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가 되기 전까지는 그 이름을 결코 외우지 않아

어느 코요테와 어린 왕자의 대화

by 김정배

어린왕자 : “안녕?!”


코요테 : “어, 안녕.”


어린왕자 : “너는 여우를 닮았구나?!”


코요테 : “나는 코요테란다. 네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부디 여우와 나를 비교하지 말아 줘. 여우는 코요테라고 부르기에는 너무나도 논리적으로 감정적인 동물이거든. 혹시 여우가 너에게도 자신을 길들여달라거나, 그런 이상한 말을 하지는 않았니? “


어린왕자 : “응, 맞아. 나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자신을 길들여야 한다고 이야기했었어. 지금껏 나는 내가 그동안 여우를 길들이고 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나 역시 그동안 여우에 의해 길들여지고 있었던 것 같아. 여우와 나는 서로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며, 우리는 그렇게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거야.”


코요테 : “하지만 나는 어느 누군가와 친구가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지.”


어린왕자 : “응? 하지만 그 사람의 이름도 기억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와 친구가 될 수 있지?”


코요테 : “나는 나와 친구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이름을 애써 외우고 기억하는, 그런 수고로움 과 번거로움 따위는 결코 하지 않아.”


어린왕자 : “하지만, 그렇다면 너는 그 사람이 너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는 거야?”


코요테 : “나는 딱 보면 알아. 나는 그 사람의 첫인상을 보면 그가 나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어.”


어린왕자 : “하지만 그것은 너의 오만과 편견이 아닐까? 그와 친구가 되려는 작은 노력-이를 테면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외우는 일조차도 그렇게 껄끄러워한다면 너는 어떻게 그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거야? 네가 그 아이의 이름을 모른다면, 너는 그 아이에게 인사조차도 할 수 없을거라구.”


코요테 : “그 부분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어.”


어린왕자 : “응? 문제 될 일이 없다고?”


코요테 : “응. 전혀 문제 될 일이 없어. 왜냐하면, 나는 결코 누구에게도 내가 먼저 나서서 인사하는 법이 없거든. “


어린왕자 : “응? 네가 먼저 인사를 하는 법이 없다고? 단 한 번도?”


코요테 : “응, 단 한 번도.”


어린왕자 : “정말 단 한 번도 네가 먼저 다가가 인사했던 적이 없단 말이야? 그럼 혹시 인사는 받아주기는 해?”


코요테 : “응, 인사는 받아주지. 하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를 하는 법은 결코 없어. 그가 나와 친구가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굳이 내가 왜 인사를 먼저 해야 해?”


어린왕자 : “흐음....... 하지만 누군가의 이름도 기억하지 않고, 게다가 네가 먼저 다가가 인사도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새 친구로 만드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텐데......”


코요테 : “그래, 분명 어려운 일일 거야. 하지만 누군가가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면, 그가 먼저 나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넬 생각은 없어. 요즘 세상이 얼마나 험하고 위험하다고.”


어린왕자 : “하지만....... “


코요테 :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나와 친해지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얼굴도, 이름도 잘 기억하지 않아.”


어린왕자 : “하지만, 너는 인사도 먼저 하지 않아. 누군가의 이름도 기억하지 않지. 심지어 누군가의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이 너와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네가 먼저 평가해버리고는 해. 그건 참 메마르고 뾰족한 일이야.”


코요테 : “하지만 코요테는 원래부터가 이렇게 외롭고 혼자인 동물인걸?”


어린왕자 : “아니야. 원래부터라는 말은 분명 잘못된 말이야. 나는 지금 새로운 친구가 필요하긴 하지만, 왠지 나는 너를 절대 길들일 수 없을 것만 같아.”


코요테 : “이것 봐. 아까 내 말이 맞지? 그래서 내가 여지껏 너의 이름을 안 묻고 있었던 거야. 내가 너의 이름을 외우고 있었더라면, 분명 나는 헛수고를 했을 거라고. “


어린왕자 : “아무래도 나는 이만 노을을 보러 다른 곳으로 가야겠어. 코요테야, 안녕, 잘 있어.”


코요테 : “응,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