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그리고 무성적 존재!

에곤 쉴레 - 앉아있는 소녀

by 김정배

우리는 흔히 인간을 분류함에 있어, 남성과 여성, 이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하곤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분류에 따르면 세 가지 종류의 인간이 존재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무성적 존재! 무성적 존재, 이들은 외형상으로는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남성, 여성과 다르게 많은 사람들은 이들에게서 성적 어필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무성적 존재라고 부르려고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어린아이들로부터 성적 어필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어린아이들은 나에게 있어 무성적 존재이다. 노인 분들 역시 나에게 있어 무성적 존재이다.

한국에서는 건물을 청소하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어머니 또래의 여성분들이다. 어떤 여성분들은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셔야 할 때도 있는데, 아주머니께서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고 계시노라면 화장실을 찾는 남자 이용자들은 아주머니의 존재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용건을 본다. 아르바이트로 수영장의 화장실 청소를 해 본 적이 있는 나로서는, 그때의 그 수치심을 뼈저리게 기억하고 있다. 남자인 나도 그러한 수치심을 느끼는데, 하물며 한 명의 여성으로서 느껴야 하는 그 성적 수치심의 정도란.......... 남자 화장실 이용자들에게 있어 청소부 아주머니들은 무성적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런 수치심 없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것 같다.

호주 멜버른의 호텔에서 하우스키핑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손님이 안에 머무는 방에서 침대보를 새로 갈아야 할 때가 있다. 물론 많은 손님들이 자신의 방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준다. 그러나 가끔 속옷만 입은 채로 나를 맞는 손님들도 있다. 차라리 남자 손님이 속옷만 입은 채로 나를 맞이할 때는 괜찮다. 같은 남자이니까 나는 그들의 나체가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 그러나 가끔 여자 손님이 속옷만 입은 채로 나를 맞이할 때는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괜히 시선을 잘못 두었다가 이상한 오해를 받을까 두려운 것은 둘째라 한다 치더라도. 나의 마음을 가장 불편하게 하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 나는 무성적 존재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나는 하나의 무성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속옷을 입든, 입지 않든, 아무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청소부 아주머니가 있든 없든, 아무런 상관없이 볼 일을 보는 남자 화장실의 이용자들처럼 말이다.

가끔 나의 친구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별 것도 아닌 일로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느냐고 대답한다. 내가 너였으면 그런 고민 따위는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그리고 덧붙여 나에게 묻는다. 혹시 내가 일하는 호텔에서 자신도 일할 수 없느냐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