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 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 두 소설 모두에서 꽃은 소설의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꽃은 소설 <어린 왕자>에서도, 소설 <빨간머리 앤>에서도 주인공과 매우 밀접한 존재로 표현된다.
어린 왕자에게 장미는 그의 행성에 있는 유일한 대화상대이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시간과 마음과 정성을 장미에게 들였기에, 장미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존재로 거듭난다.
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눈의 여왕”으로 표현되는 초록지붕집의 벚나무도, “기쁨의 하얀 길, 환희의 하얀 길”로 표현되는 에이번리의 벚나무 길도, 앤에게는 너무나도 특별한 존재이다. 다른사람에게 자신의 슬픈 과거를 이야기할 수 없었던 앤은 숲 속에서, 들녁에서, 그리고 자연 속에서 꽃과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마음 속 이야기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승화시킨다.
앤에게도, 어린왕자에게도 꽃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애정의 존재이다. 그래서인지 앤와 어린왕자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하나같이 꽃과 나무들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어느 일본 소설가의 작품 중,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존재 하나를 사라지게 해야한다는 신의 명령에 이 세상으로부터 모든 고양이를 사라지게 한 어느 소설 내용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 모든 꽃들이 사라지게 된다면 이 세상은 과연 어떻게 변하게 될까?
꿀도, 과일도, 벌도, 나비도, 꽃향기도, 꽃다방도, 꽃반지도, 낭만적인 사랑고백도 모두 모두 사라지고 말겠지? 아니, 이 세상에 꽃이라는 존재의 흔적마저도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만다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어린 왕자와 앤의 이야기도 200% 지금과 다른 결의 소설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그 두 소설을 만날 수 없었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