이 맞게 가고 있는지를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어 좋고, 환자 입장에서도 자신이 낫고 있음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어 좋죠. 저는 이런 명쾌함도 좋았던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을 고려하다 보니까 본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수련병원 지원에 대하여
Q. 병원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는 어디서 얻는 것이 좋을까요?
본과 4학년이 되면 전국 한방병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은 졸업 준비위원회를 통해 얻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자료를 통해서는 병원에 대한 병상 개수, 설치된 진료과목 등 객관적인 사실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실제 그 병원에서의 삶이나 구체적인 업무 등은 알 수 없어요. 따라서 그 외의 정보는 해당 병원에서 일하는 분께 직접 여쭤봐야 알 수 있어요.
저도 본과 4학년 중반까지만 해도 ‘어떤 병원에 지원해야 하겠다’는 확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는 걸 추천해요. 만약 수련에 관심이 있으면 수련병원에 있는 친한 선배들에게 다 연락해서 만나보세요. 실제 생활이 어떤지 물어보고 정보를 많이 모아서, 나에게 어떤 병원이 가장 적합할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는 게 중요해요. 왜냐하면 그 병원의 내부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없거든요.
Q. 수련 병원 지원 시, 자신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확인할 방법이 있나요?
본과 4학년 때 치르는 모의고사 성적으로 병원에 지원해보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자기 경쟁력을 알 수 있어요. 병원 모의 지원은 총 2~3번 할 수 있고, 졸업 준비위원회에서 자료를 모아서 본인이 지망하는 병원에 모의 지원한 학생 수와 모의 지원한 사람들 사이에서 본인의 석차도 알려주거든요. 그래서 그 수치를 보면 지망하는 병원의 합격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어요. 이때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모의고사 점수가 국가고시 성적과 절대 같지 않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병원 합격 여부가 성적만으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Q. 수련의 선발 과정에서 학부 성적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학부생 성적의 경우, 대부분의 병원에서 중요하게 보지는 않는다고 들었어요. 다만 저도 건너서 들은 말이라 해당 병원 내부 관계자분들은 어떻게 말씀하실지 모르죠. 대부분의 경우, 성적보다는 면접에서 병원에 잘 적응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는 것 같아요. 수련은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고 단체 생활을 해야 하니 그런 생활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성적이 좋아야만 병원에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비유하자면 학생부 종합전형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돼요.
Q. 학부 성적은 학점과 석차, 백분율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가요?
우선, 학점을 주는 기준이 학교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점 자체보다는 석차가 중요해요. 그런데 석차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백분율이에요. 100명 중 1등을 한 사람과 50명 중 1등을 한 사람의 백분율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백분율, 석차, 학점순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만나드립니다 공식 질문
Q.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가장 뿌듯했던 순간(UP)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DOWN, 극복방법)이 언제였나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대학교를 졸업했던 순간이에요. 졸업할 때 성적이 잘 나와서 6년간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고 느꼈고, 또 그 덕분에 원하는 병원에 와서 뿌듯했어요. 대학교 6년 동안 후회 없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동아리도 열심히 하고, 여행도 열심히 다녀서 하고 싶은 것을 거의 다 했던 것 같아요. 미련 없이 졸업했기 때문에 그때가 제일 뿌듯했습니다. (웃음)
반대로 제일 힘들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고등학교 3학년 때랑 재수할 때예요. 그때는 공부하는 것에 비해 결과가 안 따라주는 학생 중 하나였어서, 주변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이 안타까워할 정도였어요. 사람마다 안 풀리는 시기가 한 번씩 있다고 하잖아요. 저는 안 풀리는 시기가 그때였던 것 같아요. 그래서 좌절도 많이 하고 힘들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때의 제가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거든요. 목표는 메디컬이었는데 성적이 안 나오니까 담임 선생님이 저한테 어줍잖게 그러지 말고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가라고 얘기하셔서 반발심이 들기도 했죠.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돌아봐도 그때만큼 열심히 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치열하고 처절하게 살았습니다.
수험생 때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을 겪고 한의대에 오니까 그 시간이 오히려 ‘열심히 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으로 쌓였어요. 원하는 걸 이뤄본 그 한 번의 경험으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최선을 다하면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다음부터는 노력하는 데 있어서 무서운 게 별로 없어졌고, 대학교 때는 오히려 공부하는 만큼 성적이 잘 따라줬어요. 전에 고생했던 것을 많이 보상받았다고 느꼈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 저를 있게 해준 것 같아요. 그래서 안 풀리는 시기가 있더라도 계속 노력하고, 작은 성취를 이뤄나가면 오히려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배웠어요. 결국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되는 거죠. 여러분도 그런 시기를 겪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원하시는 것을 이루시면 좋겠습니다.
Q. 진로 고민을 하는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고민을 회피하면 절대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정면 돌파’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런데 답이 없는 고민일수록 ‘언젠간 때가 되면 결정하겠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꾸 피하게 돼요. 그보다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많이 물어보고, 그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답을 찾아서 경험을 많이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답이 나오는 것 같아요. 때에 따라, 생각했던 것과 일이 다르게 풀릴 수도 있어요. 사람 일이 다 원하는 대로 되지는 않으니까요. 저는 그럴 때마다 먼 미래에 되돌아봤을 때 ‘어쩌면 내가 원하지 않았던 길이지만 이렇게 풀려서 다행이다. 오히려 이게 더 좋은 길이었다.’라는 생각하게 될 날이 분명히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혹시라도 잘 안 풀렸을 때도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Q. 대만드가 다음에 만나보면 좋을 것 같은 분을 추천해주세요 :D !
이 질문을 보자마자 생각난 분이 바로 조은별 선생님이에요. 제가 속했던 학회에 멘토 선생님으로 오셔서 본과 4학년 때, 첫 논문을 조은별 선생님과 같이 썼어요. 그때 많이 배웠고, 본과 4학년 때 뵌 수련의 선생님 중에서 가장 존경했던 분이에요. 몸이 1개가 맞나 싶을 정도로 부지런하시고, 공부도 많이 하시고, 한의학 교육 쪽에 관심도 많으시고 신념도 있는 선생님이세요. 제가 항상 ‘이런 분이 교수를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멋있는 분이거든요. 작년부터 한의학연구원의 연구원으로 계신다고 알고 있어서 찾아뵈면 좋을 것 같아요. 그분은 이미 수련 과정과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연구원으로 가신 거니까, 임상과 연구에 대해 다양하게 여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의대생이 궁금해했던 수련의 지원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 그리고 고민해봐야 할 사항들을 자세하고 다양하게 말씀해주셔서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업무를 마친 후에도, 밝은 웃음을 띠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김고미 한의사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남은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수련을 즐겁게 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D
Interviewer. 앵무새, 기린, 갈매기, 유니콘
Writer & Editor. 앵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