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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Jun 24. 2021

오직 그 꽃을 오래 보고, 많은 시간 함께 해야할 따름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장미의 영혼>

애즈원의 6집 수록곡 <시들지 마>는 시들어가는 한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꽃에 비유하여 풀어내고 있다.


[너를 가슴에 심기 잘했다(고) 생각하면서 웃곤 했었는데......

나도 모르게 내뱉은 나쁜 말들(에) 꽃잎은 하나, 둘씩 떨어졌어.

말라가면서 네가 말했어. 다른 좋은 사람을 심으라고. 너는 좋은 화분이라고.]


시들어가는 꽃을 되살리고픈, 한 여인의 간절한 바람이 애즈원의 목소리를 통해 유난히 더 애잔하게 들려온다. "그러게, 평소에 물 좀 자주 주지 그랬어"라고, 노래 속 여인에게 핀잔을 주고 싶다가도, 내가 감히 무슨 자격이 있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어떤 꽃은 물이 너무 부족하여 말라죽는다. 또, 어떤 꽃은 물을 너무 자주 줘서 썩어 죽는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적당한 게 적당한 건데, 어느 누구도 어느 정도가 적당한 지에 대해서 알지를 못한다. 그래서 어느 팝송의 가사처럼이나 "너무 지나친 사랑은 당신을 죽게 할 것이고(too much love will kill you), 또 너무 모자란 사랑 역시 당신을 죽게 할 것이다. 적당한 양의 사랑! 그것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그 꽃을 오랜 시간 바라 보고,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뿐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애즈원의 노래를 마저 들으며, 말라가는 내 마음에 물이나 좀 흠뻑 줘야겠다.

[아니, 시들지 마, 시들지 마 제발, 아직은!

아무리 마른 사랑이어도 어떻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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