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소설 <어린 왕자> 속 사업가는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이 소유한 별을 헤아립니다. 별의 숫자를 세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어린 왕자의 질문에, 사업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왕은 별들을 통치하지만, 나는 별들을 소유하고 있지. 소유와 통치는 전혀 다른 개념이란다. 별은 많이 소유하면 많이 소유할수록 좋아.”
소설 속 사업가는, 숫자밖에 모르는 전형적인 어른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오늘 문득 저는 기존의 관점과는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 사업가에게 별이라는 존재가 정말로 특별한 의미를 가진 존재라면 어떠할지 말입니다. 예를 들면, 이 사업가는 지금 “별을 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별을 헤아리고 있는 중”이라고 가정해보는 것입니다. 장담컨대, “별을 헤는 밤”이라는 문장과 “별을 세는 밤”이라는 문장이 주는 그 어감의 차이는 확연히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별을 세는 사업가가 아닌, 별을 헤는 사업가는 이전보다 좀 더 낭만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
그리하여 저는 오늘도 별을 셉니다.
하나, 둘, 셋, 네, 다섯......(중략)........ 오백삼십, 오백삼십일, 오백삼십이, 오백삼십삼....(중략)......칠천이백팔십일, 칠천이백팔십이, 칠천이백팔십삼....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저의 머릿속에는 너무나 많은 별들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추억과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추억들 하나, 하나가 저 하늘의 별들처럼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 별들의 숫자를 모두 헤아리는 것은 어쩌면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도 별을 헤아리렵니다. 왜냐하면 저는 별을 헤아릴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