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정 #유유 #김정선
김정선 지음_유유 출판사
15년간 기자로 일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인 줄 알았다. 잘 쓴다기보다 그냥 먹고 살만큼 성실히 썼다. 해고당하지 않고 연명해왔으니 평균보다 어느 정도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 제목을 보고는 홀린 듯 집어 들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책을 쥐고는 정말 미친 듯이 읽어나갔다. 매달 마감이면 오는 교정 언니가 내 귀에 대고 피가 나올 정도로 잔소리를 해대는 것 같았다. (잡지 마감 전, 보통 3일간 교정쌤이 회사에 와서 교정, 교열을 진행하고 잡지를 발행하는 것이 마감 수순이다.)
교정쌤이 봐주는데 글이 왜 나아지지 않나.
게으름이다. 한번 교정을 봤으면 다시는 틀리지 않게끔 숙지하라고 선배에게 들은 바 있지만, 이를 따박따박 지키는 기자는 드물다. 글을 넘겼다는 황홀함이 크고 그것에 취한 것이다. 또 한 가지 변명을 하자면, 교정쌤마다 고치는 범위(클라쓰)가 다르다. 띄어쓰기나 맞춤법 수준에서 교정하는 분도 있고, 이렇게 쥐 잡듯이 문장을 뜯어고치는 분도 있다. 나는 그간 전자를 만났다.
이 책은 문장의 모호함을 싹 갈아엎는다.
이 교정쌤(김정선 교정 선생님)가 싫어하는 문장은 명확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평소 글을 읽으면서 불편했던 지점을 콕 짚는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는 외부 원고를 받을 때 느낌이 달라졌다. 기존에도 외부 원고를 받으며 고친 문장들이 많은데, 명확하게 왜 그게 나쁜 문장인지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 책은 고로, 스스로 문장을 가다듬기에도 훌륭한 책이다.
김정선 교정 선생님은 '적, 의를 보이는 것,들'을 싫어한다.
우선 접미사 '-적'이 들어가는 문장을 경계한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에 쓰인 바로 그 '-적'이다. '사회적 현상, 경제적 문제, 정치적 세력'을 이렇게 바꾸면 된다. '사회 현상, 경제 문제, 정치 세력'. 의미 전달이 잘 된다. 그리고 훨씬 깔끔해 보인다. 접미사 적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 경험한 게 있다. 나는 의식(적으로)해서 이 말을 쓰지 말아야지 하지 않은 경우였고, 자연스레 그 말이 싫어 안 쓰려 노력했다. 그걸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다. 몇 년 전, 형부가 추석에 와서는 내가 만든 잡지를 유심히 읽더니 이런 말을 했었다. A4 6장에 달하는 긴 아티스트 인터뷰였다. "와 놀랍네, 이 긴 글에서 '-적'이 하나도 없어." 아 그런가? 내가 그랬나? 그 뒤로 의식했다. 더 쓰지 말아야지.
조사 '-의'도 경계하라.
하나 더 예를 들어보자. '문제의 해결. 음악 취향의 형성 시기. 부모와의 화해가 우선이다.' 이 문장은 이렇게 바꿀 수 있다. ->문제 해결. 음악 취향이 형성되는 시기. 부모와 화해하는 일이 우선이다. '-의'를 빼도 아무 문제가 없는 문장에 굳이 '의'를 집어넣는 것을 두고 저자는 중독이라 말한다. 명쾌하다. 우리는 모두 '적의'의 중독자들이다. 의식하지 않으니 모를 수밖에. 의식해도 안 되는 알코올 중독과 달리, 우리는 정말 의식하지 않고 '적의'를 써왔다. 안타까운 적의 중독자들이다.
글을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지금 말한 두 가지 예는 책에서 말하는 '~ 하지 말라'에서 5%도 안된다. (중요도를 생각하면 10%는 된다.) 그래서 중반부를 넘어가면 뭐 이거 글을 쓰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며 책을 짚어 던지고 싶겠지만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고로, 하고 싶은 말은, 우선은 써라. 하고 싶은 말을 죄다 써라.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점검하라. 교정을 안 봐도 되는 당신 글은 출판사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진다. 쓰고 고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