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와 어린 왕자의 이중성, 그 위선에 대하여

도서 <어린 왕자의 가면>을 읽고

by 김정배

수능 언어영역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던 문제 유형은 작품 해석에 있어서의 관점 차이에 대해 묻는 문제들이었다. 먼저, 내재적 관점이란, 작품을 그 작품의 언어적 특징, 갈등 구조, 비유, 문체, 정서 따위의 내재적 요소들에 근거하여 해석해야 한다는 관점이었다. 그리고 이와는 상반되는 관점으로 외재적 관점이 있는데, 이는 작품 외부에 있는 요소를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관점으로, 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사회 현실, 독자와의 영향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적 상황(일제강점기, 남북 분단, 전쟁, 이데올로기 등)이라든지, 작가의 성장환경 등과 같은 작품 외적인 요소들까지도 작품의 해석에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나는 작품을 감상함에 있어 외재적 관점을 이용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글이든, 그림이든, 영화든 어느 예술작품을 감상함에 있어서 건 마찬가지다. 작가가 어떠한 시대적 상황에서 어떠한 계기와 배경으로 이 작품을 창작하게 되었는지 파헤쳐보는 과정은, 작품 본연의 감동과 여운을 더욱 깊이 있게 해 준다.


<어린 왕자의 가면> , 이 책은 기존의 다른, 어린 왕자 관련 서적들과는 달리 뚜렷하고 차별적인 개성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은 외재적 관점을 통해, 생택쥐페리와 어린 왕자가 얼마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존재인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의 작가님은 이 책이 어린 왕자의 찬양자들에게는 꽤나 불편할 수도 있는 책이라고 경고한다. 나 역시 이 책을 느끼며 마음이 불편했던 부분은 숨기지 않겠다. 하지만 어린 왕자에 대하여 기존과는 또 다른 관점으로 작품을 해석하게 되니, 마치 나에게는 또 하나의 시선이 생겨난 것만 같다.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도, 사회 부조리의 척결을 위한 투쟁에도, 제국주의의 식민지 약탈에도 자신의 두 눈을 감고 외면했던 생텍쥐페리. 소설 속에 비친 소설가 본인의 모습은 순수하고 여리기만 한, 그래서 어린아이와 같은 어른의 모습이었지만, 현실 속 그의 실제 모습은 서구 제국주의 국가에서 전투 임무를 수행하며, 약소국에 대한 식민지 약탈을 도운 조력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은 어디까지나 어른의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하고 고귀한 영혼으로 평가한 생텍쥐페리야말로, 자신은 언제까지나 평화주의자라고 주장하는 해적 선원의 모습을 닮지 않았냐는 냉혹하고도 예리한 평가의 책이었다.


——————————————————

“<어린 왕자>가 남긴 가장 유명한 금언의 하나가 “중요한 것은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금언에 따르면, 대답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나의 뜻은 보이지 않는 걸 억지로 보이게 하는 것으로 결국 하찮은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역설이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린 왕자>는 다른 어떤 문학작품보다 삽화를 많이 사용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려고 작정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감각적으로나 의미상으로나 보이지 않는 존재인 ‘어린 왕자’에 관한 멋진 삽화들이 없었다면 작품으로서 <어린 왕자>나 상징으로서 ‘어린 왕자’가 이처럼 유명해질 수 있었을까?” (P.6)


“지금 말해야 할 것은 다른 것이다. 어린 왕자의 머리카락이 생텍쥐페리의 머리카락과 같은 금발이라는 것, 그리고 여우로 하여금 밀밭의 설렘을 떠올리게 하는 이 머리카락의 색깔은 그의 항공 노선이 지나가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색깔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 머리카락 주인의 피부색은 결코 검지 않을 것이다. 극동에 살고 있는 우리들처럼 황색도 아닐 것이다. 누가 뭐래도 그는 금발의 백색 피부를 지닌 어린 왕자일 뿐이다. (중략) 어린 왕자에게는 지구라는 별이 이렇게 황량하고 이상했다. 하지만 이 독특한 소감을 남긴 첫 번째 방문자는 어린 왕자가 아니었다. 그 최초의 선구자는 유럽의 한 지역, 조그마한 땅 덩어리 프랑스에서 즉 또 하나의 소혹성에서 날아온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과 그 속의 거대한 사막을 향해 가졌던 소감이다.” (P.29)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은 ‘길들였기 때문에 예뻐지고 특별해진다’는 명제다. 이 말은 맞다. 그러나 어린 왕자에게 한정하는 한 이 말은 절대로 맞지 않는다. 어린 왕자에게 이것은 거꾸로다. 어린 왕자에게는 ‘길들였기 때문에 예뻐지고 특별해지는’ 법이 없다. 그것이 아니라 어린 왕자는 ‘특별하고 예쁜 것만 길들인다’ 나아가 ‘특별하고 예쁘지 않은 건 절대 길들이지 않는다.’” (P.92)


“길들여서 헤어지는데 왜 여우만 울려고 하는 거지? 어린왕자는 안 울어? (중략) 우리는 길들인다는 말 속에서 길들이는 자와 길들여지는 자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헤어질 때, 길들여진 자는 울고 길들인 자는 태연히 위로하는 거라는 사실도 알지 못한다. 길들여진 자는 자기를 길들인 이의 흔적에 불과한 밀밭 색깔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고, 길들인 자는 길들여진 자의 아무런 흔적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P.105)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디에도 샘 따위는 없기 때문이다. 사막이 사막인 이유는 샘이 없기 때문이며,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샘이 없는 사막 자신의 본질 때문이다. 어떤 것은 자신과 다른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존재의 대부분은 단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아름답다. 샘이 있는 사막의 아름다움은 샘 없이도 사막 스스로의 아름다움이 담보될 때만 가능하다. 운동을 못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안에 어딘가에 운동을 잘하는 유전자가 숨어 있기 때문일까?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안에 공부를 잘하는 유전자가 숨어있기 때문일까? (중략) 물이 없는 곳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 속에 물이 숨어있기 때문일까?” (P.115-116)


“생텍쥐페리는 자유주의와 인본주의와 좌익의 투쟁과 공산주의 혁명이 싫었다. 좌도 우도 보수도 진보도 그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생텍쥐페리가 살던 시대의 그를 둘러싼 세상 전부였다. 그러므로 그는 이 세상 전부로부터 소외된 혹은 이 세상 전부를 소외시킨 고독한 사람이었다. 이 고독은 그 자체로 생텍쥐페리라는 작가의 표상이기도 하다.” (P.135)



#중세의무덤에서날아온소년 #어린왕자의가면 #어린왕자 #어린왕자수집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