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연(@pinocchio_in_windshoes) 작가님의 단상집 <비닐 우산을 일회용 우산이라고 쓰면 슬퍼진다>의 제목이 며칠째 나의 머릿속을 맴돈다.
내가 나의 비닐 우산에게 해줄 수 있는 위로가 무엇이 있을까 며칠을 고민하다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어린 왕자의 그림을 우산에 그려 넣었다. 비닐 위에 그려진 이 어린 왕자 그림 하나만으로, 이제 나의 비닐 우산은 일회용 우산이라는 오명을 벗게 되겠지. 음, 아무렴. 그렇고 말고.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일회용 우산에 정성껏 그려넣는 바보 멍청이는 없을 테니까.......
그리하여 나는 더 이상, 이 비닐 우산을 일회용 우산이라 부르지 않기로 하였다. 아무리 시들고 말라 비틀어진 꽃다발일지라도, 누군가 이를 일컬어, 예쁘고 비싼 쓰레기라고 부르면 제법 마음이 아픈 법이니까....... 아무리 오래 되고 색이 바래 누렇게 뜬 공책일지라도, 누군가 나의 소중한 옛 일기장을 일컬어 쓰잘데기 없는 헌 종이 더미라고 부른다면 나는 제법 가슴이 시릴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