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의 <사이프러스>
요새 부쩍 다른 생명체들과 교감을 하고 싶은 욕망이 든다. 그렇다고 사람들을 만나자니 괜시리 복잡한 건 싫고, 반려동물을 키우자니 키울 자신도, 키울 공간도 없다. 그래서 요새 정을 주고 있는 생명체들이 회사 사무실 안의 화초들이다. 매일 같이 물을 주고, 받침대의 물을 갈아주고, 정성도 이런 지극정성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분 몇 개는 이파리가 떨어지고, 줄기가 말라 가는 게 눈에 보인다. 분명 물을 부지런히 준다고 줬는데도, 자꾸만 말라죽어가는 게 두 눈에 보인다. 새로운 화분을 가져오시던 꽃집 아저씨께서 말씀해주셨다. "저 화분들은 꽃이라서 그래요. 꽃 들은 원래 한번 피었다 금방 시드니까 너무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원래 다 말라죽는 거예요, 걱정 마세요."
꽃의 생애주기는 한 계절뿐이라는 것을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왔음에도 불구하고, 꽃집 아저씨의 말은 충격이라면 충격이었다. 죽어가는 꽃은 살리려고 해도 살릴 수가 없다. 나는 이렇게 꽃의 쇠망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듬해에 똑같은 자아의 똑같은 꽃이 피어난다는 보장도 없이 말이다.
문득 나의 머릿속에 하나의 문장이 스쳐 지나갔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고, 배신은 노력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