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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May 14. 2021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 나의 꿈은 금산군수였다. (지금도 나의  고향 친구들은 나를 금산군수라고 놀린다.) 초중고 학창 시절의 대부분을 교육시설과 문화시설이 열악한 시골 지역에서 보냈었기에, 나는  손으로 직접 금산의 경제적, 문화적 부흥을 일으키고 싶었다. 그때 나의 마음속에 꽂혀 들어온 문장이 바로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고 말씀하셨던 작은 고모의 이야기였다.


나는 금산이 충분히 문화적으로,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보석사와 태고사라는 역사적인 사찰이 있고, 임진왜란   승리를 이끈 권율 장군의 이치대첩비도, 왜군에 맞서 의롭게 돌아가신 700명의 의병을 모신 칠백의총도 금산에 있다. 동학농민운동의 시발지가 금산의 제원면이라는 이야기도, 태조 이성계의 태릉도 금산의 만인산에 모셔졌었다는 이야기도 금산의 스토리텔링에 힘을 실어준다. 금산에는 인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고장이다. 그래서 나는 금산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이야기는 멜버른에서 상모를 돌리며, 더욱 피부로 느낄  있었다. 스완스톤 스트릿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어느 팀들보다도 나의 상모가 인기가 좋았다. 기타와 피아노의 연주는 어느 나라, 어느 도시를 가도   있을 테지만, 나의 상모 버스킹은  세계 어디에 가서도   없을 만큼 희귀한 것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 가장 촌스러운 것이 가장 멋있어 보일 때도 있는 법이다.


나에게는 아직도 금산을 문화 강점 도시로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작은 게스트 하우스를 만들어, 전 세계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금산에서의 하루를 선물해주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고향 친구들에게 말하면, 나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놀린다.  세계의 어느 외국인이 서울이나 부산, 전주나 경주면 모를까, 교통도 불편한 금산에 오겠냐며 말이다. 설령 몇몇 외국인들이 게스트 하우스를 찾는다 한들, 그것으로 소득은커녕 생계나 유지할  있겠냐는 것이다.


맞다, 금산은 교통이 불편하다. 서울에서 금산까지 한 번에 오는 고속버스를 타지 않는 이상, 한국말을   모르는 외국인이 기차와 버스를 갈아타며 금산까지 제대로 찾아오는 것은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관광지로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금산에는 서울에, 부산에, 경주에, 그리고 전주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 그들 대도시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한국의 시골이 있고, 한국의 시골 문화가 바로 금산에 있다.


멜버른에는 매해 수만 명의 관객들이  도시를 찾는다. 멜버른 오픈이라는 세계적인 테니스 대회도, F1 그랑프리라는 세계적인 카레이스 대회도 멜버른을 명실상부한 스포츠와 이벤트의 도시로 만드는데 이바지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멜버른 컵이라고 불리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경마대회도  도시의 관광에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 대회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가면과 턱시도, 머리 장식 등으로 중세 유럽의 파티 복장을 꾸며야지만 입장이 가능하다) 100년도    지역축제를 즐기기 위해, 호주전국에서, 그리고 세계 전역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였다. (나의 근무지가 멜버른 시내에 위치한 호텔이었던 관계로, 관광 시즌에 밀려드는 인파와 일거리가 누구보다도   보였다.)


상모를 매고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는 어느 시골 청년은, 대한민국의 어느 다른 청년보다도 촌놈이었다. 하지만 그는 호주 멜버른의 어느 한국인보다도 세계적이었다. 나는 멜버른의 어느 상모 버스커로부터,  문화 강점 도시로 변모하고 거듭날 어느 농촌마을의 성장 가능성보았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면, 지역색이 짙은 동네 역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동네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금산이라는 고장의 미래가 매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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