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서 온 그대 속 어린 왕자>를 읽고
이 책을 인터넷서점에서 만나지 못했더라면, 어쩌면 나는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를 평생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었던 2013년에도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내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2년에서야 이 드라마를 찾아보게 된 것은 순전히 드라마 속의 <어린왕자>를 읽어내기 위함이었다.
이 드라마로부터 내가 읽어낸 <어린왕자>와, 신경범 작가님이 읽어낸 드라마 속 <어린왕자>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를지를 직접 비교해보고 싶었다. 한 시간 남짓의 드라마 21편을 정주행 하는데, 약 5개월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길다고 하면 길고, 또 짧다고 하면 짧은 그 5개월의 시간 동안 나는 너무나 재미난 소설 속 여행을 마치고 온 기분이다.
이 책의 내용 중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장 변호사님”에 대한 해석이었다. 나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보며, 드라마 속 장 변호사님의 역할이, 소설 속의 “뱀”과 같은 현자의 역할로 보았다. 하지만 신경범 작가님은 장 변호사님의 역할을 소설 속의 화자인, 비행조종사로 보고 있다. 그 내용을 아래와 같이 인용하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은 천송이와의 만남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린왕자>에서 지구의 어른과 어린왕자의 대화처럼, 도민준과 장 변호사의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어린왕자> 속, 나와 어린왕자의 관계와 닮아있다. 장 변호사는 우연히 도민준과 만나고, 그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에도 그의 곁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어른’이다.
<어린왕자> 속 “나”와, <별에서 온 그대>의 장 변호사는 모두 어른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과 다른 존재를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을 가졌다. 도민준과 어린왕자의 옆에 이런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별에서 온 그대 속 어린왕자>, P.7
이 드라마의 초창기에 극 중 인물들에 대한 추측의 글을 쓴 적이 있다. 물론 장 변호사님도 그중에 한 명이었다. 그는 어린 왕자가 지구에 와서 의지한 몇 안 되는 친구라는 점에서, 장 변호사님의 극중 역할은 소설 속 뱀의 역할이 아닌가 싶었다. 뱀은 어린 왕자의 길을 밝혀주는 길잡이이자, 인도자, 현자와 같았고, 지구를 떠나는 어린 왕자를 위하여 굳은 일도 결코 마다하지 않았다. 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쩌면 어린 왕자는 오히려 이 지구에서 더욱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해야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한 점에서 드라마를 보면 볼수록, 장 변호사님의 역할은 소설 속 뱀의 역할이 분명하다는 나의 확신은 더욱 견고해졌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확신이 사르르 무너진다. 어쩌면 신경범 작가님의 말처럼이나, 도민준과 장 변호사님의 관계는, 소설 속 어린왕자와 뱀의 관계보다는, 어린왕자와 비행조종사의 그것과 더 닮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을 떠나는 도민준을 바라보며, 그렇게 서럽게 펑펑 울던 장변호사님의 모습과 “그래서, 다시 돌아오기는 하시는 겁니까?”라고 내뱉는 그 아쉬움의 감정들은 확실히 뱀의 것이라기보다는 비행조종사의 것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의 진짜 정체(외계인이라는 사실)를 알게 된 이후에도, 그의 곁에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어른! 장 변호사님은 확실히 뱀보다는, 비행조종사에 더 가까운 분이다.
어제 아침 조민선 작가님의 피드로부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는 한 문장을 보았다. 나는 그 글에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적었다. 나에게 그 글을 다시 쓸 기회가 된다면, 나는 그 글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나는 비행 조종사가 되고 싶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자신과 다른 존재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소유자! 나는 그런 어린 아이같은 비행조종사가 되고 싶다.”라고 말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