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이라는 단어, 그 낭만과 그 로맨틱에 대하여
<무조건>이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무조건>이라는 단어가 <무조건적인 복종>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저는
<무조건>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無 조건 (= no condition)”
“조건 없는 (= unconditional)”
“조건이 없는 (= without any condition)”
그야말로 그대에게만큼은 “어떠한 계약이나 조건도 없이”, 모든 것을 다 주고만 싶은, 그런 헌신적인 마음, 그 “무조건”의 헌신적인 감정을 좋아합니다.
어느 가수는 <무조건>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도 불렀었지요.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조건, 무조건이야. (중략) 태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당신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짜짜라 짜라 짜라 짠짠짠!”
이 노래의 강렬한 메세지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제가 지금 부르는 이 노래를, 제가 가장 존경하는 저희 팀 팀장님께 바치겠습니다.”하며, 입에
발린 아부로 뱉은 어느 회식 자리에서의 뻔뻔한 멘트 때문이었을까요? 어느 날부터였는지 저에게는 <무조건>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 혹은 “그 충성에 대한 맹세”를 지칭하는 대명사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알고 보면 <무조건>이라는 단어만큼이나 낭만적이고 로맨틱한 단어도 없는데 말이지요. 이 단어를 무의식 중에 “무조건적인 복종”이라는 뜻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저의 모습에 제 마음이 제법 불편해졌습니다.
<無조건>이라는 저의 이 진실된 복종과, 저의 이 진실된 헌신의 맹세는, 오직 제가 사랑하는 이, 그 한 사람에게만 보내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리하여, 이 글의 끝은 곽재구 시인의 <복종>이라는 시로 이만 갈음하려 합니다. <무조건>이라는 단어에 대한 저의 마음을, 이 짧은 시로 대신합니다.
<복종>
- 곽재구
밥을 먹다가
바로 앞 당신 생각으로
밥알 몇 개를 흘렸답니다
왜 흘려요?
당신이 내게 물었지요
난 속으로 가만히 대답했답니다
당신이 주워 먹으라 하신다면
얼른 주워 먹으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