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붕어와 어항, 소녀와 정글짐, 그리고 구조주의

우에다 후코의 <정글짐>

by 김정배

금붕어 한 마리가 정글짐에 갇혀 있다. 어항 속의 금붕어는 왠지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정글짐 속의 금붕어라니 이보다 더 낯선 풍경은 없어 보인다.


우리는 금붕어를 흔히 관상어로 인식한다. 인간의 보호를 받으며 자라야 하는 나약한 존재로 우리 머릿속에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금붕어도 태초에는 다른 물고기들처럼이나 자연 속에서 치열하게 살았을 것이다. 화려한 외모를 가졌다는 이유로 인간의 손을 타게 된 금붕어는 더 이상 자연 속 물가에서 살지 않는다. 오늘날의 금붕어는 오로지 보여지기 위하여 어항 안에 존재하는 수동적인 대상이다.


나는 이 그림에서 금붕어와 소녀를 연결하고 있는 붉은 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금붕어의 비늘도, 소녀가 입고 있는 교복도, 그들을 연결하고 있는 붉은 실도, 모두가 붉은색이다. 이러한 공통의 붉은색을 통하여 금붕어와 소녀 사이에 일련의 연관성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림 속 소녀 역시 어항 속의 금붕어처럼이나 오로지 보여지기 위하여 존재하는 수동적인 오브제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항은 무엇인가? 어항 역시 그림 속 정글짐과 같은 하나의 구조물이다. 어항 속에 갇힌 금붕어가 구조물 속에 갇힌 여학생을 의미한다면, 오늘날의 구조주의에서 여성이라는 존재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어항 속 금붕어를 위해서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그 어항을 깨기 위하여 나의 주먹을 휘두를만한 용기도 없다. 사실 나 또한 어항 속을 유영하는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하기 따름이다. 유년 시절, 여자로서 아픈 상처를 경험한 화가 자신이기에 여성 본연의 슬픔을 주제로 많은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늘 그녀가 슬프다. 그녀 자신이 그녀의 그림 속에서나마 자유로이 유영하는 금붕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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