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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Jul 03. 2021

한여름의 판타지아

쓰와노의 도랑 - 작가 미상

간밤에 영화 한 편을 보았다. 한국인 여성이 일본의 작은 시골마을을 방문한 이틀을, (그리고 일본인 남성과의 작은 로맨스를) 영상에 담았더랬다.


영화 속의 그 작은 동네(고조)는 몇 년 전에 내가 여행한 쓰와노라는 일본마을을 참 많이 닮아 있었다. 인적 드문 거리며, 낯선 한국인 청년을 나지막이 쳐다보시고는 친절을 베풀어주셨던 어르신들이며, 역사 깊은 사찰까지 참 많은 것들이 비슷하였다. 둘 사이의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영화 속의 로맨스가 내 여행에는 없었다는 것이라고나 할까.


나는 이 낯선 여행지에서의 우연적인 대화들이 참 좋았다. 낯선 지역, 낯선 환경에서의 낯선 이와의 대화들은 나를 떨리고 설레게 하였다. 나는 이들과의 대화에서 얻은 지식들을 책에서도, 그리고 인터넷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음을 안다. 그렇기에 그와, 그리고 그녀와의 대화가 우리들만의 비밀 이야기처럼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는 그를, 그녀를 모른다. 그들 역시 나를 모른다. 나는 이것이 우리의 시작임을 알기에, 그들로부터 어떠한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 역시도 같은 이유로 나에게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 이처럼 무에서부터 시작하는 대화를 좋아하는 것 같다.


지난 몇몇 여행지에서의 대화들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그 소중한 대화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그것들을 나의 글로 남겨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만의 <비포선셋>과 같은 영화 스토리를 만들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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