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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Oct 06. 2021

내 마음속의 어린 소년을 찾아서

강석태 작가님의 <별소년>

파주 아트팩토리 엔제이에프라는 공간, 강석태 작가님의 오픈스튜디오를 다녀왔다.(스튜디오 오픈기간 : 10월 5일, 화요일 ~ 10월 10일, 일요일)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는 어린 소년이  명씩  쉬고 있다는 작가님의 말씀이 너무 좋았다. 어린 왕자를 그리며, 나의 마음속 소년을 들여다보고, 또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일련의 과정들은 사색과 명상과  통찰의 시간으로 다가온다고 말씀하셨다. 작가님께서 어린 왕자를 주제로 그리기 시작한 지도 어느덧 20! 작가님께서는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지(전통 한지) 직접 물에 불려 염색을 하고,   염색된 장지의 뒷면에 안료를 입혀, 원하는 색이 앞면에 배어 나오게끔 하는 방법(배채법)으로 그림을 그려오셨다고 한다. 염색과 탁본의 방법으로 어린 왕자를 그리는 일은 참으로 많은 힘과,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지만,  과정과 시간들을 통하여  안의 어린 왕자를  가까이에서 만날  있어 행복하셨다는 강석태 작가님!  역시도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을 때마다, 어린 왕자를 그려왔기에, 작가님의 말씀에 백번 공감하고, 백번 수긍할  있었다.



이쯤 되니, 갑자기 작가님께 궁금한 점이 생겨났다. 작가님께서는 그간 작업해오시던 장지와 안료, 염색과 탁본의 작업을 내려놓으시고, 이번에는  아크릴 물감과 캔버스라는 새로운 도구로 어린 왕자를 그리기 시작하셨을까?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하셨다. 바로, 작업에 사용할, <물이 없어서>였다고! 작가님의 최근 작품들은 모두 제주도에서의   살기와 그리고 지금 이곳 파주 아트팩토리 작업실에서의 결과물이라고 하셨다. 어린 왕자는 그리고 싶은데,  공간 모두, 물을 사용할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하셨다. 작가님의 그림은 염색이 베이스가 되는 작업이기에, 물을 많이 사용하고,  물을 자주 버려야 하는데, 이곳에서도, 그리고 제주도에서도 물을 한번 사용하려면  건물의 지하 일층 여자화장실까지 양동이를 들고 여러  왔다 갔다를 하셨어야 했다고 한다. 그렇게  번을 물이 담긴 양동이와 사투를 벌이시다가 결국에는 최대한 물을 적게 사용하는 아크릴 물감과 캔버스를 선택하셨다고 한다. 기존의 염색 작업과는  다른 그림 그리는 재미가 있어 매우 즐거운 시간들이셨다고 한다. 원하는 컬러를   자유롭게 사용할  있어 좋았고, 그래서  안의 어린 왕자를 찾아가는  내면의 시간들을 숨바꼭질과 미로 찾기라는 아이들의 놀이로 표현해보셨다고 하였다.



“작가님, 그런데 이 별소년 친구는 어떻게 하여 보라색 옷을 입게 되었을까요?”

보라색 옷에 대한 나의 질문에, 작가님께서는 파란색 머플러에 대한 이야기로 답해주셨다. 작가님께 파란색은 매우 특별한 컬러라고 하셨다. (작가님의 다른 장지 작품들을 보면, 유독 하늘을 닮은 파란색 그림들이 많다.) 어린 왕자의 머플러에, 작가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파란색을 담고 보니, 어린 왕자의 노란 머리와 어울릴 법한 의상 색감이 보라색 말고는 그리 많지 않으셨다고 하였다.



나는 어린 왕자에게 있어 그의 머플러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어린 왕자에게 머플러란, 그가 지향하고 있는 이상향의 심볼이다. 그래서 소설 속 어린 왕자의 삽화를 보면, (어린 왕자가 슬픔에 잠겨 있는 단 두 번의 경우를 제외하고) 그의 머플러는 항상 오른쪽 하늘을 향하여 있다. 어린 왕자의 이상향은 긍정(오른쪽)에 긍정(위)을 가리키고 있는 셈인 것이다. 강성태 작가님의 어린 왕자가 두른, 머플러 역시 세 작품에서 모두 오른쪽 하늘을 향해 휘날리고 있다. 그 머플러는 작가님께서 아끼고 사랑하시는 파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작가님께서 좋아하시는 것들(파란색, 어린왕자)로 그려나가는 작가님의 이상향(머플러) 역시 순풍순풍 순한 바람을 타고 아름답게 휘날리리라! 그러고 보니 작가님의 작품 속 어린 왕자는 작가님의 얼굴을 많이 닮아있다. 암, 그렇고말고. 당연히 작가님의 얼굴을 닮아있을 수밖에!!!



어린 왕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고, 설레는 일이다. 그리고 그와 이야기를 나눌  있는 기회까지 생기면,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어린 왕자를 만나러 B-612에도, 사하라 사막에도  수가 없다. 나에게는 어린 왕자가 타고 다니는 철새가 없기 때문이다. , 그러고 보니, 오늘 파주 출판단지 주위에서 하늘을 날으는 수십 마리의 철새들을 보았다. 그래! 어쩌면, 그래그래 정말 어쩌면, 지금 파주 아트팩토리에는 진짜 어린 왕자가  있는지도 몰라! 어린 왕자,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파주 출판단지정도는  번이고 다녀올  있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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