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관한 어떤 담론

에곤 쉴레의 <가족>

by 김정배

남자는 대개 어린 여자를 선호한다.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어린 여자를 자신의 짝으로 선택하였을 때, 자신의 후손을 더욱 많이 남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의 경우도 그러할까? 그렇지 않다. 다른 동물들의 암컷은 나이와 상관없이 임신이 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우두머리 동물들은 나이가 어린 암컷이 아닌, 성숙한 암컷을 자신의 짝으로 삼는다. 그것이 자신의 DNA를 후대에 남기는 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여성에게 폐경의 과정이 존재하므로 나이가 많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비선호 현상이 발생한다. 나이가 어린 여성은 폐경까지 어느 정도의 긴 시간이 남아 있으므로 종족 번식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현상, 이는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근거 있는 이야기일 것이다.

반면에 여자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자를 선호한다. 엄밀히 말하자면 여자는 자신과 자신의 자식을 보호해 줄 능력이 있는 남자를 자신의 짝으로 선호하는데, 그런 남자는 대부분 여자보다 연상일 가능성이 많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걷고 뛸 수 있는 다른 동물들의 새끼에 비해 인간의 아기는 부모의 보호가 많이 필요하다. 일 년 남짓한 시간을, 아니 그 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인간의 아기는 엄마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 아이를 둔 여자는 채집 및 수렵 활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제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서 생계에 대한 부분은 남편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남편 역시 자신의 핏줄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의 아내와 자식에게 헌신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여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출산과 육아에 협조적으로 보이는 남성을 자신의 짝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원시시대에는 먹잇감을 잘 가져다주는 힘센 남자가 1등 신랑감이었다면, 오늘날에는 명예, 지식, 재산, 외모 중에서 여성 자신에게 유리하다 싶은 남자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 여자는 저 중 어느 것이라도 자신보다 우월한 능력의 남자를 배우자로 삼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남자는 대개 여자보다 연상의 남자들이다. 그러한 까닭으로 여자는 연상의 남자를 선호한다. 연상의 남자가 자신과 자신의 자식들을 잘 보살펴 줄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나는 이러한 선호 현상이 또 다른 하나의
현상을 이끌어 낸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4~5년 정도 더 산다고 한다. 그리고 보통의 결혼한 남자들은 여자보다 3~4살이 더 많다. 즉, 노년에 이르러 남편과 사별하고, 여자 혼자 생활해야 하는 시기가 약 7,8년쯤 된다는 것이다. 평생 당신만을 사랑하고, 평생 당신 곁에 있겠다던 남자의 약속이 노년에는 유효하지 못하는 셈이다.

가족! 한 쌍의 부부가 자식을 낳아 기르고, 그 자식들이 또 다른 쌍의 부부가 되어 자식을 낳아 기른다. 그리고 그 자식이 다른 한 쌍의 부부가 되어 자식을 낳아 기를 즈음, 맨 처음의 부모는 나이가 들어 죽고 다시 땅으로 묻힌다.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꽃과 나무처럼 우리 인간도 우리의 DNA를 후대에 남기려 태어나고 죽는 하나의 생물체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우리도 다른 동물들과 다른 없는 하나의 생물체에 불과하다면, 우리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나, 부모와 자식, 형제와 자매의 인연을 맺어온 이들과의 특별한 추억들은 무엇으로 기억되어야 하는가? 분명 어느 누구보다도 삶의 많은 부분을 함께 했던 이들이 과연 가족이라는 이유로 평생에 걸쳐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어야만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가족은 사랑으로 이루어진 구성체인데 말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삶이 보다 안정화된다고 한다. 나도 요새 부쩍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물론 나에게 아직 결혼은 먼 나라 이야기에만 불과하다.) 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될 자신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자신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미래 배우자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달려있는 것일 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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