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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Apr 13. 2022

부디 죽지 말고 나를 위해 어딘가에 꼭 존재해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소설 <어린 왕자>, 그 열한 번째 기록

도민준! 내가 사랑하는 도민준! 당신은 나를 위해서 어딘가에 존재해줘. 당신은 나를 위해서, 죽지 말고 어딘가에 존재해줘. 그러니까  말은......

! 당신이 있었던 곳으로...... 나는 당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당신이 좋아서, 당신이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있을  같다고...... 당신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보다  편이  쉽다고.....”

<별에서 온 그대> 19화 천송이(전지현)의 대사 중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참으로 큰 고통이요, 어느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스트레스일 것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천송이(전지현)는 도민준(김수현)과의 관계를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도민준을 그의 행성에 보내지 않고 평생 자신의 곁에 두려고 한다면, 도민준은 머지않아 생명력을 잃고 죽고 말 것이다. 하지만 도민준을 그의 행성으로 떠나보낸다면, 앞으로 400년 뒤에나 그가 다시 지구로 돌아올지 모르는 일이다. 천송이가 죽을 때까지도 도민준을 못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에, 천송이는 도민준에게 이야기한다. 당신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느니, 차라리 당신이 저기 저 하늘의 어느 별에서 웃고 있으려니 하고, 기약 없는 기다림을 하는 편이 낫겠다고....... 어쩌면 우리가 다시 만날 지도 모른다는 그 희망 하나로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거라며 말이다.


아무래도 <어린왕자> 속의 다음 표현이 지금의 나의 마음을, 그리고 드라마 속 천송이의 마음을 대변하기에 적합할 것 같다.


[만약 누군가가 수없이 많은 별들 속에 있는 단 한 송이의 꽃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은 그저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저 별 어딘가에 내 꽃이 있겠지.’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양이 그 꽃을 먹어 치운다면 그에게는 그 모든 별들이 한순간에 빛을 잃어버리는 거라고. 그런데도 그게 중요하지 않다는 거야?]


[누구나 별을 보지만 다 같지는 않아. 여행가들에게 별은 안내자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작은 빛에 불과해. 학자들에게는 숙제겠지. 내가 만났던 사업자에게는 돈일 테고 말이야. 저 별들은 아무 말도 안 해. 오로지 아저씨만이 누구도 갖지 못한 별을 갖게 될 거야. 저 별들 중 하나에 내가 살잖아. 그곳에서 내가 웃고 있을 거고. 그러면 아저씨가 밤하늘을 볼 때면 모든 별이 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야...... 오직 아저씨만이 웃을 줄 아는 별을 갖게 되는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아주 사라져 버린다는 사실보다는, 차라리 저기 저 먼 우주, 어느 별에서 나를 위해 웃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편이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될 것이다. 그 작은 기대와 희망마저도 없다면, 인생은 별 하나 없는 밤하늘처럼이나 참으로 어둡고 깜깜하게 보일 테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하늘에 한줄기 별빛 같은 희망이 있다면, 나의 밤은, 당신의 밤은, 그리고 우리의 밤은 결코 깜깜한 어둠만으로 가득 차지는 않을 것이다. 희미한 작은 별 옆으로 하얗게 피어나는 또 다른 작은 별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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