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선의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등의 보행 신호를 기다리고 있으면, 저기 저만치 100미터쯤, 나의 시선 끄트머리로 은아공방의 야외 테라스 모습이 살짝쿵 보인다. 그야말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이나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인 셈이다.
그녀는 공방의 야외 테라스에 전시된 접시와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 중인지도, 내가 지금 그녀가 서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큰 보폭으로 걸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공방 앞 테라스에 이르러, 나는 매번 그러듯 또 장난기 가득한 인삿말을 건넨다.
“안녕하세요, 은아공방님~ 제가 오는지 어떻게 또 다 아시고, 제가 오기 100미터 전에서부터 이렇게 마중을 나오셨어요?”
은아공방님은 그제서야 나의 인기척을 느끼시고 화들짝 놀라신다.
“어머! 어머나, 세상에!”
하하하하. 은아공방님의 깜짝 놀라시는 모습을 보니, 작년 9월, 은아공방님과의 첫만남이 떠오른다. 혹시 선물을 고르러 공방을 방문하셨냐는 은아공방님의 질문에, 나는 나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었다.
“아니요, 저는 딱히 선물을 고르러 온 건 아니예요.”
“아, 그럼, 직접 사용하실 물건을 구매하러 오셨을까요?”
“아니요. 저는 이 곳에 그릇을 사러 온 것도 아니예요.”
“네?! 그럼......”
“저는 이 곳에 놀러 왔어요. 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이 공간을 꼭 방문해보고 싶었었거든요.”
“아..... 그러셨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스타그램에서 어린 왕자로 살고 있는, 스캇 플린더스라고 합니다. 은아공방님의 인스타그램 친구이지요.”
“어머! 어머나, 세상에!!!”
후후후훗. 맞아. 그랬었어. 일년 전, 은아공방님과의 첫 만남 때에도, 은아공방님께서는 나를 보시고는 “어머, 어머나, 세상에!”를 연발하셨었어!
그 때의 그, 은아공방님의 표정! 신기함과 반가움이 섞인 미소, 목소리를 기억한다. 어쩌면 내가 은아공방이라는 공간을 잊지 않고, 주기적으로 찾는 이유이기도 하겠지. 나는 은아공방이라는 공간에도, “은아공방님”이라는 인물에게도 제법 충분히 길들여 진 사람이니까.....
“시간 될 때, 또 놀러 오세요. 언제든 기다리고 있고 말고요.”라는 은아공방님의 며칠 전의 말씀이 있긴 했지만, 그 곳에서 원목의 어린왕자와 시막여우 친구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는 꿈에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스크롤 쏘>로 원목 작업을 하시고는, 나무조각의 크기가 애매하게 남았는데, 때마침 내 생각이 나서, 얼른 어린왕자와 사막여우를 만들어 내게 선물하고 싶으셨다고.....
나는 또 이렇게 “은아공방”님과의 우정(?!)에 길들여지고, 또 길들여진다. 은아공방님의 마음 써주심에, 오늘은 소설 속의 어린 왕자도 하나 부럽지가 않다. 나에게는 이렇게 마음을 보내주고, 아껴주시는 분이 있으니 말이다.
p.s
“어제의 깜짝 방문 너무 반가웠어요. 한참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난 기분이였어요.”
“네, 저도 어제 너무 반가웠어요. 마치, 한참 보고 싶었던 사람을 만난 기분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