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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날 Jan 01. 2023

새해와 '동지' 되기

2023년 새해에는 자연과 더 가까운 ‘동지'가 되고 싶어요.

작은 텃밭 정원을 몇 년째 가꾸고 있지만 도통 자라지 않는 기술과 지식과 마음을 붙들고 늘어지고 있는 게으른 정원가의 24절기 활용법
동지(冬至): 양력 12월 22일경. 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동지 다음날부터는 차츰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데, 고대인들은 이날을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제사를 올렸다. 동짓날에는 팥을 고아 죽을 만들고 여기에 찹쌀로 단자를 넣어 끓인다. [출처: 다음백과]


밤이 가장 긴 날

동지는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바꿔 말하면 낮이 가장 짧은 날을 지나, 낮이 차츰 길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시골의 겨울은 게으른 정원사가 더 이상 게으를 수 없을 정도의 농한기이고, 거실 난로 옆에 딱 붙어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구는 계절이지만, 동지가 지난 즈음에는 정말 신기하게도 한 뼘 한 뼘 길어지는 볕과 낮을 느끼며, 늦잠 자는 온몸의 세포를 간질간질 깨우게 됩니다.

동짓날, 동트는 아침 7시


동지팥죽

24 절기 중에 동지처럼 음식과 찰싹 달라붙는 계절이 있을까요? 동지 하면 팥죽입니다. 팥은 색이 붉어 악귀를 쫓는데 효과가 있다는데, 무엇보다 팥으로 쑨 죽은 정말 맛있습니다.

직접 동지팥죽을 만들어 먹으리라 팥도 사놨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못했어요. 동지를 그냥 지나칠 수 없으니 시골집을 오가며 늘 한번 가봐야지 했지만 못 가본 유명한 팥죽집에 드디어 들렀습니다.

한 겨울 동지 즈음 먹는 팥죽은 더 달고 맛난 것 같아요. 팥죽에 들어있는 새알심은 시골집 마당에 동글동글 말린 눈덩이 같아서 한 겨울을 삼키는 듯 묘한 환희가 있습니다. 동지를 작은 설이라고도 하고,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을 제대로 먹는다는 이야기도 있대요. 동지가 설과 겨루다 한 발짝 물러서 한 해의 말미에 조용히 자리 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모로 친근한 '동지'예요.


북쪽의 시골집 방문

회사 친구가 올해 경기도 북쪽 마을에 시골집을 마련하여 입주했어요. 출퇴근하는데 하루 3-4시간을 써도 아깝지 않다는 친구의 시골 생활을 함께 하고 싶어 가봤습니다. 우리 시골집은 산 중턱에 있는데, 친구 시골집은 평지에 있어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고요. 산속에 있으면 그런대로, 너른 평지에 있으면 그런대로, 참 멋진 자연입니다. 경기도 북쪽에 간 김에 오랜만에 겨울 산을 올랐어요. 눈 덮인 바위 산을 조심조심 올라, 겹겹이 바위 병풍과 산등성이를 보니 숨통이 확 트입니다.


차근차근 지나온 절기들을 뒤로하고,
이제 동지에 이르러 한해의 끝을 맞이합니다
야호! 구름을 나려다 보는 운악산 만경대


2023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오늘은 2023년의 첫날입니다.

새로운 한 해로 접어들었지만 시골집은 어제와 다르지 않아요. 2022년과 2023년 숫자 차이보다는 자연의 리듬에 맞춰 지금 이 순간도 조금씩 변하고 있을 거예요.


눈 이불 덮은 마당 아래로, 새로운 기운과 생명이 자라나고 있겠지요. 그저 평화롭게 새해를 맞이합니다.
길고양이 발자국만 덧대어진 눈밭, 여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2022년을 보내면 케익에 불을 붙이고, 2023년을 맞으며 떡국을 끓여먹어요.


자연과 '동지' 되기

동지(同志) : 뜻을 같이 하는 사람.

새해에는 자연의 뜻을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순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큰 목표를 세우고 억지로 애쓰고 그렇게 말고, 하루하루 일상을 살며 천천히, 몸과 마음은 더 단순하게 그리고 좀 더 건강하게 살피며 지내보려고요.

자연의 리듬에 내 몸과 마음을 맡기고 평화롭게 흘러가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합니다.


딸아이와 새해 소망 그림을 그려봤어요. 새싹을 품고 있는 옹달샘 가 토끼처럼 즐겁게 올해도 지나보렵니다!



게으른 정원가의 ‘동지’ 활용법

1. 동짓날 다음부터 조금씩 길어지는 볕 느끼기

2. 동지팥죽 직접 만들어보려다 사 먹기

3. 한 해를 잘 보내고 또 한 해를 잘 맞이하기

2023년 1월 1일 새해의 텃밭 정원 “새해 복 많이 많이 받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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