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_초생산성

마이클 하얏트 선생님, 감사해요!

by 만나킴

제목이 '초생산성'이라 하면, 보통 생각할 것이다. "초생산성=더 많은 일을 더 빨리하는 것" 아니다. 이 책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리고 생산성이란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이루는 것'이라 말한다. 얼마나 솔깃한 이야기인가! 이것이 정녕 가능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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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하루 8시간을 회사에서 일하고 3시간의 출퇴근 전쟁까지 겪고 집에 돌아오면, 구정물을 뒤집어쓴 생쥐마냥 녹초가 된다. 거기에 야근까지 더해지는 날이면. 운동과 영어 공부,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의지를 발휘할 기력도 없다. 배는 고프고 힘도 없으니, 맥주로 배를 치우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보면 '고도적응형 알콜중독자'가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최근 세바시 강연을 통해 알게 된 단어. 고도적응형 알콜중독자. 술은 내 생활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술은 내게 휴식을 준다며 거의 매일 마시는 사람. 실제로 이런 류의 사람들에게는 술이 직장 생활과 사회 생활에 문제를 끼치지 않는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엄청 애쓰는 유형이다.)


사실 위 내용은 나의 이야기다. 고도적응형 알콜중독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10시에 잠들어 6시에 일어나는 노력도 해보았지만 근 15년간 고착된 패턴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살아야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인(나약한) 질문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1 책에서 말하는 1단계는 '멈춰라'이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건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달려 있지."

-앨리스와 체셔캣의 대화 (p 039)


우리는 밤에도 주말에도 추가로 일하며 근무 시간에 끝내지 못한 일에 집중한다. 저자는 이제 그만 멈추고 물어보라 말한다. "생산성을 높여서 무엇을 얻고자 하나? 생산성을 높이려는 까닭이 무엇인가?"


해야할 일로 스케줄을 채우기 전에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청사진을 그리는 것부터 하라고? 원하는 삶에 대한 청사진이라. 이 또한 많이 들어본 이야기다. 돈을 벌면서 행복한 일을 찾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JYP 박진영이나 이효리가 부럽지만 그렇게 살지 못한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평생 노예처럼 살다 죽을 게 아닌가.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책으로 돌아간다.


2 자신의 비전을 강렬한 단어로 표현하라.


"생산성 비전 워크시트"


자신의 시간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데다 예산 제약도 없다면, 나의 삶은 어떤 모습을 띨 것인가. 그 비전을 강렬하고 기억하기 쉬운 단어 몇 가지로 표현할 것. (강렬하고 기억하고 쉬운 단어가 핵심!)


01.jpg 자신이 원하는 일과 자신이 잘 하는 일을 찾는 것은 둘 다 어렵다. 치열하게 고민하면 둘의 교집합을 찾는 행운이 올 수도.


수 일간 고민하다 나의 워크시트를 완성했다! 세 단어를 남기려 노력했다.


01 노년의 빌 게이츠

그의 다큐를 넷플릭스에서 봤다. 노년의 빌게이츠는 책에 둘러싸여 매번 골똘이 연구했다. 어떻게 하면 아프리카에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을까? 전세계 디자이너, 건축가를 불러 콘테스트를 진행한다. 백신을 어떻게 독점하지 않고 나눌 수 있지? 질문을 하고 답을 찾는다. 소박한 서재, 책상 위에서. 이 시대의 폴리매스다. 나는 그와 같은 삶을 꿈꾼다.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물론 돈을 벌어야겠지) 직업을 고민하지 말것, 네 안의 호기심을 찾고 그 방법을 찾는 게 네 일이다.


02 하와이

이 키워드는 나의 본능과 성향을 쫓다보니 찾은 답이다. 나는 노래하고, 춤추고, 맥주(그놈의 맥주)와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정이 많아 울기도 잘한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은 일보다 더 중요하다. 나의 가족을 위해 살자. 더 욕심을 부려 1년에 한 달은 하와이에서 살 것이다.


03 글쓰기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글쓰기인데, 그걸로 15년을 먹고 살았다. 글로 먹고 살았다라는 말을 구체화하면, 돈이 될만한 글을 매달 공급했다는 것이고 이것은 창작보다 끈기에 해당하는 일이다. 먹고 사는 일이라서 그 일이 불행했던것은 아닐까. 적어도 쓰고 싶은 글이 (나를 잘 들여다보면) 있지 않을까. 세상에 스스로를 표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을텐데 그 중 첫번째가 글쓰기이다. 글쓰기로 나의 본심을 찾고, 말하기로 세상에 이로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3 가고 싶은 곳을 알았다면, 이제 자신이 있는 곳을 파악하라


능숙도와 적성은 다르다. 적성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성질이나 능력을 말하고 능숙하다는 것은 어떤 일에 대한 실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보상을 줄만한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p069)


하고 싶은 일을 갈망만 하는 것은 곤란하다. 능숙도를 갖춰야 밥벌이를 할 수 있다. 책에서는 자신의 일을 다시 네가지-갈망 영역, 무관심 영역, 산만 영역, 고역 영역-로 나누어보라고 한다. (이 워크시트를 채우는 것은 고역이지만, 건너뛰면 이 책을 읽는 의미가 없다)


02.jpg 이 또한 비어와 함께 쓴 목표라 의심한다. 이튿날 보면, 뭐지 싶다.


책은 그 이후로 본격적으로 삶을 업up시키는 기술들이 등장한다.


수면, 식사, 레크리에이션, 대인 관계, 성찰 등등.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목표를 설정했으면 방외쇠를 설정하라는 것이다. 어떤 방아쇠를 설정하면, 머뭇거리지 않고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예를 들어 6시에 일어나고 싶다면 알람을 맞춰두는데 환경 설정을 제대로 하는게 중요하다. 손이 닿지 않는 장롱 위에 핸드폰을 올려두는 행위와 같이. (의자를 밟고 올라 핸드폰 알람을 끄는 순간 치사해서 침대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고백한다. 이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완독은 했다. 택배 기사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는 포장지를 북북 찢은 후 바로 읽기 시작했다. 4시간만에 읽었다. 빨리 읽어 아쉬웠지만 두번, 세번 더 읽겠다 생각했다. 그러면서 차차 나의 워크시트와 비전을 완성해가야지. 책 후반부에 나오는 시간 아끼기 기술도 바로 실천해야지. 하지만 3주간 지난 지금도 못하고 있다. 실천하는 일, 내 삶에 적용하는 일은 역시나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좌절하지 말자. 생각이라도 한게 어딘가. 어제보다 난 오늘,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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