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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Jun 24. 2021

내 인생, 내 지게, 내가 짊어지고 사는 것.

마리안네 폰 베레프킨의 <외로운 길>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네 인생, 네 지게, 네가 짊어지고 사는 거여!" 그때는 은사님의 말씀이 너무나도 당연하게만 들려서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여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여행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그때 그 시절의 은사님의 말씀을 곱씹게 되는 것 같다. 내 여행에서 내 배낭은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어느 누구도 나의 배낭을 대신 짊어주지 않는다.


내 장점이자 단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나는 나와 여행하는 이의 배낭을 들어주려 한다. 동행자의 짐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면 나의 몸은 무거울지언정, 마음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그렇게라도 나의 사람을 챙기고픈 마음이다. (내 가방도 제대로 못 짊어지는 사람이 누구의 가방을 대신 메어준다고....... )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내 가방만 잘 메고 가면 된다. 그런데 괜히 타인에게 인심을 사려 나를 희생하다 보면 나의 몫은 나의 몫대로 챙기지 못하고, 내가 도와주고 싶어 했던 이도 도와줄 수 없게 된다. 그래도 나는 자꾸 타인을 챙긴다. 내 것은 못 챙기면서 다른 사람 몫만 챙겨주고 있다. 정작 내가 힘들 때는 다른 사람에게 나의 배낭을 들어달라고 부탁하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내가 주워 든 게 개똥이든, 약이든, 그림 속의 노인처럼이나 일단 내 지게, 내 바구니에 집어넣고 볼 일인 것 같다. 내 인생도, 내 지게도, 내가 먼저 짊어지고 볼 일이다. 나는 너무 착해서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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