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멜버른의 상모 버스커>
<카일리 미노그>라는 가수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교 1, 2학년 때쯤이었던 것 같다. TV에서는 그녀의 신곡 <Can’t get you out of my head>가 연신 흘러나왔지만, 오히려 내가 좋아했던 그녀의 노래는 그녀의 데뷔 초기 곡들, 그러니까 <wouldn’t change a thing>이나 <Locomotion>, <especially for you>, <Lucky> 같은 좀 더 소녀소녀하고 발랄한 노래들이었다.
내가 멜버른에서 버스킹 활동을 계획하며, 제일
먼저 떠올린 가수는 강남 스타일의 싸이 다음으로, 카일리 미노그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호주의 전설적인 디바요, 이미 세계적인 팝스타였기 때문이었다. 펍에서 만난 호주 친구에게 평소, 카일리 미노그의 노래를 자주 듣냐고 물어보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 가수들의 노래보다는 지국 가수의 곡을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으니 호주 사람들도 비슷한 대답을 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의 대답은 내가 예상했던 대답으로부터 저만치 동떨어져 있았다.
그 친구에 따르면, 자신이 호주 사람이라는 이유로 일부러 호주 가수의 노래만을 듣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하였다. 오히려 미국의 최신곡이나 미국의 유행가들을 즐겨 들을 때가 훨씬 더 많다고 하였다. 그것도 그럴 것이 호주와 미국은 같은 영어권 국가이다 보니, 언어나 노래에 대한 거부감은 다른 나라들의 그것들에 비해 덜 하겠다 싶었다. 실제로 호주 배우인 휴 잭맨은, 울버린이라는 역할 하나로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지 않은가. 세계적인 톱 모델 미란다 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나는 나의 버스킹 공연에 카일리 미노그의 곡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용하지 못했다. 그녀의 노래에 맞추어 상모를 돌리기에는 나의 춤과 곡의 분위기가 너무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카일리 미노그라는 호주 가수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았다. 어느 호주 출신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는 카일리 미노그의 찐 팬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을 쌓아갔다. 그녀는 본래 호주 국민드라마의 아역 배우 출신이었으며, 그녀를 훑고 지나간 지난 연애담들부터 히트곡들, 그리고 최근의 투병 이야기까지도 차례로 섭렵해 나갔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녀의 완전한 팬이 되어버렸다. <Crystallize> <All the lover> <So now good bye> <Please stay> <never too late> 같은 곡들은 여전히 나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엄정화라는 가수가 생각난다. 분명 그녀의 연예계 데뷔는 가수가 아닌, 배우로 시작하였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배우로서의 그녀보다는, 화려한 퍼포먼스, 그리고 팝의 여왕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다. 엄정화도, 그리고 카일리 미노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