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의 의미
여성 문학가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의 의미와 그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여성은, 아내라는 이름으로,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오롯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혼자만의 공간, 독립된 공간이 없는 것이지요. 네다섯 명이나 되는 자신의 자녀와 하루 종일 거실에서 생활하고, 거실에서 함께 잠들곤 하는 근대의 여성들이 과연 자기 자신만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을까요?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것처럼, 개인의 휴식과 재충전, 취미활동의 보장을 위해서라도 <자기만의 방>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왕자에게는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별이 있었어요. 그 별의 이름은 B-612였죠. 그 별에는 2개의 활화산과 1개의 휴화산이 있었어요. 2개의 활화산을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청소해주면 그 분화구에 요리도 할 수 있었지요. 문제는 휴화산이었어요. 행성 표면으로 언제 용암을 분출할지 모르는 휴화산은 언제나 주의 대상이었어요. 휴화산이 만약 행성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킨다면 그의 별은 한순간 소멸할지도 모르는 일이었지요.
그의 별은 또한 바오밥나무로부터의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도 대비를 해야 했어요. 어른 키보다도 더 크게 성장한 세 그루의 바오밥나무는 그의 별, 그의 공간을 모두 잠식시켜버리고 말 테니까요. 그 바오밥나무를 다 제거하기 위해서는 9마리의 코끼리가 필요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어린 왕자의 별, B-612는 9마리의 코끼리가 발을 디디기에는 충분히 큰 행성이 아니었기에 두 마리씩, 세 마리씩 무등을 타야 해요.
어린 왕자는 확실히 <자기만의 방>, <자기만의 별>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공간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한 공간이었어요. 화산에 의해 폭발할 수도 있었고, 바오밥나무에 의해 잠식당할 수도 있었어요. 자기만의 공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늘 어린 왕자의 마음속에 있었어요. 그리고 어느 날 그 자기만의 방에 장미가 찾아왔어요. 어린 왕자는 더 이상 자신만의 공간을 가질 수 없게 된 거예요. 어린 왕자는 장미를 사랑했지만, 장미의 허영심은 어린 왕자를 자주 괴롭게 했어요.
만약 어린 왕자의 별 B-612가 9마리의 코끼리가 살아도 충분할 만큼 적당히 크고 넓었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하나의 휴화산으로 인해 자신의 별이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을까요? 그랬다면 어린 왕자는 장미의 말이 아닌, 장미의 행동으로부터, 장미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저는 저만의 방, 저만의 별을 가지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저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의 장미와 함께 하기에는, 지금 이 공간은 너무 작고 좁아요. 더 큰 별, 더 큰 행성으로 이동해야 해요. 그래야 저도 저만의 독립된 공간을 얻을 수 있고, 저의 장미도 자기 자신만을 위한 독립된 공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요.
어른들은 말해요. 신혼집은 좁으면 좁을수록 부부금슬에 좋다고요.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집이라는 공간도 결국에는 B-612의 행성과 같아서, 9마리의 코끼리를 들여놓을 수 없을 정도로 공간이 크지 않다면, 우리는 우리 안의 그 어떤 감정에 잠식당하여 폭발해버리고 말 거예요.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자기만의 집, 자기만의 공간을 얻는 것은 여전히 어려워 보여요. 그래요. 어쩌면 우리 모두는 오늘날을 살고 있는 한 명, 한 명의 어린 왕자들 인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이 발 디디고 서 있는 이 행성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찬 어린 왕자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