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나는 별들을 보면 늘 웃음이 나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소설 <어린왕자>, 그 일곱번째 기록

by 김정배


“도민준, 네가 정말 저 별들 중 한 곳에서 왔어? 그냥 나 싫다고 하고 말지. 별에서 왔다는 둥 그런 소리는 왜 해서....... 앞으로 난 평생 밤하늘 볼 때마다 너 생각해야 할 거 아니야.”

- 별에서 온 그대 14화, 천송이의 대사


닮았다. 닮았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소설 <어린왕자>를 닮았다는 생각이 많았었는데, 이번 편의 천송이의 대사로 그 생각은 예상에서 확신으로 깊어진다. 그 확신의 근거가 되는 소설 원본의 표현을 잠깐 빌려 오도록 하겠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별을 갖고 있어. 여행하는 어떤 사람에게는 별은 안내자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작은 불빛에 불과해. 또 학자들에게는 별들이 곧 연구대상이겠지. 내가 만난 사업가에게 별들은 곧 재산이었어. 하지만 이 모든 별들은 아무 말도 안 해. 오로지 아저씨만이 어떤 사람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아저씨가 밤에 하늘을 바라보면, 내가 그 별들 중 하나에 살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내가 그 별들 중의 하나에서 웃고 있을 거고. 그러면 아저씨가 밤하늘을 바라볼 때면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오직 아저씨만이 웃을 줄 아는 별들을 갖게 되는 거야.

그리고 슬픔이 좀 가시고 나면, 아저씨는 나를 알게 된 걸 기뻐하게 될 거야. 아저씨는 언제까지나 내 친구일 거야. 아저씨는 나와 함께 웃고 싶을 거야. 그리고 그런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아저씨는 간혹 창문을 열겠지. 아저씨의 친구들은 아저씨가 하늘을 보고 웃는 것을 보며 놀랄 거야. 그러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줘. <그래, 나는 별들을 보면 늘 웃음이 나와!>라고 말이야. 그러면 그들은 아저씨가 미쳤다고 생각할 거야. 내가 아저씨를 골탕 먹이는 셈이 되겠네....... 그건 별들이 아니라 웃을 줄 아는 수많은 방울들을 내가 아저씨에게 준 거나 마찬가지야.]

- 소설 어린 왕자 중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캐릭터와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매칭이 된다. 드라마 속 도민준(김수현)은 소설 속 <어린 왕자>의 모습으로, 드라마 속 천송이(전지현)는 소설 속 <장미>의 모습으로, 드라마 속 장 변호사(김창완)는 소설 속 <뱀>의 모습으로, 드라마 속 이재경(신성록)은 <사냥꾼>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다만, 소설 속 <여우>의 역할이 살짝 애매모호한데, 이 여우의 캐릭터는 드라마에서 유세미(유인나)를 통해서 드러나기도 하기도, 이휘경(박해진)을 통해서 표현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천송이를 통해서도 그 모습이 나타나지기도 한다.


21부작인 이 드라마는 내가 현재 시청 중인 14부작에서부터 이미, 발단, 위기, 전개, 절정의 긴장 상태에 올라와 있다. 남은 7화 동안 이 절정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고 해결하여 결말을 맺을지 매우 궁금하다. <별에서 온 그대>가 어린왕자 소설의 플롯을 그대로 따른다고 한다면, 어린왕자(도민준, 김수현)는 뱀(장 변호사, 김창완)의 도움을 받아 지구를 떠날 테고, 장미(천송이, 전지현)와도 이별을 해야 할 테다. 이 부분이 내가 가장 헷갈리는 부분인데, 소설 속에서 장미는 분명 B-612에 있고, 소설 속에서 어린 왕자는 지구를 떠나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허나, 이 드라마에서는 장미(천송이)가 지구에 있고, 어린 왕자(김수현)가 자신의 고향, 우주로 돌아가기 위해 지구를 떠나려 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는 천송이가 맡은 역할이 장미의 역할인지, 여우의 역할인지가 매우 헷갈린다. 도도하고 세침하고 변덕스럽지만, 어린 왕자를 좋아하기에 그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은 분명히 장미의 기질을 가졌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또 사냥꾼에게 끊임없이 사냥의 표적이 되어지고, 어린 왕자 없이 혼자만 지구에 남겨져야 한다는 운명은 천상 여우의 기질을 닮았다. 천송이의 모델이 장미인지, 여우인지 확인하는 것, 어쩌면 앞으로 남은 7화 안에 내가 풀어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