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저 빨랫줄에 매달린 파프리카들은 뭐야?”
“응, 저건 사람을 실어 나르는 파프리카야”
“응? 저 파프리카 안에 사람이 들어있다고?”
“응, 그렇단다.”
“혹시 저 파프리카는 사람을 잡아먹는 파프리카인거야?”
“아니, 그렇지 않아. 저 사람들은 자기 발로 직접 파프리카 안에 들어간거야.”
“에? 정말 이상해. 저 사람들은 왜 파프리카 안에 들어간거야? 아무리 착한 코끼리더라도 보아뱀 뱃 속에는 자진해서 들어가지 않는다구.”
“러시아라는 나라에는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소설가가 있단다. 그리고 그의 소설 <악어>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서 악어의 뱃속에서 나오지않는 러시아 남자가 등장하지.”
“나는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어.”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게 될 거야. 어른이 되면 말이야, 보아뱀에 잡아먹힌 코끼리처럼, 그리고 악어에 잡아먹힌 러시아 남자처럼, 침대 위의 뽀송뽀송한 겨울 이불에 잡아 먹혀 하루종일 그 안에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단다.”
“어른들은 참 이상해. 그리고 참 외로워 보여. 어른이 그렇게 외로운 존재라면, 나는 어른이 되지 않겠어.”
“그래도 어른이 되면 하나둘씩 무서운 것이 없어지게 돼. 어른이 되면 코끼리를 꿀꺽 삼킨 보아뱀도, 러시아 남자를 꿀꺽 삼킨 악어도, 하나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을 거란다. 다만, 너의 황금 주말을 꿀꺽 삼켜버린 월요병만큼은 극도로 무서워하게 될거야.”
“그 무서움을 없애려고 어른들은 저 파프리카 안으로 제 발로 들어가는 거야?”
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나는 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