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가 다음으로 찾은 별은 어느 성리학자의 별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란

by 김정배

어린 왕자가 다음으로 찾은 별은 어느 성리학자의 별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는 천문학자인가요? 터키의 어느 천문학자와 비슷한 옷을 입으셨어요!”


“응, 안녕. 하지만 나는 천문학자가 아니다, 성리학자지. 이(理)와 기(氣)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인간의 심성과 구조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지. 뭐, 우주의 생성과 구조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있으니, 너의 말이 전부 틀렸다고는 말할 수 없겠구나.”


“인간의 심성에 대해서 공부하신다니 제법 흥미롭게 들려요.”


“음..... 그렇다면 내가 오늘 너에게 중요한 가르침을 선물하겠다.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를 다섯 번 써 보거라.”


“이렇게요?”


“아니지, 아니지. “사람 인”이라는 글자는 그렇게 쓰는 게 아니지. 왼쪽 획부터 긋고, 오른쪽 획을 그어야지, 세상에 오른 획을 먼저 긋고, 왼쪽 획을 긋는 사람이 어디 있나? 세상 모든 일에는 다 예의와 순서가 있는 법이야. 획순을 바르게 하여 다시 왼쪽 획부터 쓰거라.”


“이렇게요?”


“옳지. 잘하긴 하였으나, 다음번에 쓸 때는 꼭 획의 삐침 부분도 신경 써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거라. 글씨는 본래 작성하는 이의 품성을 고스란히 담는다 하였느니라.”


“네, 잊지 않고 있겠어요. 그나저나 아저씨께서 아까 저에게 알려 주신다는 그 가르침이란 무엇인가요?”


“그래, 알려주고 말고, 우리가 아까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를 다섯 번 쓰지 않았더냐? 자, 이제 내가 하는 말을 따라 해 보거라.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사람>답지 않으면, 그것이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사람답지 않으면 그것이 사람이냐? 그런데 아저씨, 사람이 사람답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음...... 그것은 군신유의 하고, 부자유친 하고, 부부유별하며, 장유유서 하고, 붕우유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게 무슨 뜻인데요?”


“음...... 그러니까 그것은 군신이 유의하고, 부자가 유친하고, 부부가 유별하며, 장유가 유서하고, 붕우가 유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음...... 그러니까 그 말은 임금과 신하 간에 유의하고, 부모와 자식 간에 유친하며, 남편과.......”


“아저씨! 그래도 말이 너무 어려워요!”


“그러니까 그 말은 임금과 신하 사이에는 “의”가 있어야 하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친함”이 있어야 하며, 부부 사이에는 다름, 분별이 있어야 하고,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에는 질서와 순서가 있어야 하며, 친구 사이에는 서로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제가 사는 별에는 임금과 신하도, 아버지와 아들도, 남편과 아내도, 웃어른과 아랫사람도 없는 걸요?!”


“엣헴...... 그래도 너의 별에서는 붕우유신할 수가 있지 않더냐. 예전 신라의 화랑들은 <교우이신>이라 하여, 벗을 사귐에 있어 믿음으로써 다하라라고 하였느니라. 그래, 너는 너의 별에 사는 벗을 만남에 있어, 믿음으로 다하고 있느냐?”


“그럼요. 저의 별에 사는 장미가 제 친구인걸요? 저는 장미가 하는 말을 듣고 그것이 모두 장미의 진짜 마음이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제 깨달았어요. 저는 그때 장미의 말이 아닌, 장미의 행동으로부터 그녀의 마음을 읽고 이해했어야 했어요!”


“오! 장미가 너의 벗이로구나. 나에게는 사군자가 나의 오랜 벗이란다.”


“사군자요? 사군자가 뭔데요?”


“음..... 사군자라 하면, 매난국죽을 일컫느니라.”


“그게 뭔데요?”


“매난국죽이라 함은, 매화와 난초, 그리고 국화와 대나무를 일컫느니라.”


‘아..... 만약 내가 아저씨였다면, 사군자니, 매난국죽이니 하는 어려운 단어들로 불편한 대화를 이끌어나가기보다는, 매화와 난초, 국화와 대나무가 나의 친구들이라고 처음부터 간단하게 이야기했을 텐데.....’


성리학자의 별을 떠나며, 어린 왕자는 혼잣말을 하였다.


“어른들은 정말이지 참으로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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