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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Jul 03. 2021

연극의 무대 공간은 끊임없이 계속 채워져야 한다

에드가 드가 - 무대 위의 발레리나

연극의 무대 공간은 끊임없이 계속 채워져야 한다. 공간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배우는, 스텝은, 연출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습한다. 오로지 무대 한 곳만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을 마주하기 위해 저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웃음과 눈물을 함께 했을까.


사촌 동생의 공연이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참 잘 자라줬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단단한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다.


동생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니, 문득 나의 “무대”가 궁금해졌다. 항상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채우려 했던, 그리고 채워왔던 나의 무대! 지금 나의 무대에는 배우도, 조명도, 음향도 없다. 독백도, 아씨바도, 시나리오도, 그리고 관객도, 팸플릿도 없다. 나의 무대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후회가 든다. 나의 인생, 나의 무대의 주인공은 분명 나일 텐데, 그래 봐야 나는 주연이 될 수 없어라며, 극한 슬럼프에 빠졌던 게 아니었을까.


무대 위, 동생의 당당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나도 얼른 나의 무대를 채워 올리고 싶어 졌다. 가슴 한 편이 또 두근거렸다. 이럴 때는 언제나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위아영! 나는 그녀가 누군지 모른다. 그녀도 당연히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하지만 위아영(We are young), 나는 그 이름이 너무나도 좋다. 우리는 아직 젊고, 우리는 아직 어리다. 처음부터 다시 걷자, 일어나서 걸음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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